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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UEFA, FIFA에 대항하여 유럽 클럽들이 혁명 일으킬 예정?

by wannabe풍류객 2011.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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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축구 클럽들의 모임인 유럽클럽협회(ECA)가 유럽축구연맹 및 국제축구연맹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다는 강한 경고를 내보냈다. 

유명한 축구선수였고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이기도 한 ECA의 협회장 루메니게는 월요일에 부패한 피파에 대항하는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CA의 전신은 유럽의 탑 클럽들의 모임인 G14이지만, 현재 ECA는 참여 클럽이 197개로 늘어난 대규모 단체다. 만약 ECA가 실제로 축구협회들의 연맹인 UEFA와 FIFA의 구속을 받기 않게 된다면 세계 축구의 지형도를 뒤바꿀 대변화가 일어난다.

UEFA 주관 대회에 유명 클럽들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클럽간 대회로 여겨지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가 사라진다. 또 유럽의 클럽들은 더 이상 대표팀 경기에 소속팀의 선수를 보낼 의무가 없다. 유로2016도 개최되지 않고, 월드컵도 제대로 치러질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럽 클럽들은 국가별 수준은 물론 세계 전체의 축구를 관장하는 협회들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가. 유럽의 클럽들이 UEFA와 체결한 양해각서가 2014년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클럽들이 챔피언스 리그에 참여하고, 대표팀 경기에 선수를 보내주는 이유는 모두 이 양해각서 때문이다. 2014년까지 UEFA가 유럽 클럽들과 이해 관계를 조정하지 못한다면 유럽 클럽들만의 모임에서 새로운 챔피언스 리그를 창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ECA의 여러 대표들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UEFA와 갈라설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또 ECA가 UEFA와 분리되면 거의 자동적으로 FIFA와도 분리될 것이다.

선수들에게 주급을 주고, 선수들의 능력을 계발하는 클럽들이 국가 대표팀 경기에 소속 선수가 참여하는 걸 탐탁치 않게 여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대표팀 경기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월드컵 본선의 참가팀은 32개까지 늘어났고, 일 년에 열리는 대표팀 친선 경기의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선수들은 휴식기인 여름에도 더위 속에서 국제 대회를 치르느라 혹사당하고, 종종 심한 부상을 입거나 체력이 고갈된다. 주전 선수들이 불가피하게 빠지며 여러 클럽은 시즌 초반 경기력에 큰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여러 기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 모든 논쟁의 핵심은 경제적인 부분인지 모른다. 온갖 투자를 하며 재주를 부리는 것은 클럽들인데 UEFA, FIFA는 힘도 별로 들이지 않고 (클럽들이 보기에) 부당하게 많은 이익을 갈취한다. 간단히 말해 클럽들은 자신들의 투자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길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ECA가 주도하는 '혁명'이 기존 질서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그들은 분명히 UEFA, FIFA의 규제는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각 국가의 축구협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될지 모른다. 국내 리그에 참여하지 않고 유럽 레벨의 리그만을 운영하게 되는 것인가? 유럽의 핵심 클럽들이 빠진 UEFA는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에 각 소속 FA들마저 UEFA에서 탈퇴하게 될까?

혹은 ECA가 UEFA, FIFA와 극적인 타협을 이뤄 클럽의 대표가 FA의 대표만큼 세계 축구에서 발언권을 갖는 새로운 제도가 창출될 것인가? 클럽들이 국제 축구 제도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이다. 클럽들이 진정 그 정도의 '혁명'을 원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국민 국가가 존속하는 이상 최상의 대표팀 축구를 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클럽과 다층 레벨의 FA간의 타협을 통한 개혁이 더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부정 의혹과 재선 과정의 잡음으로 FIFA의 권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비록 FIFA가 월드컵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쇼로 만들었지만 수없이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영원히 함구와 침묵으로 대응할 수만은 없다. 이번 ECA의 우려와 위협은 FIFA의 추락을 빌미로 구체화되고 정당성을 얻으려하고 있다. 블래터가 자꾸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도를 미룬다면 3년 후에는 전혀 새로운 축구 세계가 전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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