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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리버풀, 또 다른 나락의 전조?

by wannabe풍류객 2010.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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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매일 밤 리버풀에 대한 큰 사건, 중요 인터뷰들이 봇물처럼 터진다. 지난 밤엔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로이 호지슨 감독의 첫 경기가 열렸어야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힐랄과의 친선 경기인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취소되었다. 그리고 에밀리아노 인수아는 스위스 캠프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서 피오렌티나와 개인 협상을 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이외에 구단주 조지 질렛이 정말 오래간만에 리버풀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고, 호지슨은 퍼슬로우가 모든 이적 협상을 맡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인수아의 이적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어제 저녁 이탈리아 언론에서 공개되었다. 알려진 것처럼 베니테스가 떠나고 호지슨이 부임하기 전의 감독 공백기에 리버풀은 피오렌티나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였다. 

이 뉴스가 나오고 알 힐랄과의 리버풀 선발 라인업이 공개되었을 때 인수아가 빠져있음을 알게 되었다. 원래 호지슨은 스위스 훈련 캠프에 간 22명 선수 중 늦게 합류한 요바노비치, 키리아코스, 카발리에리를 제외한 19명 전원을 최소 45분씩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래처럼 라인업의 인원은 18명이다. 없는 사람은 바로 인수아. 

Gulacsi, Degen, Darby, Ayala, Kelly, Lucas, Aquilani, Riera, Amoo, Dalla Valle, Ngog. 

교체: Hansen, Spearing, Irwin, Shelvey, Ince, Eccleston, Palsson.

Birmingham City v Liverpool Barclays Premier League St Andrews 04/04/2010 Emiliano Insua (Liverpool) Photo Patrick McCann/Fotosports International Photo via Newscom

리버풀 공식 웹사이트는 이 라인업이 공개된 직후 인수아가 이탈리아로 떠났음을 알렸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실 인수아가 피오렌티나로 간다는 루머는 워낙 오래 되어서 스위스 캠프로도 가지 않을 것 같았는데, 스위스에 갔기에 잔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 있었다. 호지슨은 예전에 잘 기용되지 않은 선수라도 프리 시즌에 다시 평가해서 앞으로 어떻게 기용할지 이적을 허용할지 결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역시 인수아는 떠났다. 

인수아 이적이 아쉬운 것은 2010-11 시즌부터 바로 적용될 홈그로운(home-grown) 규정 때문이다. 인수아는 그렇지 않아도 적은 리버풀의 홈그로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제 기존의 주전 중 홈그로운은 존슨, 제라드, 캐러거 단 세 명이다. 지금 상태면 나머지 5명은 20살이 될까말까한 어린 친구들로 채워야다.

올 곳이 온 인수아 이적 동의 발표 이후 오스트리아 현지의 폭우로 경기는 시작되지 못하고 있었다. 현지 시각 18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18시 30분에 경기장 상태를 재검토하기로 했고, 20여분이 지나 45분에 시작한다는 공지가 있었다. 그러나 약속된 18시 45분에 경기가 취소되었다는 공지가 나왔다. 

두 명의 미국인 구단주 중 하나인 조지 질렛이 그 경기장에 왔다. 
http://propaganda.photoshelter.com/gallery-image/100717-Liverpool-v-Al-Hilal-Al-Saudi/G0000mYKtrGPSYXg/I0000A2j7KJkqzNg

위 링크의 사진을 보면 갑부라고 보기 힘든 평범한 아저씨의 포스를 풍기고 있다. 어떤 이들은 농담 삼아 질렛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었다는 말도 한다. 생각해보면 이 아저씨가 리버풀 인수를 꿈꾸지만 않았어도 클럽이 이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비가 온 오스트리아 캐쉬포인트 아레나의 풍경은 오피셜의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liverpoolfc.tv/news/latest-news/game-cancelled-photo-special

지금의 리버풀 상황에서 심각하다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 되어 버렸지만 지난 밤 호지슨이 조 콜의 리버풀 행 루머에 대해 설명하며 퍼슬로우를 언급한 것은 우려스럽다. 

"영입 대상 그리고 영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고 싶으면 퍼슬로우에게 질문해야 할 거에요. 그가 그런 논의를 맡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제가 아니라."

잉글랜드 축구의 감독이 코치가 아니라 매니저인 것은 이적에 대해 큰 발언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호지슨은 코치에 불과하다. 클럽 감독이 반드시 매니저일 필요는 없으니 리버풀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지만 퍼슬로우는 축구에 관련된 일을 리버풀에서 처음 하는 사람이고, 원래 임무는 클럽을 빨리 다른 구단주에게 팔아넘기는 것이다. 그런데 릭 패리를 몰아낸 이후 어쩔 수 없이 '매니징 디렉터'가 '단장' 역할까지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하는 일마다 잡음이 생긴다. 

이렇게 리버풀은 온 세상에 삐걱거리며 굴러가는 클럽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시즌 첫 경기가 취소된 것은 지난 시즌에 이어 또 하나의 불행한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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