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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은둔자 J. D. 샐린저

by wannabe풍류객 2022.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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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유명한 작품을 얼마 전에야 읽어봤지만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바는 별로 없었다. 이후 호밀밭의 파수꾼의 문화사라는 책을 읽으며 꽤 납득이 되기 시작했고, 이후 '호밀밭의 반항아', 'My Salinger years'라는 영화들을 보며 작가인 J. D. 샐린저에 대해 더 이해를 하게 되었다.

샐린저라는 인물의 젊은 시절을 보면 참혹한 체험을 겪은 것에 대해 동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의 은둔 시절 어린 여성들에 대한 태도는 그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게 한다. '호밀밭의 반항아'에는 이런 측면들이 조금씩 나타나지만 아마 너무 짧게 나타나서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해당 장면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My Salinger years'는 샐린저 본인보다 그를 관리하는 에이전시의 이야기라 샐린저는 얼굴조차 가려진 채 등장하고, 그의 기행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호의적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의 어린 여성 편력을 감안한다면 이 친절한 작가의 조언이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소스 중 나에게 가장 크게 각인된 건 아무래도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어느 대학의 영문학 교수인데, 반복되는 문장이 지나치게 많아서 문학 교수가 맞는지 의아하게 만들었지만 여하튼 샐린저의 개인사와 시대적 배경을 그의 문학 작품 분석에 잘 녹였다. 이 책은 샐린저의 은둔이 그가 유대인이고 신체 기관의 결함을 지닌 남성이라는 점에서 유래한다고 본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보며 홀든 콜필드가 유대인이라는 걸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작가가 유대인이고 그의 자전적 작품임을 감안하면 홀든이 유대인이라는 것도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도 비중있게 다뤄졌듯이 샐린저는 2차대전에 참전했는데, 단순히 그러했다는 사실보다도 그가 전쟁 중 가장 참혹한 전투들에 참여했고,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해방하는 선봉에 서기도 했음이 중요하다. 그는 인간의 가장 처참한 광경을 봤고, 자신과 같은 유대인들이 나치에 의해 어떻게 처분되었는지도 절절하게 느꼈다. 그는 미국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살았지만 미국에서도 19세기에는 유대인들이 흑인과 유사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번에 적었던 ‘높은 성의 사나이’ tv판이나 ‘The plot against America’ 같은 대안 역사에서는 미국에서조차 유대인들은 안전할 수 없다. 외형상 백인이지만 차별을 받는 존재, 그리하여 홀든은 백인 남성 우월주의를 거부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인터넷 검색과 책 소개 등을 통해서는 샐린저의 어린 여성에 대한 위험한 관심을 보지 못했다. 한글로 된 문서들에서는 말이다. 영어 자료로는 비교적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그의 불행한 연애사의 시작은 유진 오닐의 딸과의 연애로부터 시작된다. 군대에 간 사이 그녀가 찰리 채플린과 결혼한 후 그는 나치 스파이 여성과 실수로 결혼하기도 하고, ‘호밀밭의 반항아’에 나온 어린 여성과 결혼한다. 영화에서는 나이에 대해 제대로 묘사하지 않지만 둘은 여성이 미성년일 때 만났고, 여성이 다른 남자와 결혼한 후에 샐린저가 요청하여 둘이 결혼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영화에서도 결혼한 샐린저가 고등학생인 여학생과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게 잠시 묘사되지만 샐린저는 몇 번 더 미성년의 여성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던 모양이다. 10대 여성에 대한 샐린저의 관심은 그의 작품 상당수에서 그런 여성에 대한 성적 묘사를 통해 나타난다고 한다. 근래에 샐린저의 작품 상당수가 번역서로 나와서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 아홉 가지 이야기나 패니 와 주이 등이 호밀밭의 파수꾼과 비견될만한 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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