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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리버풀-아스날 철의 동맹에 대해

by wannabe풍류객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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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딱 10년 전에 힐스보로 참사 이후 아스날이 리버풀과의 경기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배려를 한 게 아니라는 글을 썼다. 당시 웹상에서는 리버풀과 아스날이 철의 동맹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그 동맹의 시작점이 힐스보로 참사 때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10년 전 나는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의 두 팀이 유난히 친하다는 게 잘 납득이 되지 않았고, 적어도 힐스보로 사건 때 아스날이 리버풀과의 경기를 취소한 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아스날은 리버풀이 아니라 윔블던과의 경기를 취소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철의 동맹 이야기에서 힐스보로 사건뿐 아니라 앙리-제라드가 스토리의 또 다른 축이었음을 깨달았다. 구글 상위 검색 페이지에서 몇 가지 사항들이 근거로 제시되어 있는데 오늘 시간이 난 동안만 검증을 해보았다.
https://m.blog.naver.com/liverpoolity/220216737587

1. 04-05 챔스 결승 이전 앙리가 제라드에게 우승하라는 문자 메시지 전송.
2. 05-06 챔스 결승 전 제라드와 캐러거가 앙리에게 우승 기원한다고 전화와 문자 (Gerrard wants Gunners win - Alex Livie 기사 스샷. sky sports?)
3. 2005년 여름 제라드가 결국 첼시로 가지 않은 이후 아스날 데이빗 데인이 리버풀 릭 패리에게 축하 메시지
4. 앙리의 바르사 이적설 때 많은 이들이 이적을 추천한 것과 달리 릭 패리는 데인에게 전화해 앙리의 잔류를 희망한다고 전달
5. 2014년 4월 15일 힐스보로 참사 25주기 추모일에 지루가 힐스보로 추모 밴드를 벗어 키스하는 세러머니
6. 철의 동맹이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단어임을 확인. 그럼에도 두 클럽 간 특별한 우정, 존중이 존재한다고 주장

1~4번 사항에 대해서는 구글, 신문 데이터베이스 검색에서 동일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적어도 곧바로 찾을 수는 없다는 의미로, 내 노력이 부족해 못 찾았을 가능성은 있다. 혹은 1~4번 주장이 근거가 빈약할 수도 있다. 적어도 2번은 당시 기사의 스샷이 있으니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1번도 동일한 스샷 기사 중 일부일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출처를 적어도 오늘은 확인할 수 없었다. 5번은 비교적 최근 일이어서 웹에 관련 뉴스가 많이 검색된다.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앙리-제라드, 벵거-울리에, 데인-패리의 세 차원에서 우정이 존재했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각각의 관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성은 느낄 수 있었다. 앙리-제라드의 경우는 위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다뤘는데 근거가 된 것은 리버풀tv의 앙리 인터뷰 뉴스였고 출처는 확실했다. 앙리가 바르셀로나로 가기 전 제라드는 가망없는 일이지만 앙리가 리버풀로 오길 희망했다.
https://www.est1892.co.uk/forums/archive/index.php/t-56349.html
https://www.skysports.com/amp/football/news/3002810/gerrard-wanted-henry-at-anfield

울리에와 벵거의 우정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 했는데 비슷한 나이의 두 프랑스인은 수십 년에 달하는 우정을 자랑하고 있었다. 둘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는 웹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특히 최근 울리에 전 감독의 사망으로 더 회자되었다. 별도의 글로 다뤄볼만하다.
https://www.liverpoolecho.co.uk/sport/football/football-news/arsene-wenger-gerard-houllier-tribute-19880822
https://www.thefreelibrary.com/THE+FRENCH+CONNECTION%3B+He%27s+a+great+friend+but+I+could+never+share...-a060664227
https://www.birminghammail.co.uk/sport/football/football-news/gerard-houllier-praises-the-lasting-legacy-136273
https://www.independent.co.uk/sport/football/premier-league/ten-years-of-wenger-how-he-plotted-the-french-revolution-418145.html

하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릭 패리와 데이빗 데인의 우정이다. 이 두 경영자는 프리미어 리그의 출범부터 주도적 역할을 했고, 한동안 두 빅 클럽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리버풀이 2005년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자 릭 패리는 여러 클럽으로부터 축하 연락을 받았음을 공개하며, 특히 데인이 여러 차례 리버풀의 행운을 빌어줬고, 우승에 대해서는 마술사도 그런 식의 따라잡기는 생각해내지 못 했을 거라고 말했다고 공개했다(MEMORIES ARE MADE OF THIS ; Parry reflects on amazing days after Euro triumph 2005.5.30. 리버풀 에코, 크리스 바스콤 기사). 둘의 우정이 어떠했는지 몰라도 데인은 제라드의 첼시 이적설이 나오자 아스날도 영입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는 뉴스도 있었다(Arsenal wanted Gerrard, 2004. 7. 4. News of the world, David Harrison). 이 둘의 관계는 영국 축구의 역사적 전환의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버풀 전담 기자로 유명했던 크리스 바스콤이 아직 리버풀 에코에서 일하던 시절인 2006년 12월 16일 양 클럽의 관계에 대해 적은 글(Blood red-Wenger's fears are just sheer hypocrisy)이 있어 거칠게 옮겨본다.

리버풀의 '라이벌들' 중 최근 몇 시즌을 보내며 아스날이 다른 클럽들보다 더 존경을 얻었다.
부분적으로는 1998-2004 동안 울리에와 벵거의 가까운 친구관계의 결과일지 모른다.
데이빗 데인과 릭 패리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두 클럽은 새 경기장을 추진하며 비슷한 경로를 걸었고, 맨유와 첼시의 선전 기계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리버풀 선수와 팬들이 아스날의 축구를 기꺼이 칭찬하는 반면 벵거는 호의를 그다지 잘 돌려주지 않는다. 데인이 이스탄불 이후 가장 먼저 축하한 사람 중 하나인 반면, 벵거는 리버풀의 챔스 우승은 밀월이 FA컵 경승에 올라간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철의 동맹'이라는 말 자체가 출처가 불확실하다. 굳건한 동맹을 의미하겠으나 적어도 영어식 표현은 아니고 역사적 사건도 아니었다. 양 클럽의 동맹을 굳이 말하자면 프리미어 리그가 출범하며 풋볼 리그와 갈등을 빚은 상황에서 두 클럽의 주도적 역할을 지칭할 수 있겠고, 올해 큰 파문을 일으킨 유럽 수퍼리그에 동시에 참여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겠다. 두 클럽이 맨유, 첼시, 맨시티 같은 식의 운영을 하지는 않았지만 축구계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하여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부유한 클럽임은 부정할 수 없다. 축구판에서 로맨스를 찾을 수는 있지만 두 클럽의 일시적인 혹은 개인 차원의 특별한 관계를 굳이 '철의 동맹'으로 묘사할 필요는 없다. 두 클럽의 동맹은 앙리와 제라드 혹은 힐스보로 참사 직후의 사건들이 아니라 금전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오래된 욕망의 동맹, 카르텔의 차원에서 찾아야한다.

* 밀월은 2004년 FA컵 결승에 진출해 맨유에 패했다.
https://www.millwallfc.co.uk/news/2020/may/history-makers-the-lions-reach-the-fa-cup-final/


이런 류 글의 최초는 tp(가 모든 클럽 서포터가 모였을 시절)였던 걸로 10년 전 확인했었는데 현재 구db 접속 불가 상태다. 글이 각색되어 더 풍부해진 것은 하이버리 사이트였는데, 이 원문 링크 또한 접속 불가 상태다. 예전 글이 많이 남은 '알싸'에 2007년 1월 정도에 올라왔던 게 거의 처음으로 보이므로 대략 그 즈음이 아스날, 리버풀 두 바보 혹은 철의 동맹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 걸로 봐야겠다.
https://cafe.daum.net/WorldcupLove/BAOB/180306
https://cafe.daum.net/liverpoolfc/OV60/3087

'철의 동맹'을 알싸에서 검색하면 2007년 6월부터, 그러니까 아스날 리버풀 두 바보 이야기보다 더 뒤에 그러나 5, 6개월 정도의 차이 밖에 두지 않고 등장한다. 재미있게도 위건과 뉴캐슬을 두고 그런 표현이 있었는데, 아마도 '두 바보' 스토리와 엮어지며 아스날과 리버풀을 철의 동맹으로 지칭하게 된 걸로 보인다. 알싸의 아래 링크 글을 보니 툰코리아에서 철의 동맹이라는 표현이 시작된 건지 모르겠다.
https://cafe.daum.net/WorldcupLove/IS9/31331
https://pgrer.net/humor/39813

1989년 아스날 선수들이 리그 마지막 안필드 경기에서 헌화를 한 것은 물론 3만 파운드를 힐스보로 재난 기금에 기부했다는 기사를 발견하여 추가한다.
https://www.goal.com/en-gb/news/2896/premier-league/2011/04/15/2165077/we-won-the-league-at-liverpool-and-got-a-standing-ovation


부연 설명 글을 작성하였다.
https://vieri.tistory.com/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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