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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64

소세키 초기 삼부작의 마지막인 ‘문’까지 봤다. 앞의 두 권에 비해서는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무래도 젊은 이의 아찔한 사랑 이야기를 읽다가 이제는 삶에 희망이 없는 인물 이야기를 읽자니 진도가 안 나갔던 것 같다. 책 해설을 보면 ‘문’이라는 제목은 소세키 자신이 지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생각하면 문이라고 하면 여러 상징적 해석이 가능한 제목이기 때문에 작가는 남이 지어준 제목이지만 큰 부담은 없었을 수도 있겠다. 그는 당시 아사히 신문사에 소설을 계속 써야했던 모양이다. 이제 갓 대학생이 된 산시로, 학생은 아닌데 직장인도 아닌 다이스케에 이어 이제는 전형적인 직장인이자 쪼들린 살림의 소스케가 주인공이다. 그에게는 오요네라는 아내가 있다. 그 둘은 어떤 사연이 있어 경제적 곤궁과 사회적 고립.. 2022. 7. 8.
그 후 ‘산시로’에 이어 ‘그 후’를 다 읽었다. 생각해보니 작가의 말에도 나오지만 산시로의 후속 같은 느낌이 있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다르고 세부적이 내용은 다르지만 학생 시절에 좋아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 이후의 이야기이니 산시로와 이어지는 느낌이 있다. 다만 산시로의 경우는 고향의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크게 기댈 수 없는 반면 다이스케는 아버지의 경제력 덕분에 미치요를 붙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설 말미에 드러나는 바 그는 미치요를 좋아하던 친구 히라오카와의 우정을 중시하다가 자신의 사랑을 양보 혹은 포기했다. 근본적으로는 좋아하는 여성에게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하고 있었고, 그저 관계 속에서 둘이 암묵적으로 서로를 사랑한다고 인식하는 와중이었다. 물론 소설의 전개 과정에서 다이스케와 미치요는 원.. 2022. 6. 25.
산시로 나츠메 소세키의 이 소설은 수 년 전에 독서모임에서 읽어야했으나 거의 읽지 않았다. 소세키의 다른 소설들도 읽을 거리였으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외에는 제대로 읽은 게 없다. 얼마 전 이벤트를 통해 예스24 북클럽을 처음 이용하게 되었고, 북클럽 도서 중에 현암사의 소세키 전집이 있었다. 어떤 걸 읽을까 하다 산시로, 소레까라, 문 순서로 읽고 싶어져 산시로를 골랐다. 이야기의 대강이나 구도, 의의 등은 김연수의 해설에 잘 요약된 편이다. 매우 짤막한 옮긴이의 말도 소설의 일면을 대변한다 하겠다. 아무래도 소설을 읽으며 다른 측면보다는 주인공인 산시로와 그가 연모하는 미네코 둘의 감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김연수는 연애 소설은 원래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나는 별 생각없이 둘이 잘 될 수도 있.. 2022. 6. 9.
은교 (박범신) 영화로서 알고 있던 '은교'의 원작인 책을 다 보았다. 영화는 아직이다. 영화 개봉 당시 이적요를 연기한 박해일의 노인 분장과 은교를 연기한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두각 정도가 화제였던 게 기억난다. 서지우를 이제는 유명해진 김무열이 연기한 걸 알게 됐는데 꽤 어울리는 캐스팅이라 생각된다. 책을 읽은 후 바로 적지 않아 벌써 잊어버린 게 많은 책이 되어버렸지만 느낌을 기반으로 짧게 정리해두고싶다. 책의 핵심은 늙은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이냐이다. 노인도 성적 욕망이 당연히 있고, 그것은 본능적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아스라져가는 삶에 매달리는 절망적인 몸부림 같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고, 오랜 삶을 살게 되면 노인이 되지만 젊은 시절엔 그 날이 안 올 것처럼 늙음을 무시한 채 살기 십상이다. .. 2022.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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