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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Day 2: 운동회, 마드리드 시내

by wannabe풍류객 2009.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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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8. 

시차 적응을 해야 하니 적당히 쉬며 스페인에 익숙해지라는 형의 말이 있었지만 쉬기는 커녕 스페인의 긴 낮을 제대로 느낀 하루였다. 

아침부터 조카들과 등교길을 같이 갔다. 스페인에서는 아이가 16살이 되기 전에는 부모들이 등하교길을 꼭 함께 해야 한다. 이것도 나름 진기한 체험이라 군말없이 따라나섰다. 영어 학교라 스페인에 거주하는 온갖 나라의 아이들이 모여있다. 그 면면은 몇 시간 후 운동회에서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다른 길을 택했는데 에스페란사 역 근처에 있는 프랑스 학교를 지나갔다. 

마드리드 시내에 보면 길가에 이렇게 허브 식물이 많이 있다. 형수님이 만져볼 것을 추천해 한 번 그랬는데 냄새가 손바닥에 남는다. 나쁘지 않다.

스페인에서 많이 먹은 과일은 나란하(오렌지)와 배(위 사진) 그리고 쎄레사(체리, 아래 사진)다. 다들 먹어본 적은 있지만 그다지 좋아하는 과일은 아니었는데, 스페인에서 오렌지에 좀 반한 것 같다. 주스도 전부 오렌지로 만든 것만 먹었고.

서론이 길었는데 이날 가장 큰 일은 조카들의 운동회에 참가한 일이다. 의외로 한국이나 일본의 운동회와 비슷한 구석이 상당히 많다. 



보이듯이 아이들은 흰 옷 상의를 입고 운동회를 했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만국기까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유럽 이외의 대륙 출신이 많음에도 그 나라들의 국기는 없었다. 그러므로 태극기도 없다. 또 팀은 청백, 홍백 같이 둘이 아니라 네 팀이다. 재미있는 것은 각 팀의 이름이 역사적인 위인들이라는 것인데, 각각 베토벤, 나이팅게일, 블라이튼, 디킨스다. 선정 기준은 추측 불가다. 

스페인에서의 둘째 날 강렬한 정오의 태양(강렬하기로 따지면 오후 늦은 시각이 최고인 것 같기도 하지만)을 정면으로 맞으며 운동회를 보고 난 후 형수님의 친구인 인도인 주부 나비따(나이가 27인데 큰 애가 둘이다)와 인사를 하고 얘기도 좀 했다. 돌아오는 길엔 동네 축구팀인 에스페란사 클럽의 경기장을 보았는데 비시즌이라 그런지 바닥을 뒤엎고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점심을 먹은 이후엔 마드리드 중심가 구경을 갔다. 형수님은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단기 코스로 마드리드 중심부 관광을 시켜주셨다. 

대강의 경로는 이런데 실제로는 약간 더 복잡하게 돌아다녔다. 

먼저 간 곳은 왕궁인데 닫혀있었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다시는 가지 못했다. 그래서 바로 옆에 있는 성당에 잠깐 갔다고 다리를 건너서 전망이 좋은 곳에 갔다가 다시 같은 다리를 건너 제자리로 온 후 왕궁 바로 옆의 공원을 걸으며 피곤함을 느낀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스페인 문학의 정수인 '돈 키호테'.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모습을 잘 나타낸 동상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이 모양은 축구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문장에서 처음 봤는데 원래는 마드리드 시 자체의 상징이다. 흔히 딸기를 먹는 곰으로 알려져 있는데 형수님은 도토리를 먹는 거라고 하셨다. 의문이 남아 다시 찾아보니 통상적인 딸기는 아니다. 다만 딸기처럼 빨갈 뿐이고 달아서 날로 먹기보단 잼을 만들어 먹는단다. 마드리드를 돌아다니면 곰 동상은 아니더라도 곰 그림은 많이 볼 수 있다. 은행(아래 이미지)도 있고, 맨홀 뚜껑에도 있고.


길을 더 가다보니 차도에서 대규모 시위 군중을 볼 수 있었다. 알아볼 수 있는 몇 글자를 토대로 추정하면 공교육에 대한 불만으로 교육부 근처에서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와 같은 긴장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의 마지막 행선지인 레티로 공원이다. 재미있는 조형물도 많고, 거대한 호수와 조각상, 건축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심 한복판이라고 믿기 어려운 자연이 있다. 

까페에 자리를 잡고 가르반소라는 콩으로 만든 시원한 음료를 한 잔 마셨는데 꽤 괜찮았다.

스페인에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새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새 같아 보이는 위 사진의 작은 새는 내가 카메라를 가까이 대고 찍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곳에 있었다. 사진을 올리진 않지만 호수, 강에는 엄청나게 큰 물고기들이 득실댄다. 그러고보니 낚시를 하는 사람도 못 봤다. 다 보호를 하는 건가?

같은 레티로 공원 내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안토니오 데 펠리페라는 분이 팝스포츠라는 주제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핑크팬더의 야릇한 자세처럼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개체들을 같이 놓거나 합성함으로써 얻는 효과를 노린 것들이다. 덕분에 꽤나 피곤했던 하루를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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