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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요즘 리버풀 상황: 케니의 거취, 선수단 정리

by wannabe풍류객 2012.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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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에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며 리버풀은 뉴캐슬에 완패했고, 케니 달글리쉬 감독이 해고되어야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논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그가 리버풀 감독에서 물러나기 위해서는 그 자신의 결정 혹은 구단주들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현재 양쪽 모두 변화를 주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케니가 리버풀 감독직을 계속 유지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좋은 글들이 이미 많이 나왔기에 크게 다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듯 싶다. 다만 나의 가장 큰 우려는 소위 80년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는 '프리미어 리그'의 시대에 케니 달글리쉬가 적합한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는 점이다. 물론 그는 프리미어 리그 초창기에 블랙번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뉴캐슬에서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현재는 뉴캐슬 시절의 모습에 훨씬 더 근접해있다.



"You'll Never Walk Alone", Shankly Gates, Anfield, Liverpool by AndyNugent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최근 케니의 인터뷰를 보면 이해하기 힘들었던 그의 모습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점은 알게 되었다. 수아레스의 인종차별 발언 파문 그리고 최근 자신에게 욕설을 한 앤디 캐롤 사건에서 그 선수들을 징계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보호한 측면은 그의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절대로 자신의 팀의 선수를 징계하지 않는다고 하며, 내 선수를 옹호하는 게 무슨 해가 있겠냐고 반문한다. 이는 그가 리버풀에서 뛰고 감독이 되며 습득하고 내면화한 리버풀 웨이의 하나로 보인다. 물론 온갖 대회의 우승을 밥 먹듯 하던 그 시절엔 스캔들이 별로 없었거나, 팀의 좋은 성적 때문에 금방 잊혀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디어의 이빨과 발톱이 더 날카로워지고, 80년대까지의 영광을 결코 회복하지 못하는 요즘에는 선수들에 대한 절대적 비호가 꼭 도움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의 잘못을 외부적으로 엄하게 꾸짖을 때 선수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케니의 방법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다. 아마 내부적으로는 문제의 선수들에게 엄하게 충고를 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수아레스는 에브라와의 사건 이후 경기력이 예전 같지는 않아도 리버풀에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을 언론에 표현할 정도로 감독에게 감사하고 있다. 캐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케니의 최근 행보에는 외부의 비판을 생각보다 꽤 빨리 수용하는 측면도 보인다. 시즌 중반까지 붙박이 주전이던 헨더슨이 이제는 교체 멤버로 쓰이기도 하고, 앤디 캐롤이 선발일 때 팀 성적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뉴캐슬 경기에서는 캐롤이 선발이었다. 라힘 스털링이 이적 의사를 밝히자 케니는 인터뷰에서는 스털링이 때를 기다려야한다고 하더니 곧바로 다음 경기에서 투입시키기도 했다. 어찌 보면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미디어의 압박에 밀린 것으로도 보인다. 혹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잃게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이야기를 하면 최근 최대 이슈는 덕 카이트를 비롯한 노장 선수들의 정리일 것이다. 리버풀은 주전이 아니면서 높은 주급을 받는 카이트, 막시 로드리게스, 파비우 아우렐리우를 이번 여름에 모두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어제 뉴스에서 카이트가 잉글랜드 이외의 리그로 이적할 경우 고작 1m 파운드의 이적료면 충분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는 지난 번에 카이트가 리버풀과 재계약할 때 삽입한 조항이다. 재계약은 코몰리의 관할 사항이지만 케니의 의사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시즌에 확인된 것처럼 케니는 헨더슨, 다우닝, 벨라미를 중용하며 카이트를 자주 쓰지 않았다. 또 이제 카이트와 리버풀과의 계약이 1년 남짓 남았지만 재계약을 할 움직임도 없다. 이래저래 쓰지 않을 선수로 예정된 카이트와 리버풀의 이별은 불가피해보인다.

막시와 파비우의 방출에 대해선 이해하겠지만 카이트에 대해선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다. 실제로 그는 캐라, 제라드, 레이나에 이어 리버풀에 가장 오래 있었던 선수다. 그리고 1m 파운드라는, 언론 보도의 표현을 인용하면 '명목상'의 금액에 떠난다는데 분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적료 수입보다 중요한 건 4m 파운드에 이를 그의 연봉이다. 카이트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떠난다면 리버풀은 5m 파운드의 자금 여유가 생긴다. 그 자금은 더 어린 선수 영입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아퀼라니의 6m 유로의 이적료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지만 선수 측에서 그 정도가 아니면 이탈리아 클럽들이 자신을 사가지 않는다고 요청해서 형성된 금액이다. 아퀼라니가 라파 이후 리버풀 감독들의 플랜에서 제외되었고, 주급도 상당할 것을 감안하면 이적료로 큰 손해를 봤음에도 그런 식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최근 리버풀을 비판하는 주된 방식이 케니가 100m 파운드가 넘는 이적료를 썼다는 것인데 현대 축구의 높은 주급 체계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비판일 수밖에 없다. 물론 케니가 영입한 어린 선수들이 비판자들이 틀렸음을 보여줘야 더 적은 주급 체계에 대한 변호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지만 이러한 선수단 리빌딩 과정을 보건대 역시 케니가 이번 여름에 리버풀을 떠날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지난 시즌 후반에 잘 나가던 리버풀은 토트넘과 아스톤 빌라에 연패한 바 있다. 시즌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던 빌라 원정에서는 당시 상대편 선수였던 다우닝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해 이번 시즌 리버풀 실패의 상징으로 종종 다우닝이 언급되는데 칼링컵 결승과 이어진 몇 경기에서의 활약 이후 다시 부진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주 뉴캐슬 경기에서 교체당하는 캐롤을 향해 뉴캐슬 팬들이 즐겁게 웃으며 잘가라고 손을 흔들었던 광경이 이번 빌라 경기에서는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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