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버풀 & 축구

리버풀 개막 경기: 아직은 팀이 아니다

by wannabe풍류객 2011. 8. 15.
반응형

고대하던 2011-12 시즌 프리미어 리그가 시작되었다. 과음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두 시간을 보냈건만 전반의 환호는 후반의 우울함으로 금세 대체되고 말았다. 후반만 보면 지지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음주 탓인지 자고 일어난 후 두통을 느꼈다.

리차드슨이 퇴장당하지 않은 것, 수아레스가 페널티킥을 놓친 것, 앤디 캐롤의 골이 무효로 선언된 것, 다우닝의 슛이 크로스바를 때린 것 등 리버풀이 억울하거나 아까워할 장면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 무기력한 후반전을 생각하면 달글리쉬 감독도 인정하듯 무승부가 양측에게 정당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경기 후 언론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리버풀의 새 구단주가 100m 파운드 이상을 들여 새로운 팀을 마련해줬지만 아직 한 팀이 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이 팀이 진정 파괴력을 나타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선더랜드의 웨스 브라운과 라르손은 모두 언론으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선더랜드는 인적 구성 자체로 리버풀 팬들의 미움을 받기에 충분하다. 맨유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감독부터 맨유의 주장이었던 스티브 브루스고, 리차드슨에 이어 최근 브라운, 오셰이 등이 맨유에서 이적했다. 안톤 퍼디난드는 리오의 동생이기도 하다.

브루스 감독은 버밍엄, 위건을 맡던 시절부터 계속 리버풀에 강한 면모를 보였고 이번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웨스 브라운은 특히 후반에 리버풀 공격을 잘 막았다. 동점골을 넣은 라르손은 아스날 출신인데, 스웨덴에 살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영향으로 리버풀을 응원했다. 그러나 그건 과거의 일이고 레이나가 막을 수 없는 멋진 골을 성공시키며 리버풀 팬들의 가슴을 무너뜨렸다.

이번 경기에서는 한국 선수인 지동원이 데뷔한 것이 특기할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지동원보다는 선더랜드에서 훨씬 비싸게 영입한 잉글랜드 유망주 위컴이 더 빨리 선보이는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선더랜드는 리버풀에 조던 헨더슨을 팔며 엄청나게 많은 선수를 새로 영입하며 리빌딩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막 경기에서 양팀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리버풀은 자랑이라도 하듯 100m 파운드 이상의 컬렉션을 모두 선발로 내보냈으나, 선더랜드는 두 명만 선발로 선정했다. 

경기 후 브루스는 예전 선수들이 잘 했는데 선수들을 새로 샀다고 갑자기 다 바꿔서 내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는 많고 선수들을 조금씩 바꿔가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선더랜드와 정반대로 신입 선수들을 전부 투입한 리버풀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헨더슨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할만한 경기력이 아니었다. 아직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아덤과 다우닝은 전반에 빛나는 장면들을 보이며 팬들을 흥분시켰으나 후반에는 에너지가 실종되었다. 자신들에게 붙은 거대한 가격표와 기대의 압박감 때문에 전반전에 너무 힘을 쏟았을 수도 있다. 수아레스는 페널티킥만 성공시켰다면 더 이상 할말이 없으나 그 실축은 두고두고 뼈아팠다. 캐롤은 여전히 헤딩을 잘 따냈으나 그것만으로 부족함은 명확해졌다. 캐롤의 헤딩은 아무 결실이 없었다. 

리버풀 구단주 존 헨리가 어떤 돈으로 100m 파운드라는 돈을 리버풀에 쏟아부었는지 모르나 그는 투자의 결실을 보기 위해 안필드를 찾았다. 물론 젊은 파트너 린다도 함께였다. 자신이 무엇을 샀는지 확인하러 왔다가 험한 꼴만 봤던 작년의 악몽이 반복되지는 않았으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만한 팀이 만들어지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확인했을 것이다. 

아마도 리버풀은 선더랜드 경기에서 코파 아메리카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수아레스를 후반에 교체로 투입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친정팀을 곧바로 상대하는 어린 헨더슨을 선발 라인업에 넣은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다. 리버풀이 전반에 두 골을 넣기만 했다면 승부는 끝났겠으나 결국 한 골만 넣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 케니는 대규모로 선수단을 보강한 선더랜드를 너무 경계했던 것일까? 카이트 그리고 아마도 스피어링 정도는 선발로 내보냈어도 별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면 메이렐레스를 투입하거나. 이유가 무엇이었건 무리한 선발 라인업이 승리를 부르지 못했으므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제 1라운드에 불과하지만 리버풀이 진정한 강팀이 되었다고 다시 선언하기 위해서는 이런 경기부터 이겼어야 한다. 전반전의 화려한 경기 모습에도 불구하고 리버풀의 몸값 비싼 선수들은 팀 플레이보다 빠른 템포의 중거리 슈팅을 선호하는 듯 했다. 마치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려는 것처럼. 많은 말을 하기에 한 경기는 부족한 경험이다. 그러나 패닉 상태에 빠졌을 아스날을 상대로도 후반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리버풀에 대한 우려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리그에 집중할 수 있는 이번 시즌이 기대할 것 없는 리그만 바라봐야하는 시즌이 될 수도 있다. 리버풀 코칭 스태프가 할 일이 산적해있다. 

마지막으로 필 다우드 주심은 리차드슨을 퇴장시키지 않은 점 때문에 비판받아야함이 분명하다. 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옐로우 카드를 남발했다. 그러나 남발의 이면엔 심판을 존중하라는 프리미어 리그의 방침이 있다. 선수들이 예전처럼 지나치게 판정에 항의하다보면 곧바로 카드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