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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코난 도일, 배스커빌 가문의 하운드

by wannabe풍류객 2010.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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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멋도 모르고 셜록 홈즈가 좋았다. 아르센 루팡과 홈즈 덕분에 내 인생의 잠깐 동안 장래 희망은 탐정이었다.

돌이켜보면 탐정계의 유명한 두 사람이 등장한 소설의 내용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소설뿐 아니라 많은 것들을 망각했지만 이렇게 깡그리 잊어버리면 내가 얼마나 좋아했던 것인지 의심이 생기곤 한다. 사람/사랑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

올해 초에 영어 원서 구매가 일종의 취미생활이 되어버려 책장 몇 개를 채울만한 영어 책들이 생겼다. 요즘은 거의 책을 사지 않는데 그 끝을 장식한 것이 셜록 홈즈 시리즈다. 

기왕에 모으면 시리즈를 다 갖춰야 할 것 같은 쇼핑중독자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 홈즈 시리즈 전체를 모았다. 

마침 예스24는 국내 인터넷 서점 중 유일하게 펭귄 출판사의 레드 클래식 시리즈의 홈즈 전집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격이 중요한 요소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의 클래식 시리즈로 두 권의 홈즈 책을 미리 구매했다. 

나머지 것들은 표지 디자인이 뛰어난 펭귄 출판사의 책들로 샀다. 가장 먼저 다 읽은 것은 바로 이 책,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다. 이 책을 포함해 영어 소설을 볼 때마다 모국어로 영어를 습득하지 않은 사람의 어휘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큰 줄기들을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세밀한 감정들을 제대로 포착하며 읽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이 소설은 전설 속의 거대하고 악마 같은 하운드가 실재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코난 도일은 독자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줄타기를 아주 잘 한다. 읽으며 악마의 개가 설마 있을까 싶다가도 있다고 믿게 된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홈즈 시리즈는 왓슨의 시각에서 서술되는데 이 소설은 편지, 일기 등 다양한 형식을 차용했다. 여러 형식을 교차로 사용한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독서에 장애를 일으키는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왓슨은 나름대로 열심히 추리하고 조사를 하다가 후반부에 홈즈의 가르침을 받아 사건의 전모를 깨닫는 게 불쌍해 보인다. 하지만 홈즈가 아무리 뛰어나도 왓슨의 도움은 언제나 필요하다. 이 소설을 보며 내가 파악하기로 홈즈는 절대 천재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아주 치밀한 사람이다. 과학적 방법론이라고 할까, 서구의 학문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화신과 같은 캐릭터다. 

읽어야할 책이 많아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시리즈의 다른 책을 집어들면 더 잘 알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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