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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64

1945 히로시마 오랫만에 하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낯설은 내용이 가득한 책은 진도가 잘 안 나가기 마련이고, 낯설지 않아도 재미가 없는 게 많아 하루에 책을 다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존 허시의 '1945 히로시마'로는 가능했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는 식민지 조선의 해방과 직결된 부분이라 원자폭탄이 투하되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일본 천황이 항복을 선언한 건 한국인에게 상식이다. 다만 식민지배를 받은 한국인들로서는 원자폭탄으로 일본인이 수십 만명 죽었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고, 주변에서 원폭으로 죽은 일본인 사망자에 대해 동정하는 걸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요한 인물로 독일인 예수회 신부들이 나오듯 원폭의 피해자는 일본인만이 아니었다. .. 2022. 2. 5.
높은 성의 사나이 (원작 서적) 필립 K. 딕의 주요 저작 중 하나인 ‘높은 성의 사나이’는 얼마 전 시청을 끝낸 tv 시리즈로 처음 접했고, 원작이 궁금해 며칠 전에 읽었다. 두 작품은 큰 차이가 있었다. 소설은 평행우주 혹은 멀티버스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마존이 제작한 영상물에서는 세계 간의 횡단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강조된다. 소설에서는 다고미가 잠깐 다른 세계로 간 듯한 부분이 나온다. 자전거택시가 안 보이고, 백인들이 일본일을 모욕하는 세상이다. 일본이 지배한 미국에서 일본인이 그것도 고위 관료인 다고미가 그런 취급을 당할리는 없다. 그리고 호손을 만난 줄리아나가 주역을 통해 호손의 소설이 실제라고 확신하는 정도가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근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호손의 소설에 그려진 세상은 추축국이 패배하긴 .. 2022. 1. 27.
은둔자 J. 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유명한 작품을 얼마 전에야 읽어봤지만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바는 별로 없었다. 이후 호밀밭의 파수꾼의 문화사라는 책을 읽으며 꽤 납득이 되기 시작했고, 이후 '호밀밭의 반항아', 'My Salinger years'라는 영화들을 보며 작가인 J. D. 샐린저에 대해 더 이해를 하게 되었다. 샐린저라는 인물의 젊은 시절을 보면 참혹한 체험을 겪은 것에 대해 동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의 은둔 시절 어린 여성들에 대한 태도는 그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게 한다. '호밀밭의 반항아'에는 이런 측면들이 조금씩 나타나지만 아마 너무 짧게 나타나서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해당 장면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My Salinger years'는 샐린저 본인보다 그를 관리하.. 2022. 1. 26.
호밀밭의 파수꾼 이 유명한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국내 몇 개 번역본이 있고 다들 원작의 맛을 살리진 못했다고 하나 우선 가장 많이 팔린 민음사 판본으로 봤다. 이 버전에 대한 여러 지적에 대한 글을 봤지만 막상 이 책으로만 보니 잘못이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들에서 검색을 하면 주기적으로 읽은 사람들의 감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이 책에 대해 어떤 말을 더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중2병이라는 단편적인 평가가 많이 보이는데, 최소 나이는 중학생이 아니다.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성년으로 오인될 정도의 경계적 신체를 가진 청소년이다.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진한 연애도 하고 하는 짓은 어른과 다름없다. 냉정하게 말해 주인공은 미국의 부유한 집안의 둘째 아들로서 소설 속의 온갖 기행에도 불구하고.. 2022.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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