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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리버풀의 새로운 시작, 빗나간 상상

by wannabe풍류객 201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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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5, 2010 - 06330396 date 15 08 2010 Copyright imago Liverpool s Pepe Reina Scoring to own Goal Barclays Premier League Liverpool v Arsenal 15th August 2010 PUBLICATIONxNOTxINxUK men Football England Premier League 2010 2011 Liverpool Action shot Vdig xsk 2010 Square premiumd.

탈 많았던 리버풀의 지난 시즌의 여파는 클럽 매각 협상을 둘러싼 해프닝들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일요일에 벌어진 2010-11 시즌 프리미어 리그의 첫 경기로 잠잠해졌다. 근래 흔치 않았던 안필드 홈경기, 상대는 아스날. 새로운 감독 그리고 몇 명의 새로운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이는, 그리고 마스케라노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 경기는 몇 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어젯밤 너무 피곤해서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났으나 당연히 경기는 끝났고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인터넷을 하고 경기 동영상을 구해서 차근차근 보았다.

경기를 보기 전 통상적인 행위로 이 블로그에 접속했는데 아침에 네 자릿수의 방문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심상치 않았다. 주요 유입 키워드는 요바노비치. 이 두 가지 상황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요바노비치의 결승골로 리버풀이 아스날 꺾고 개막전 승리!"였다. 그 희망, 그 예상이 그렇게 늦은 시간에 깨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전반전을 보며 아스날이 찬스를 못 만드네? 수비가 나름 안정적이잖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 콜이 전반전 종료 직전 퇴장을 당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퇴장을 당할 수도 있는 태클을 한 것이다. 0:0으로 끝난 전반을 보며 10명인 리버풀이 후반에 한 골을 내주고 나서 두 골을 넣고, 요바노비치가 대활약을 하겠구나!라는 상상을 했다.

그런데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은곡이 골을 넣었다. 못 미더운 선수가 멋진 골을 넣으니 생경하고, 그러면 완전히 빗나가 버린 내 시나리오는 어떻게 고쳐야하는 것인가 의아했다. 결정적으로 요바노비치는 제일 먼저 교체되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요바노비치를 검색했던 것일까? 리그 첫 경기에 나선 선수지만 당당하게 수비수들을 몸싸움으로 이겨내고 드리블하던 모습 때문? 영국 사람들의 트윗을 봐도 현지 팬들은 이미 그를 사랑하는 것 같다.

요바노비치가 나간 이후로는 리버풀이 1:0 리드를 지키고 무사히 승리하는 시나리오를 갖게 되었다. 슈팅 조차 거의 하지 못하던 아스날의 모습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콧과 로시츠키가 한꺼번에 투입된 이후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특히 로시츠키는 위협적인 슈팅을 날려 레이나가 간신히 쳐내야 했다.

그리고 레이나 뒤에서 안필드를 잡던 카메라 앵글은 불길한 장면을 TV 화면으로 보냈다. 유난히 화면 오른쪽 위에서 빛나던 햇빛. 종종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서는 커클랜드를 보며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지만 그 강렬한 햇빛을 화면으로 보는 순간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예감은 현실이 되어 경기 막판에 리버풀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물론 패하지 않았지만 부상으로 주전이 대거 빠진 아스날을 상대로 홈에서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반에 아스날에 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리버풀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인상적이었지만 잘 언급되지 않은 장면을 말해보면, 우선 캐러거의 창의적인 백패스(?)가 있다. 스카이 스포츠의 앤디 그레이와 마틴 타일러는 캐러거가 공을 걷어내기 위해 높이 차 솟아오른 공이 골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고 레이나 근처로 떨어져 결국 레이나가 잡는 것을 보며 백패스는 아니지만 묘한 상황이다, 주심들이 다음부터는 일부러 저렇게 골키퍼에게 백패스하는지 신경써야 될 것 같다며 농담 따먹기를 했다. 

또 헤딩하기 위해 아스날 진영에 올라갔던 스크르텔의 한쪽 축구화가 벗겨진 장면도 왠지 모르게 인상적이었다. 공에 안면 강타를 당한 아거가 쓰러져있자 캐러거가 달려가 치료받으러 나가지 말라고 했던 것은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이미 조 콜의 퇴장으로 10명이 뛰던 리버풀이 아스날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9명으로 줄어들까봐 불가피하게 캐러거가 아거에게 요청을 한 것이다. 결국 아거는 더 뛰었지만 충격이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후반 45분을 10명이 뛰면서 전반보다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고, 레이나는 수퍼 세이브를 하고, 기대치가 낮았던 은곡이 득점을 했던 경기이기에 불운의 실점이 야속하고 야속했다. 아직은 시작일 뿐이지만 이번에 놓친 승점 2점은 분명 리버풀의 손해다. 클럽의 상황 자체가 위기지만 선수들이 매 경기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이런 경기에서 충분히 모든 승점을 챙길 수 있다. 얻은 교훈을 새로운 리버풀 팀이 잘 이해하고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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