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mporary

최진실과 운동회

by wannabe풍류객 2008. 10. 3.
반응형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최진실씨가 죽었다. 그것도 안재환씨에 이어 단기간에 벌어진 유명 연예인의 자실이다. 어제 9시 뉴스는 메인 뉴스로 10분 이상 최진실씨의 죽음을 다뤘고, 내 주변 사람들마저도 그녀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있다. 

국민학교 시절 반에서 제일 예뻤던 여자애가 최진실을 보며 이렇게 예쁠 수가 있냐고 평가했던 생각이 난다. 요즘은 아무나 보고 여신이라고 하지만 당시 최진실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억척같은 그녀의 삶 때문에 세간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지 못해서였을까 그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힘겨운 생의 무게를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모양이다.

자살한 그녀를 너무 미화하지 말자는 기사를 보기도 했는데 인터넷에서 개인정보가 손쉽게 노출되고 악성 댓글이 달리는 현실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들다가 동아일보의 기사 제목 하나가 눈을 사로잡았다. 

기사입력 2008-10-03 02:58
“최씨, 오늘 아들 운동회 간다고 좋아했는데…”

이날 빈소를 찾은 지인들도 충격에 황망해했다. 한 지인은 “3일이 아들 운동회라고 했다. 김밥을 직접 싸 간다고 했는데…. 김밥이 별로 맛은 없겠지만 같이 가서 우리 아들 응원하자고 행복해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810030120


얼마전 운동회에 대한 글을 발표하고 온지라 예사로 넘길 수가 없었다. 도시화로 운동회가 축소되고, 학부모들이 직장 때문에 운동회에 참석하기 힘든 현실 때문에 가을 운동회는 종종 개천절인 10월 3일에 개최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최진실씨도 오늘 아들의 운동회에 다녀왔을 터이다. 

요즘 운동회 사진을 보면 부모들이 자기 자식 사진을 연방 찍어대는 광경이 많이 보인다. 운동회가 마을이나 지역의 축제가 되지 못하는 이상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수많은 학교에서 사라져가는 운동회가 존속하는 한 가지 이유는 과거 운동회에 대한 기억을 가진 부모들이 자식의 운동회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운동회는 자식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교라는 공간을 그나마 웃는 얼굴로 갈 수 있는 흔치 않은 시간인 것이다. 

운동회와 최진실. 영원히 우상일 것 같았던 최진실이 자녀의 운동회에 학부모로 참석한다는 것도 낯설고, 그녀가 아들의 운동회를 며칠 앞두고 죽었다니 더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녀의 아들은 오늘 운동회에 갔을까, 최진실이 오늘 학부모로서 줄다리기도 하고 계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

오늘 중앙일보에 또 운동회에 대한 언급이 있다.


‘괴담’에 엄마 설 자리도 빼앗겼던 최진실

3일은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맞는 첫 가을 대운동회였다. 아들은 ‘엄마와 함께 달리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들은 운동회에 나오지 못했다. 엄마는 운동회 전날 목숨을 끊었다.

최 진실(40)씨는 자살하기 전날인 1일, 매니저 박모(27)씨에게 “개천절이 아들 운동회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최씨는 매니저에게 “내가 왜 사채업자냐”며 항변하듯 말하면서, 아들 운동회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운동회에) 못 갈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아들의 학교 담임선생님은 “엄마랑 신나게 뛰었을 텐데…,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 때문에 울고 웃는, 평범한 엄마였다. 최진실씨의 아들인지 몰랐다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이는 평범했다”고 전했다.

http://news.joins.com/article/3322722.html?ctg=1203
반응형

'Tempor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를 보며  (0) 2008.10.08
마크로스 프론티어  (0) 2008.10.07
여대생  (0) 2008.09.23
야스코와 켄지  (0) 2008.09.22
Dune (1984)  (0) 2008.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