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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박주영 상황 혹은 며칠 동안 박주영 떡밥을 문 결과

by wannabe풍류객 2011.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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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한 떡밥일 수도 있고, 아직은 단단히 물어서는 안 되는 떡밥인지 모르지만 하 시끄러워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한글 뉴스들은 물론 영어, 프랑스어로 된 기사들도 읽었고, 큰 축구 커뮤니티들의 관련 글들도 읽었다. 다 읽었다고 장담하진 못하지만 상황을 파악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분량은 읽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축구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하여 대표팀에서 박주영의 활약, 기여도를 논하기는 어렵다. 소속 클럽인 모나코에서 어떤 활약을 했는지도 내가 자신있게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박주영의 기량에 대해서는 꽤 논쟁이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물론 형편없는 선수라면 그런 논란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상당히 좋은 선수임에 분명한데 그가 어느 정도까지 높게 평가받아야 하는가가 최근 박주영 이적 논란의 핵심일 것이다.

우선 내가 잘 알고 있는 클럽인 리버풀과의 루머를 보자. 현재 프랑스쪽 뉴스에서는 박주영에 관심을 갖는 클럽으로 리버풀이 전혀 언급되지 않지만 잉글랜드에서 토크스포트, 기브미풋볼 같은 일부 언론은 최근까지도 박주영과 리버풀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미 양측의 협상이 상당히 진전되었으며 리버풀이 필요없는 스트라이커인 은곡을 팔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박주영을 영입할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어젯밤 리버풀 팬커뮤니티인 TP에서 대논쟁이 일어났던 것처럼 리버풀이 은곡을 판다고 곧바로 다른 스트라이커를 영입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리버풀에 스트라이커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현재 스쿼드의 균형을 위해서는 수비(왼쪽, 중앙) 보강이 더욱 시급하다. 그래서 설사 어느 정도 합의가 되었더라도 박주영 영입이 우선 순위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리버풀은 이미 지난 달에 주요 영입을 끝내며 앞으로는 영입보다 기존 선수 중 불필요한 자원들을 줄이는데 힘쓰기로 했다. 대형 영입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비대한 주급 체계의 개선이 우선임을 의미한다. 만약 박주영이 리버풀에 온다면 그 때는 리버풀이 수비 보강을 끝내고, 아퀼라니 같은 선수들을 내보내며 팀 전체 주급을 줄인 이후가 될 것이다.

요 며칠 박주영 뉴스들을 읽으며 발견한 것은 박주영에게 줘야 할 주급(혹은 월급, 연봉)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정확한 수치 확인이 어려운 대목이긴 하고, 현재 박주영이 얼마나 받고 있느냐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심하기도 하다. 2013년까지인 현재 모나코와의 계약이 발표되었을 당시 연봉은 80~90만 유로인 것으로 국내 뉴스들에 보도되었다. 보통 주급, 연봉은 비밀 사항이므로 공식 발표는 어디로부터도 없었지만, 80~90만 유로라는 수치는 백만 유로가 조금 안 된다는 박주영 에이전트 측에서 나온 말을 토대로 한 것이므로 크게 틀리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는 물론 박주영을 잘 안다고 자처하는 팬들은 박주영의 연봉이 그보다 훨씬 높다고 말한다. 2백만 유로에서 3백만 유로 이상이 현재 연봉인 것처럼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10월 재계약 합의 당시 1백만 유로 수준이라고 발표된 연봉이 갑자기 뛰었다고 믿기는 어렵다. 매년(시즌) 연봉이 올라가는 계약도 많지만 100% 이상 인상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기본 연봉 이외에 부가 수입이 있을 터이므로 그것을 포함한 수치인지는 알 수 없는데, 그게 포함된 숫자가 2백만 유로 이상이라면 이적을 논할 때는 의미가 별로 없다.

이런 혼란이 야기된 것은 프랑스에서 나온 뉴스들이 박주영의 희망 연봉을 보도했는데 그것이 마치 현재 받고 있는 금액인양 오해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혹은 뉴스들에서는 박주영이 요구하는 월급이 언급되는데 그것이 현재 월급처럼 오해된 것 같기도 하다. 희망 월급으로 보통 20만 유로가 언급되고 26만 유로라고 한 곳도 있었다. 주급으로는 5만과 6만5천, 연봉으로는 각각 240만 유로, 312만 유로가 될 것이다. 

박주영은 자신을 원하는 클럽들에 왜 현재보다 두세 배의 연봉을 원한다고 한 것일까. 많이들 말하는대로 현재 모나코에서는 박주영이 받는 급료에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박주영이 지금 받는 수준의 급료를 받기 위해서는 40~50%의 세금을 감안하여 다른 클럽에서 1.6~2백만 유로의 연봉을 받아야한다. 그리고 전성기의 선수가 이적을 하면서 보통 급료가 인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뉴스들에서 언급되는 요구액들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보다 박주영을 절실히 원했던 렌에서는 그 주급을 감당할 수 없었다. 며칠 전 렌이 모나코와 5.5m 유로 정도로 이적료 협상을 마쳤으나 박주영과의 협상에 실패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렌에서는 선수들의 최고 월급이 12만 유로 수준이므로 박주영이 20만 유로를 요구했다면 감당할 수 없다. 어떤 뉴스에서는 이런 박주영을 '탐욕스럽다'고 했고, 그런 급료 요구를 받아들일 클럽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최근의 박주영 관련 뉴스는 독일의 샬케04만이 박주영의 요구를 금전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한다. 뉴스의 내용은 6백만 유로로 알려진 박주영의 이적료에 대한 부분이 주를 이루지만 이미 렌과 5.5m 유로에 합의가 되었다면 이적료 때문에 샬케04만이 후보지로 남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국내 언론과 박주영 팬들 사이에 마치 박주영이 이적을 하지 못하는 것은 현 소속 클럽인 모나코의 탐욕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지만 세금을 감안한 박주영의 급료도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소득세율이 40%인 프랑스, 50%인 잉글랜드 모두 박주영을 영입하려면 상당한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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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의 이적은 명문팀 중 하나인 모나코가 지난 시즌 강등되며 예정되었다. 국내 뉴스들을 믿는다면 박주영은 팀의 강등 이후 유럽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여러 클럽에 이적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선수 자신이 이적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진 않았지만 챔피언스 리그 같은 유럽 클럽 대항전에 참가하는 클럽이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그리고 일본과의 경기를 위해 한국에 돌아와 며칠 전에는 자신의 이적 협상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루머 자체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뉴스 속의 수많은 클럽들이 모두 박주영 영입에 적극적이었다고 믿을 수는 없다. 오히려 현실은 박주영 에이전트가 여러 클럽의 문을 두드려서 접촉한 비율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 다시 한번 리버풀의 경우로 돌아가면 리버풀이 박주영에 심각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번 여름 리버풀의 타겟들은 지난 시즌이 끝나며 곧바로 잉글랜드 언론들을 통해 공개되었고, 거의 그대로 영입이 이루어지거나 좌절되었는데 박주영의 이름은 그 속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텔레그라프,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에서 리버풀의 타겟으로 박주영은 언급되지 않는다. 오직 신뢰도가 떨어져도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뉴스를 생산하는 군소 언론들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내보낼 뿐이다.

리버풀이 박주영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제시되는 것은 보통 메인 스폰서가 아시아에 큰 이해관계를 가진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이라는 점과 리버풀의 스포팅 디렉터 데미앙 코몰리가 박주영에게 관심이 있다는 추측이 전부다. 리버풀이 가장 취약한 수비 부문을 보강한다면 공격수를 추가 영입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즌 시작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후로도 이적 시장 마감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있지만 마법이 발휘되지 않는 한 박주영이 리버풀로 이적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사실 어느 클럽으로 이적하기에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은 국내 언론조차 인정하는 바다.

그럼에도 보르도, 렌 같은 리그앙의 괜찮은 클럽들의 제안을 거절한 박주영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런 의문에서 출발하여 박주영이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냥 잠자코 지켜보자는 것이 박주영의 밝은 미래를 바라는 팬들의 분위기인 것 같다. 그 클럽들보다는 더 좋은 클럽과 깊은 수준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니 거절했으리라는 추측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 선수 자신이 이적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는 바에야 더 추궁하거나 의심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일이 잘 풀릴 가능성은 열어두기로 하자.

최근 리버풀 팬 커뮤니티들에서는 박주영 관련 글만 올라오면 곧바로 논쟁이 불붙는다. 논란의 핵심은 박주영의 수준에 대한 이견이다. 한쪽 극단에서는 박주영이 너무나 뛰어나 올해 1월 잉글랜드 선수 중 최고의 이적료 기록을 세운 앤디 캐롤마저 밀어낼 기세라고 주장하고, 다른 극단에서는 박주영이 리버풀에서 뛸만한 선수가 아니라고 평가한다.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리버풀이라는 클럽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박주영이라는 우리와 같은 한국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느냐라는 차이에서 기인한다.

박주영 팬들의 높은 평가와 달리 선수는 여전히 프랑스 2부 리그의 모나코 소속이고, 두 달이 넘게 분주하게 이적을 모색했음에도 결과가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주영의 이적료나 연봉이 문제가 된다면 그에게 관심있는 클럽들이 박주영이 그 정도 가치를 하는 선수라고 믿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주영이 아무리 대한민국 축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해도 현실을 왜곡할 수는 없다. 물론 박주영이 좋은 새 보금자리를 발견해 모나코에서보다 뛰어난 활약을 하고, 주요 대회 우승도 하고, 개인 상도 받는다면 누가 좋아하지 않으랴. 하지만 박주영은 K-리그에서만 뛰던 선수도 아니고, 이미 유럽에서 기량을 검증받기에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이적을 위한 우호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탑클럽들이 박주영을 데려가기 위해 혈안이 되지 않았다면 박주영의 이적이 지지부진한 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더 길게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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