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전격적인 감독 교체 이모저모

리버풀 공식 웹사이트의 퍼스트팀과 코칭 스태프 소개 페이지에서 감독의 이름이 바뀌었다. 당연한 조치이지만 여전히 케니가 리버풀 감독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쉽사리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란트, 안첼로티, 울리에와 제일 먼저 경질될 감독 경쟁을 하던 호지슨이 승리(?)한 결과다. 결국 여름에 브로튼 회장이 선택한 것은 내가 아니냐며 의기양양했던 호지슨과 몇 달 동안 절치부심하고 마침내 리버풀 감독이 된 케니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렸다.

현지 시각으로 어제 오전 호지슨의 사임과 케니 달글리쉬 임명이 발표되었고, 연락을 받은 케니는 중동에서의 휴가를 조기에 마치고 하루 종일 비행기를 타서 밤에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하였다.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로이 호지슨은 구단주가 보낸 일종의 해고장을 금요일에 이메일로 받았다고 한다. 

장시간 비행의 피로에다 감독이 된 지 하루도 채 안 된 상태에서 맨유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케니. 첫 경기에서 케니의 감독 스타일이 온전히 펼쳐지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10년 정도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언제나 경기장으로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자신한 바 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의 세 경기(맨유, 블랙풀, 에버튼)는 그의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에 대한 녹록지 않은 테스트가 될 것이다. 


이모저모

1. 로이가 2011년 1월에 경질된 이유 중 하나는 리버풀이 1년에 두 명의 감독을 해고한 전례를 남기기 싫어서는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 리버풀은 작년에 라파를 해고하며 6m 파운드의 보상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로이 호지슨을 데려오면서 풀럼에 2m 파운드를 지불했고, 이번에 해고하며 3m 파운드 정도를 또 보상금으로 줬다고 한다. 합은 11m. 상당한 액수다.

3. 어젯밤에 바레인에서 영국에 돌아온 케니의 글이 몇 시간 후 데일리 메일에 실렸다. 원래 그 신문에 케니가 글을 연재했는데 리버풀과 맨유 경기, 토레스와 비디치의 만남에 대한 내용이다. 읽어보면 자신이 감독이 된 상황을 상정한 건 아니라 감독 임명 통보를 받기 전에 쓴 글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잘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http://www.dailymail.co.uk/sport/football/article-1345430/Kenny-Dalglish-Fernando-Torres-relish-chance-Nemanja-Vidic-nightmare.html?ITO=1490

4. 케니에 대한 우려 중 하나는 그가 새로운 축구 경영 환경에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에 대한 점이다. 리버풀은 현재 코몰리라는 축구 전략 디렉터가 있고, 클럽 경영자인 단장을 구하는 중이며, 지난 여름 대거 유입된 스포츠 과학팀이 있다. 모두 감독의 자유로운 결정에 제약을 가하는 존재들이다. 매니저 케니가 헤드 코치 케니로 변할 수 있을지?

5. 어제 오늘 읽은 다수의 기사들에서 존 헨리가 케니를 선택한 것은 그런대로 합리적이라고 하면서도 대중영합주의(populism)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분명히 그런 면이 있다. 케니의 복귀는 단기적으로 호지슨 말기의 텅비었던 경기장 좌석을 다시 채워줄 것이므로 구단주의 입맛에 딱 맞는다. 

6. 전 리버풀 스타, 프리미어 리그 감독들의 이번 결정에 대한 평가가 연이어 나온다. 일관된 목소리는 아니다. 너무 많아 소개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