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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한국 문학 읽기

학마을 사람들(이범선), 왕모래(황순원)

by wannabe풍류객 2011.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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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읽은 책에서 각각 한 작품을 더 읽었다. 너무 느린 속도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학마을 사람들

전에 읽은 적이 있는 소설이다. 이번에 읽으면서 꽤나 도식적인 구성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민족의 평화를 지켜주던 학이 일제의 식민지 기간 동안 마을에 오지 않았고, 일제가 물러나자 거짓말처럼 돌아온다. 그러나 민족 상잔의 한국전쟁 시기에 새끼 한 마리는 죽고, 큰 학 한 마리는 인민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나머지 두 마리(큰 학, 새끼 학)는 진저리가 났다는 듯 마을을 떠났고, 중공군이 밀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 부산으로 이사한다. 피난 생활을 끝내고 돌아왔으나 학이 살던 나무는 불타버렸다. 홀로 남았던 박 훈장의 죽음을 알게 된 이장도 죽으며 손자인 덕이는 유언에 따라 새로운 소나무를 학나무로 심으려고 한다. 

주인공을 이장영감이라고 볼 때 개인의 일생이라는 짧은 기간에 마을, 한국은 큰 변화들을 겪었음을 새삼 알게 된다. 식민이나 전재이나 확정된 역사적 사실이지만 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혼란, 분노를 후대의 우리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학나무가 있고, 학이 와서 새끼를 두 마리 이상(자녀 수 둘은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낳아야 세상일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믿음 때문에 전쟁으로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학나무만 되살린다면 모든 게 회복될 것이라고 믿은 것일까. 그렇데 단순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존할 것이라고는 그런 믿음밖에 없었던 것인지 모른다. 

1957년 1월에 발표된 작품. 전쟁의 상처가 조금은 아물어가던 시절. 이제는 새로운 학나무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 점에 의의를 두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왕모래

1953년 10월 작품이다. 소나기와 달리 어머니를 살해하는 매우 살벌한 작품이다. 사금판에서 일하며 몰래 모래를 삼켰다가 집에서 배출하며 금을 찾다가 죽은 아버지를 둔 돌이. 그의 어머니는 사금판 근처의, 아마도 곰보아주머니의 집에서 매춘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결국 돌이를 버리기에 이르는데, 돌이는 어느 집에 양자로 갔다가 그 집에 아들이 생기며 쫓겨났고, 포목점 심부름꾼, 농기구점 잡일을 거쳐 여관에서 일하며 10대 후반에 접어든다(처음에는 9살). 

돌이는 언제나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사랑을 갈구했으나 어머니에게 돌이는 새 인생을 살지 못하게 만드는 짐일 뿐이다. 돌이를 버리고 몇 명의 재력 있는 남자들에게 의지했던 어머니는 계속 버림을 받았고, 아편쟁이가 되어버렸다. 세상일을 모르던 순진한 돌이는 어머니의 매춘, 아버지의 절도(법적인 의미에서)의 의미를 이해했고, 어머니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도 알게 된 후 어머니를 죽인다. 그리고 이제는 곰보아주머니의 위선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작품의 시대 배경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한국전쟁이 끝난 시점에서 황순원은 이런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려나. 어머니와 자식의 무너진 관계를 비롯해 소설 속의 인간 관계들은 비정하기 짝이 없다. 가장 인간적인 인물은 세상을 모르는 돌이였다. 그러나 그도 이제 세상을 알게 되었으므로 생존을 위해 무엇이건 하는 인물이 될지 모른다. 어두운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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