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버풀 & 축구

리버풀이 축구 디렉터 코몰리를 전격 경질

by wannabe풍류객 2012. 4. 12.
반응형

이제 알 사람들은 다 알 시간이 지났으나 워낙 중요한 사건이니 짧게나마 정리하고 가야 할 것 같다. 후속 보도들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아직 정확한 맥락을 전하는 기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몇 시간 후 혹은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왜 리버풀의 미국인 구단주들이 코몰리를 경질했는지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바로 시점과 대상이다. 


우선 시기적으로 리버풀은 주말에 에버튼과의 FA컵 준결승을 앞두고 있다. 리그에서 명예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가능한 덜 치욕적인 순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인 리버풀로서 단  두 경기의 승리만으로 큰 영광을 안을 수 있는 FA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요한 경기를 코앞에 두고 리버풀이 클럽 운영의 핵심 인사를 해고했다. 그렇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저명한 저널리스트들은 코몰리의 경질 시점이 아주 이상하다고 평한다. 


이번 일은 클럽의 성적 부진의 책임이 있는 고위직 인물을 해고함으로써 감독이나 선수들을 긴장시키고 각성하게 만드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몰리가 책임을 질 부분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선수들을 비싼 돈을 주고 산 대목이라면 누군가 말하듯 코몰리가 영입협상을 맡은 수아레스, 캐롤, 다우닝, 헨더슨, 아덤, 코아테스, 엔리케 등의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왜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인 케니 달글리쉬가 아니라 단장격인 코몰리가 져야했냐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2012년 리버풀의 경기를 보며 케니가 떠나야한다는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만약 떠나야한다면 케니가 가장 먼저 떠났어야한다(FA컵 최종 탈락이 결정된 이후가 되었겠지만). 더구나 케니는 코몰리가 리버풀을 떠난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부임한 이후 선수 영입의 책임은 모두 자기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던 일이긴 하지만 부적절한 선수를 영입했거나 혹은 괜찮은 선수를 데려왔지만 잘 못 쓴 것이 모두 감독의 책임이라면 애초에 코몰리는 무슨 책임질 일이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적료 부분에 대해서는 코몰리가 책임질 일이 많겠지만 그나마도 구단주의 승인을 얻었지 않나. 


코몰리는 FSG 측에서 리버풀을 인수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먼저 임명한 인물이다. 구단주에겐 케니 이상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리버풀의 축구 전략 디렉터에서 축구 디렉터로 승진되기까지했다. 그런데도 FSG에서 코몰리를 해고했다는 것은 이번 조치가 단순히 한 명의 희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암시를 하는 것일 수 있다. 나중에 케니도 해고될 수 있고, 혹은 사임 후 클럽 내 다른 자리로 이동될 수도 있겠다. 또 카이트/막시/아우렐리우를 비롯한 여러 선수들의 이동도 뒤따를 수 있다. 


Anfield, Liverpool
Anfield, Liverpool by AndyNugent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지금까지 전통적인 의미의 단장 임명 없이 이안 에어와 데미앙 코몰리의 이원 체제로 굴러간 상황에서 지난 수아레스-에브라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나듯 어떤 비효율성이 잉태되었던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에어가 선수 스카우팅과 영입 협상 등의 코몰리의 일을 맡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버풀은 새로운 단장을 임명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이 누군가 추측하듯 권한 집중으로 특징지어지는 전통적 잉글랜드 매니저 스타일의 달글리쉬와 권한 분리형의 대륙형 클럽의 단장 체제의 코몰리의 권력 투쟁의 결과였다고 하더라도 성적을 못 내는 케니가 궁극적 승리를 거뒀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단장-감독-선수가 모두 포함된 총체적 개혁이 코몰리의 해고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FA컵 준결승은 케니가 누울 무덤을 파는 자리인지 모른다. 만약 준결승에서 승리하고 FA컵 결승전까지 이긴다면 케니의 수명이 조금은 연장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는 에버튼을 상대로, 리버풀이 주전 골키퍼 레이나 없이 브래드 존스나 굴락시 혹은 운이 좋을 경우 도니에게 골문을 맡긴 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리버풀이 지기를 바랄 수는 없으나 객관적 승리 전망이 밝지는 않다는 거다. 그렇다면 FSG의 리버풀 시대의 시작이었던 코몰리의 해임과 함께 전면적 개혁을 통한 완전히 새로운 방향 모색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도 없다.  


FSG의 철학은 머니볼이라고 처음부터 알려져있었다. 그러나 코몰리의 영입은 그와 달리 대부분 너무 많은 이적료를 지출해야했다. 하지만 케니 달글리쉬가 원한 영입이었기 때문에 그 책임이 코몰리에게만 있지도 않다. 둘은 연대책임을 져야한다. 또 코몰리가 데려오고 싶었던, 특히 프랑스 출신의 머니볼 스타일의 영입이 가능했을 텐데 그런 경우가 전혀 없었기에 케니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FA컵에서 승리하지 못 할 경우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리버풀의 남은 시즌에 감독도 불필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코몰리가 이 정도 책임을 져야했다면 케니의 교체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가 적절한 단장과 감독을 데려올 수 있을까? 코몰리의 해고를 결정할 정도로 미국인 구단주들은 충분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대안 인물을 이미 갖춘 것일까? 새로운 판을 짤 자금은 충분할까? 의문은 쌓이고 리버풀의 전진은 더디기만 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