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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볼튼 경기 이후: 오프사이드? 왕의 귀환?

by wannabe풍류객 201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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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20위 팀에게 홈구장 안필드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던 리버풀이지만, 전반이 끝날 무렵 케빈 데이비스의 헤딩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데자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또 무너지고 마는가. 오늘로서 호지슨과 안녕인가. 사실 많은 팬들은 리버풀이 볼튼에 승리하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호지슨이 한시라도 빨리 리버풀을 떠나길 바랐다. 그러나 안필드에서 리버풀의 2연패는 견디기 힘든 일이다. 이 희한한 딜레마는 호지슨을 제외한 모두의 해피 엔딩으로 끝나게 되는 것 같다. 리버풀은 토레스와 조 콜의 골로 역전승을 거뒀고, 호지슨은 경기를 승리했음에도 곧 교체될 것 같다는 것이 거의 모든 언론의 관측이다. 이른 소식이라기엔 늦은 글이기에 제목처럼 두 가지 부분에 대해서만 적어본다. 

1. 조 콜의 골은 오프사이드 반칙이었나?

아마 이청용 때문에 국내에 볼튼 팬들이 적잖이 생겼을 것이다. 이청용은 뛰지 않은 경기였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반응이 덜 했겠지만 리버풀의 두번째 골이 석연치 않은 판정의 덕을 보았다고 볼 볼튼 팬들이 많을 것 같다. 제라드가 크로스한 공이 막시와 엘만더 둘 중 누구를 맞고 조 콜에게 연결되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Joe Cole van 'Sjelsie'
Joe Cole van 'Sjelsie' by Vincent Teeuwen 저작자 표시

우선 제라드의 크로스가 막시에 맞았을 경우를 보자. 몇 개 언론(프리미어 리그, 리버풀 오피셜 사이트 포함)의 경기 리포트, 그리고 조 콜 자신의 인터뷰에는 공이 막시를 맞았거나 혹은 막시가 공을 떨군 것이 조 콜에게 연결됬다고 적혀있다. 우연히 맞았거나 막시가 능동적으로 조 콜에게 연결했거나 마찬가지인데 막시와 공이 닿은 순간 조 콜의 위치가 문제가 된다. 많은 경우 조 콜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제라드의 크로스가 막시가 아닌 엘만더의 터치 이후 조 콜에게 연결되었다면 제라드의 크로스 순간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내가 보기엔 이 때에도 조 콜의 위치는 오프사이드였다. 

만약 누구를 맞았건 조 콜 쪽으로 간 공이 조 콜에게 맞지도 않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이 득점이 인정될 것이다. 리플레이를 보면 그렇게 의심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리버풀에서 프리미어 리그 첫 득점을 기록한 조 콜은 너무나도 좋아했고 그의 득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잔인한 일일 것이다. 

볼튼 선수들은 오프사이드 반칙이라고 어필했고, 주부심은 리버풀의 득점을 인정했다. 어느 팀처럼 심하지는 않더라도 주심들이 강팀의 홈 경기에서 강팀에 호의적인 판정을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아마도 심판들은 고의로 오심을 한 것이 아니라 오프사이드 반칙인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그 골로 이긴 리버풀도 그다지 기쁘지 않고, 진 팀도 그닥 기분 나빠보이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곧 해고될 것으로 점쳐지는 호지슨의 후임 감독 후보군에 볼튼의 코일 감독이 들어있다. 어쨌거나 떠날 감독의 뒷맛이 그나마 승리 덕분에 쓴 맛을 덜게 되어 다행인 것일까. 

2. 킹 케니의 귀환

많은 아니 대부분의 언론이 호지슨이 앞으로 길어야 두 경기 정도 더 리버풀 감독으로 남고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케니 달글리쉬가 임시 감독을 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리버풀 구단주 헨리와 회장 워너는 앞으로 장기 집권할 젊은 감독을 원하지만 당장 영입하는 것이 어려워 이런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후임 후보로는 데샹, 보아스, 클롭, 코일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미 지난 여름에 라파 베니테스의 후임 자리에 케니 달글리쉬가 앉아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후임 감독을 물색하는 업무를 부여받은 케니가 자신이 리버풀 감독이 되기를 원하다고 하여 호지슨이 감독이 된 이후 모양새가 상당히 어색해진 바 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호지슨이 오지 말고 케니가 감독이 되었어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았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호지슨의 능력이 리버풀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 하나의 납득할만한 설이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그가 리버풀 역사상 가장 지독한 구단주 교체 시기의 감독이었다는 것은 이해해야 한다. 호지슨 임명 직전에 마르세유 회장은 리버풀로부터 데샹 감독을 데려가도 되는지 문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데샹은 여름에 리버풀 감독이 될 수 있었지만 혼란한 리버풀에 오는 것을 거부했다. 거부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 정도로 당시 리버풀에 가길 원하는 유능한 감독은 거의 없었고, 후보 중에서 호지슨 정도가 최선이었다는 말이다. 호지슨이 이전 시즌 올해의 감독이고 감독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팀을 맡긴다는 생각 자체에 모순은 없었다. 

Ronnie Moran (left), manager Kenny Dalglish and assistant manager Roy Evans enjoy the club's 18th championship title
Ronnie Moran (left), manager Kenny Dalglish and assistant manager Roy Evans enjoy the club's 18th championship title by wekkuzipp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현재 케니가 리버풀의 임시 감독이 되는 것에 대해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여름에 비해 훨씬 적어 보인다. 그럼에도 케니나 라파가 호지슨의 후임으로 오면 안 된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호지슨을 감독으로 임명할 때의 심리는 전환기에 단기적으로 맡기는데 적당히는 해주겠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그 '적당히'가 힘들었다. 케니가 5개월 남짓 동안 적당히를 해주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너그럽게 대할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모두 로이 호지슨 탓이었다고 쉽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케니가 잃을 것이 없다고 보는 기사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 자체는 리버풀이 유럽 대회에도 나갈 수 없는 순위로 리그를 끝마치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로이 호지슨의 리버풀 재임 기간을 돌이켜보며 클럽의 품격이란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이 그렇게 소중한지, 잘해보려고 했던 한 개인을 무참히 짓밟아도 되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케니가 누군지도 잘 모를 어린 세대 혹은 외국 선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케니의 말발이 리버풀 레전드라는 수식어대로 잘 발휘가 될 것인지, 독이 든 성배가 된 리버풀 감독 자리를 케니가 덥석 받아들이는 것이 그 자신에게 과연 좋은지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른 논의다. 여전히 로이는 리버풀 감독이고, 케니는 리버풀 아카데미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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