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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Day 3: Burgos

by wannabe풍류객 2009.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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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사진을 되찾게 되었으니 다시 스페인에서의 여정을 기억을 짜내가며 기록해야겠다. 지난 번에 못 다한 부르고스의 사진들이다.

부르고스를 대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대성당이다. 똘레도, 세비야와 더불어 거대한 성당의 진수를 보여준다. 왠만큼 떨어져서는 성당을 사진 한 장에 담을 수 없다. 세 곳 모두. 오후에 마드리드에서 출발해서 도착한 터라 성당을 구경하기 위한 입장권은 간신히 살 수 있었다. 한 시간 가량 내부를 다 보고 나왔을 때 매표소는 이미 업무가 끝나 있었다.

성당 안에서 여행 중 약간의 교감을 나눈 유일한 낯선 한국인을 만났다. 20대의 여성이었는데 우리쪽이 한국어로 얘기하는 걸 보고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스페인 곳곳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게 되지만 부르고스에서는 그 분이 유일했으리라.

스페인에서는 그림을 참 많이도 봤다. 내가 그다지 미술 애호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니기에 오히려 더 봐두어야겠다는 심정에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렸던 것 같다. 성당의 여행 코스의 말미엔 다양한 종교화들이 전시된 방이 있다. 사진 속에서 내 큰 조카는 그림을 응시하며 무엇을 느꼈을까. 죽음을 앞둔 노인이 해골을 짚으며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걸까? 아니면 그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고 고뇌하는 걸까? 종교화엔 해골이 참 많이 나온다. 죽음은 너무 중요하지만 젊을수록 당연하다는 듯 잊고 지내는 주제다.

부르고스 성당 안에서는 설치 미술도 볼 수 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도 유물을 사용하는구나라는 느낌 정도?

부르고스의 관광 코스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물론 오래된 성벽이나 건물들을 보겠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으나 성당 중심으로 해서 간단히 돌 수 있다. 이 날 성당 바로 옆에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일종의 리허설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사진 속의 광장에선 단순히 곡예인지 아니면 어떤 예술적 행동인지 모를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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