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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Day 4: Santander, Bilbao, San Sebastian

by wannabe풍류객 2009.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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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여정이다. 아침에 부르고스를 출발해 산탄데르, 빌바오를 찍고 산 세바스티안으로 갔다. 형이 여행 후 몸져 누울만했다. 운전하느라 고생한 형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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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를 떠나며. 저 멀리 대성당을 마지막으로 잡아봤다.

풍력발전. 작년에 영덕에서 본 거랑 너무 흡사해서 놀라웠는데 얘기를 나중에 들으니 우리가 스페인에서 수입해서 쓰는 거란다. 갈수록 지대가 높아지고 바람이 거세지니 풍력발전을 할만했다.

여기는 직접 가서 볼 때는 참 절경인데 사진으로는 그 풍부한 경치가 표현이 안 된다. 오랜 세월에 걸친 거대한 침식 활동이 있었던 것 같다.

저 멀리 설산이 어렴풋이 보이고 그 앞의 물은 강이 아니라 거대한 호수다. 지도에서도 확연히 그 넓은 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큰 호수인데 차 안에서 찍어 제대로 나오진 않았다. 위 구글 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칸타브리아로 입성!

부르고스에서 산탄데르까지도 꽤 오래 걸렸다. 가는 길에서 아마도 거의 제일 높은 지점이었던 곳에서 잠시 쉬며 주변을 관찰했다. 넓은 밭과 가축들이 보이지만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난 저 넓은 땅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농사를 제대로 짓고는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탄데르의 바다다. 스페인의 북쪽 끝에 도달한 것이다. 이 항구에는 아이들 동상이 있는데 무슨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저 글씨를 해석하게 된다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날은 일종의 국경일이라는 것 같았다. 국군의 날 행사 같은 것이 있어서 항구 근처에 전차들이 일반에 개방되어 있었고, 스페인 국기가 집집마다 게양되어 있고, 하늘에선 에어쇼가 있었다.

산탄데르는 그야말로 와봤다는데 의의를 둔 경우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대로 된 스페인 요리를 먹어본 마지막 식사를 했다.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10 유로 근처였던 것 같다. 메뉴 델 디아 즉 오늘의 요리라는 건데 뭐 그렇게 고를 게 많은지 두고두고 골칫거리였다. 일단 더웠던지라 음료를 주문하고, 첫번째 접시, 두번째 접시, 후식 이렇게 네 번의 선택 과정을 거쳐야 식사를 마치게 된다. 나는 맥주를 마셨고, 첫번째 요리는 뭘 주문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두번째 메인 요리로 돈까스 비스무리하게 생긴 소고기를 먹었다. 스페인 고기 요리엔 저렇게 감자 튀김(빠따따)가 같이 있다. 이 식당의 후식은 선택의 여지없이 아이스크림이었다. 일 년 지낸 형이 괜찮았다고 하니 이 식사가 유일한 기회에서 선택을 잘 했던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빌바오는 거의 이 미술관을 보기 위해 왔다. 곳곳에 있는 바스크어는 이 지역 사람들의 자존심을 느끼게 한다. 박물관 1층엔 거대한 철 구조물로 만든 조형물이 있고, 여러 가지 영상 예술 작품들이 있었다.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비야레알을 상대로 뛰었던 경기가 일종의 예술로 상영되고 있었다. 윗층엔 무라카미라는 일본인 혹은 집단의 작품들이 있었다. 만화 캐릭터 같은데 에로틱함을 강조하거나, 날카로운 이빨을 강조한 기괴한 모습이 많았다. 그리고 그 위층엔 중국 예술가의 작품이 전체를 차지한다. 화약으로 예술을 하는 분인데,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도 이 분의 작품이 사용되었다.

미술관을 나와서 아이스커피를 간단히 마시고 바로 옆에 있는 놀이터에 갔다. 독특한 놀이기구가 많은데 조카들이 노는 사이 잠깐 쉬었다. 나중에 한 인도 청년을 만나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미술관에서 빌바오 여행이 끝날 수도 있었지만 내가 약간의 주장을 하여 빌바오 축구 클럽의 경기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내비게이션의 장난인지 단순 실수인지 길을 잘못 들어 정말 먼 길을 돌아서 가게 되어 형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가보니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

이 구장엔 그래도 박물관이 있는데...

경기장에 못 들어가 아쉬운 건 나밖에 없지만 여하간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지막 목적지인 산 세바스티안으로 향했다. 도착한 건 좋았는데 숙소에서 문제가 생겼다. 경기장에 가본 건 좋았는데 너무 늦게 도착해서 호스텔 주인이 다른 손님을 대신 받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블록을 지나며 한참 걸어간 후에 다른 호스텔로 가게 되었는데 시설이 완전 꽝이다. 좁은 방에 TV도 없고 공동 화장실이다. 바다에서도 멀리 떨어져있어 가격이 훨씬 차이가 나야 마땅한데 환불은 못 받고 그냥 하룻밤 불편하게 자게 되었다. 그리하여 간신히 간신히 짐을 풀고 바다를 본격적으로 보게 된 것이다. 길고 긴 스페인의 해가 지는 시간에서야.

지체되고 피곤한 여행으로 모두가 약간은 날카로워졌다.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해변에 나가 모래 사장을 잠깐 거닐었다. 휘황찬란한 저 호텔들은 아주 비싼 대가를 치러야 잘 수 있는 곳이렷다. 피곤함은 좋은 수면제라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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