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버풀 & 축구

FA가 수아레스의 인종차별 발언을 유죄로 인정한 것에 대한 해석과 남은 일들

by wannabe풍류객 2011. 12. 21.
반응형

FA의 독립징계위원회에서 루이스 수아레스가 맨유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피부색과 관련된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8경기 출장 정지와 4만 파운드의 벌금을 결정했다. 리버풀이 즉각 이 결정에 반박하는 강한 어조의 성명을 발표하여 이 일이 끝나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몇 가지 점들에 대해 짚어본다. 

1. 출장 정지의 시작은 언제?
 
8경기 정지가 결정되었고, 그 시작은 이번 징계위원회 절차가 완료될 때입니다. 완료 시점은 수아레스가 항소한 것의 판결이 나올 때일 것이고 만약 항소를 포기하면 즉시 적용될 것입니다. 항소의 기한은 이번 징계를 결정한 패널들이 서면으로 작성한 조사보고서(?)의 날짜로부터 14일입니다. FA는 이 보고서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공지할 예정인데 며칠 걸릴 것입니다. 기사들을 보면 견해가 다른데 며칠 후 공개가 될 때가 공식적으로 항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시작 시점이라는 것과, 이미 리버풀은 서면으로 보고서를 받았기에 14일 기한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FA의 어제 공지를 보면 아직 항소 시점이 시작되지 않은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2주 이상의 기간동안 수아레스가 더 뛸 수 있다는 말인데, 궁극적으로 출장 정지 경기수가 변하지 않는다면(별로 줄어들 가망이 없어보이긴 하죠) 수아레스의 유무죄를 떠나 어느 시점부터 안 나와야 리버풀의 피해가 가장 적을지 고민해야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2. 새로 알게 된 것?
 
어제 리버풀의 반박글은 에브라가 영어로 말한 줄 알았던 "you South American"이 스페인어였고, 수아레스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고 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 말에 대해 수아레스가 "Porque, negro?"라고 한 건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서 대답한 게 아니라는 말이고, 수아레스가 의도적으로 에브라의 인종을 비하한 것이 아니라 그냥 "뭐라고 떠드는 거야" 정도의 의미로 말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제까지는 남미인, 네그로의 대화가 수아레스를 변호하는 리버풀 입장에서 언론에 흘러나온 말 같았는데, 오히려 맨유 쪽에서 흘린 정보일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습니다. 다른 추측을 하면 그간 언론에 나오지 않았지만 에브라가 수아레스에게 '이 남미인'보다 더한 욕설을 스페인어로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수아레스는 그 말을 못 들었다, 그리고 리버풀에서 그와 별개로 남미인-네그로 대화를 인정했다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3. 횟수의 문제
 
사건의 핵심 시점은 코너킥이 있기 직전 둘 간의 대화가 오갔을 때로 보입니다. 나중에 마리너 주심이 둘을 불러서 주의를 주고 수아레스가 에브라를 만진 시점은 문제가 아닌 듯(이 부분은 영상을 아무리 확인해도 둘 사이에 여러 대화가 오갈 수가 없었거든요). 결국 방송 영상에는 거의 잡히지 않은 코너킥의 혼잡 상황에서 둘이 신체접촉과 함께 대화를 했고, 이 때 수아레스가 인종차별적인 말을 '열 번도 넘게'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수아레스는 한 번 했음을 인정했다고 하고, 에브라는 여러 번 했다고 주장하는데 FA의 공지를 보면 insulting words라고 복수형으로 표현해 에브라 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4. 현지 언론의 반응
 
대체로 FA를 옹호합니다. 그나마 수아레스와 리버풀을 옹호하는 기사는 BBC의 비커리나 텔레그라프의 바스콤 정도. 하지만 이유란 게 맨날 듣던 뻔한 소리들. 수아레스가 네덜란드에서 산 게 몇 년인데 몰랐냐 그리고 심지어 알았어야만 한다는 추정이 주요 근거입니다. 그리고 많은 기사들이 지적하듯이 이번 결정은 수아레스의 유무죄와 상관없이 시점상 시범 케이스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블래터가 인종차별이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듯이 실언했던 그 시점이 이번 사건과 겹치면서 블래터와 피파를 공격하고 싶어하는 FA가 자기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엄중하고 과도한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존 테리의 경우도 검찰 조사이나 재판에서 유죄가 결정된다면 상당한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5. 리버풀의 대응
 
리버풀이 거의 항소할 분위기이긴 한데, 그와 별개로 여러 문제들이 남습니다. 
- 수아레스의 대체자를 영입해야 하지 않느냐. 지금 리버풀이 수아레스 없이 지금과 같은 경기력 유지가 가능하겠냐는 것입니다.
- 항소할 경우 출장 정지 기간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 케니와 헨리의 어설픈 입장. 계속해서 수아레스를 지지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양쪽 모두 명예가 실추되었고, 수아레스에 대한 어려운 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 어떤 기사는 케니나 헨리가 수아레스에게 처음에 속은 게 아니냐, 수아레스 말을 너무 쉽게 믿었다가 당한 게 아니냐는 말도 하더군요. 


6. 수아레스
 
항소 시점을 늦추거나 해서 수아레스가 뛴다고 해도 과연 심리적 부담이 없겠는가. 지금까지는 의연하게 잘 뛰었지만 이렇게 판결이 난 이후에도 가능하겠느냐의 문제입니다. 상대편 팬들은 더 모욕적인 야유를 할 것이 뻔하겠죠. 어떤 기사는 수아레스가 다른 리그로 떠나고 싶어하지 않겠냐는 추측도 합니다. 

## 이미 TP에 내가 올렸던 글을 조금 가공한 것이다. 원문은 http://premiermania.net/bbs/view.php?id=imsi&no=2280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