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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스포츠원 채널을 보며 느낀 이중의 충격

by wannabe풍류객 201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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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켜고 잠시 스포츠 채널들을 돌려보던 와중에 스포츠원이라는 곳에서 칼링 컵 버밍엄과 아스톤 빌라 경기를 중계하길래 보고 있었다. 경기는 다 끝나가고 있어서 나중에 득점 장면만 다시 볼 수 있었다. 나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진 하나의 영상.

음악이 깔리고 예전 경기 장면 영상이 나오고 자막으로 내용이 설명된다. 1997년 맨유의 로이 킨이 리즈의 할란드에게 태클을 당했고 할란드는 쓰러져있는 로이 킨에게 고개를 숙이며 쏘아붙이는 말(별 것도 아닌 것이라고 나왔던가)을 했다고 한다. 침도 뱉었다고 자막으로 깔린 것 같다. 로이 킨은 1년의 부상 회복 기간이 필요했고, 아일랜드 대표팀은 큰 손해를 봤다고 한다. 이후 로이 킨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할란드에게 완벽하게 복수한다. 무자비한 태클을 하고 퇴장당하면서 할란드에게 고개를 숙이고 한 마디 해준 것이다. 이후 나오는 영상은 1월 13일 입스위치와 아스날의 칼링 컵 경기 중계가 있다고 소개한다. 로이 킨이 돌아온다며.

첫번째 충격은 방송사의 무심함 때문에 발생했는데, 로이 킨이 더 이상 입스위치 감독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규모 방송사라 이미 만든 영상을 수정할 수 없었던 것일까? 로이 킨은 며칠 전 해고되었고 폴 주얼이 후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두번재 충격은 로이 킨에 대한 미화의 방식이다. 로이 킨이 엄청난 선수였던 건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잔인한 태클, 한 선수의 선수 생명을 끝장낸 그 태클을 마치 잘 한 일인양 미화해야 하나? 완벽한 복수? 남자다움? 아니, 완벽함 범죄다. 로이 킨이 축구장 밖에서 그런 식으로 할란드에게 복수를 했다면 분명히 경찰서에 가야 했을 것이다.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축구장을 이용한 비겁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보니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어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애초에 1997년 로이 킨의 부상은 할란드의 태클로 인한 것이 아니다. 위의 영상의 첫부분에 나오지만 할란드는 로이 킨에게 태클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로이 킨이 할란드에게 태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부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할란드에게 잘못이 있었다면 로이 킨이 정말 다친 줄을 모르고 킨이 다친 척 한다며 비난한 부분일 것이다. 로이 킨도 자서전에서 그것 때문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고작 그것 뿐인데 로이 킨은 몇 년 후 할란드를 살인적인 태클로 쓰러뜨리고, 비난하고, 또 2002년 자신의 자서전에서 일부러 그랬다고 당당히 밝히는 뻔뻔스러운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할란드는 희한하게도 태클당한 오른쪽이 아닌 왼쪽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조기에 은퇴했고, 여전히 매일 같이 다친 무릎에 통증을 느낀다. 이래도 스포츠원은 로이 킨의 귀환이 반갑나? 

방송사에 다시 알리지만 13일에 킨을 볼 수 없을 것이다.


* Alf-Inge Haaland의 성은 할란드라고 많이 표기하던데 동영상을 통해 들으면 홀란드처럼 들린다. 노르웨이어 발음에 대한 한 사이트를 참고하자면 홀란드이되 홀의 '오' 발음을 길게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스포츠원 방송사의 표기를 그대로 따라 적은 것이다. 

* 이 두 선수의 사건은 침 뱉은 일로 유명하지는 않다. 그리고 침을 뱉은 혐의는 로이 킨 쪽이 더 많아 보인다. 할란드 쪽에서 그랬다면 로이 킨이 자서전에 안 적었을리가 없다. 또 킨이 1997년에 들은 말은 "별 것도 아닌 것이"가 아니다. 역시 킨 자서전에 따르면 "일어나, 다친 척 하지마"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킨은 할란드에게 무슨 말을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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