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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리버풀이 부당한 처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케니 달글리쉬

by wannabe풍류객 2011.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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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매 주 있는 기자회견에서 리버풀의 케니 달글리쉬 감독이 이례적인 행동을 했다. 회견장에서 스크린을 내린 다음 프로젝터의 불을 켜고 월요일에 있었던 풀럼과의 경기 장면 몇 가지를 기자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지난 경기에서 리버풀이 주심으로부터 수차례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다. 

Arsenal V Celtic, Uefa Champions League Qualifying, 26/08/09
Arsenal V Celtic, Uefa Champions League Qualifying, 26/08/09 by eamoncurry123 저작자 표시

케니는 비교적 솔직하게 할 말을 하고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경기 장면을 기자들과 같이 보며 공정함을 따져보자고 나온 것은 특이한 일이다. 그 자리에 있고, 또 기사를 쓴 기자들은 즉각적으로 몇 년 전 베니테스의 '사실' 인터뷰를 떠올렸다. 당시 라파는 맨유를 비난하며 온갖 '사실(fact)'들을 공개했다. 그 때는 리버풀의 우승 가능성이 근 20년 내 가장 높은 시점이었고, 지금의 리버풀은 유로파 리그 진출권 확보도 불안한 리그 순위를 달리고 있지만 작심하고 무언가 말하려는 두 리버풀 전현직 감독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라파가 그 기자회견을 한 이후 리버풀이 부진에 빠지고 결국 그 자신도 머지 않아 리버풀 감독에서 물러나게 되었는데 케니의 이번 기자회견이 팀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줄 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달글리쉬는 풀럼 경기에서 스피어링의 퇴장이 가혹했다는 점(공을 향한 것이 맞으므로), 풀럼 팬들에 대한 수아레스의 제스쳐가 징계감이지 의문이라는 점 등도 말했다. 특히 거의 같은 시각 잉글랜드 FA는 유로2012의 조별 경기 전체에 출장 정지를 당한 웨인 루니에 대한 징계를 두 경기로 줄이는 허락을 UEFA로부터 얻어내고 있었다. 이를 보면 케니는 스피어링이나 루니나 모두 거친 태클로 퇴장을 당했는데 스피어링은 자동으로 세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도록 해놓고 FA가 루니에게 관대한 처분을 얻어내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공격했다. 같은 잘못이면 같은 징계를 하라는 것이다. 

FA는 즉각적으로 잉글랜드 축구의 규정과 UEFA의 대표팀 경기 규정이 다르므로 다르게 적용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또 잉글랜드에서 비록 자동으로 세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려도 클럽이나 선수가 정당한 항의를 하면 징계를 줄이거나 없애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FA의 답변은 이해할 수 있다. 그 자체가 규정을 사실대로 설명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루니의 유로2012 조별 경기 참가는 경기력, 사기, 상업성 모든 측면에서 잉글랜드에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어제 뉴스를 통해 잘 드러났지만 잉글랜드는 유명 변호사들을 동원했고, 루니의 태클을 당했던 몬테네그로 선수의 선처의 뜻까지 얻어냈고, 잉글랜드 감독 카펠로마저 루니를 그 경기에 내보는 게 아니었다며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사죄하는 등 루니의 징계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같은 세 경기 출장 정지라도 예선전과 대회 본선에서의 타격이 다르다는 논리를 폈다는데 그 논리 때문에 UEFA가 징계 수위를 낮춘 것 같지는 않다. UEFA로서도 루니의 참가 여부는 대회 흥행을 위해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잉글랜드의 주장을 못이기는 척 수용했을 것이다. 


어제 케니는 많은 말을 했지만 이번에도 핵심은 수아레스 보호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이미 풀럼 경기 후 수아레스가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 사진을 봤느냐는 질문에 감독들의 흔한 회피책인 '나는 못봤다'를 시전했고, 이어서 사건을 인정한 후에는 수아레스를 다이버로 매도하는 풀럼팬들을 강하게 비판했던 터이다. 케니는 에브라와의 인종차별 논란에 대한 징계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리는 점을 재차 비난했고 이 모든 일들이 수아레스를 나쁜 인간으로 만드는 작용을 하고 있음을 우려했다. 케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월드컵 가나 경기에서의 고의적 핸드볼, 아약스 시절 바칼을 문 일이 프리미어 리그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복합상승 작용하여 수아레스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었고, 이는 주심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아레스는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리버풀 최고 핵심선수이기에 달글리쉬로서는 최선의 방어를 펼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분명 수아레스가 실제 이상으로 가혹한 처분들을 받고 있는 것으로 비칠 것이다. 

어제의 케니 인터뷰는 리버풀이 당하는 부당함에 대해 정의를 호소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 근저에는 리버풀의 저조한 성적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작년 후반기부터 새로운 구단주, 새로운 감독, 새로운 '비싼' 선수들이 리버풀을 면면을 바꿨지만 지난 시즌에 비해 승점은 고작 4점을 더 얻었을 뿐이라고 한다. 비록 케니가 풀럼 경기에서 판정의 문제와 FA의 징계 기준의 모호함을 주로 지적했지만 리버풀의 성적이 나쁜 것은 그런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문제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즌 리버풀은 크로스바를 지독히도 많이 때렸고, 득점이 매우 저조하다. 이는 수아레스의 득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리버풀에서 가장 비싼 선수인 앤디 캐롤의 득점 기여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미드필드부터의 문제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득점이 적다는 것은 공격수의 문제, 특히 토레스의 대체자로 온 캐롤의 부진으로 요약된다. 일부 저렴한 언론에서 캐롤을 뉴캐슬로 돌려보내는 루머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케니는 중앙 공격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루카스의 장기 부상, 스피어링의 세 경기 출장 정지로 리버풀 미드필드에 큰 구멍이 생겼다. 최근 케니는 나오기만 하면 잘 하는 막시를 벤치에 둬야만 하는 것이 골칫거리라고 말했지만 중앙 미드필드 문제 해결을 위해 막시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라드만 돌아온다면 리버풀의 여러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여전히 리버풀의 주장은 휴업 중이다. 케니는 루카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자를 1월에 영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선수 영입 없이 버틸 수 있을까. 첼시를 연파하고 맨시티를 거의 잡으며 모처럼 얻은 상승세가 루카스의 부재로 꺾인 지금 리버풀은 뾰족한 해법없이 12월 일정을 치르려고 한다. 상대팀들이 비교적 약팀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풀럼에게 진 마당에 확실한 대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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