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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월드컵]오심이 아닌 오심: 되돌아보는 2006 월드컵 한국과 스위스 경기 오프사이드 논란

by wannabe풍류객 2010.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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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블로그의 방문자 수가 급증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신문선 오프사이드'라는 검색어로 수십 건의 접속이 발생했다(아직 이 블로그는 하루 방문자가 백 명 넘는 경우가 별로 없었으므로 대단한 일이었다). 이제 와서 왜 또 그러나 싶다가도 내가 예전에 쓴 글이 문제가 있지는 않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가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며칠 새 떠오르는 생각도 있고 해서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본다.

2006 월드컵이 있던 해에 한 번, 신문선씨가 다시 그 때 일을 꺼낸 2008년에 한 번 이렇게 두 번씩이나 그 오프사이드 논란에 대한 글을 쓴 바 있다. 여전히 감정적으로 그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고, 신문선씨의 설명은 여전히 미심쩍다. 

오늘 지난 월드컵의 그 경기 동영상을 다시 돌려보았다. 여전히, 분명히 프라이 선수의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저작권 때문에 그 영상 캡쳐한 이미지를 올리지는 않겠지만, 의외로 결론은 4년 전에 확실히 난 문제였다. 

바로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서 정확히 사태의 실상을 진단했던 것이다. 기사 하단에 보면 후반 32분 마르제라즈 선수가 패스하는 순간 프라이가 온사이드였다고 밝히고 있다. 선수가 온사이드 위치였는데 어떻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할 수 있으랴!

TV를 보는 사람들이 오프사이드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카메라 앵글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골이 들어가기 직전 경기 중계 화면만 보고 오프사이드가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골이 들어가고, 주부심이 논의한 이후 나온 리플레이 영상(오프사이드인지 판정하기 좋은 각도에서 찍고 있다)을 보면 스위스 Margairaz 선수의 발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프라이보다는 김진규가 확실히 골키퍼 쪽에 가까이 있었다. 심지어 프라이와 김진규가 논란의 여지가 생길 정도로 평행선 상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헛갈려하는 건 원래 프라이에게 갈 패스가 아니었는데 스위스 선수의 발에서 떠난 공이 이호의 발을 맞고 갔기 때문이다. 이호의 발에 공이 맞은 순간의 프라이 위치(이 때는 김진규보다 골키퍼에 더 가까이 있었다)로 오프사이드가 확실한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판정하려면 누군가 상상력을 발휘해 주장하듯이 이호가 자신의 의지로 패스를 한 경우라야 한다. 그런 경우라면 프라이의 온/오프사이드 여부는 상관이 없다. 상대편 수비수의 골키퍼를 향한 어설픈 백패스를 가로채서 골을 넣는 건 가끔씩 볼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식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호는 연결되는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다리를 뻗었을 뿐이고 다리에 맞은 공이 하필 프라이에게 패스한 꼴이 되버렸을 뿐이다. 그런데 경기 당일 피파는 백패스로 간주해서 오프사이드룰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게 공식 입장이라면 유감이다. '간주'할 수 있을지 몰라도 능동적 패스라고 볼 수는 없을테니까.

신문선씨의 견해는 "횡패스" 논리가 근간이다. 기사들을 이용해 판단하면 2007년 C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외국의 유명한 심판강사의 견해를 인용하는 것 같다. 그 강사가 패스가 횡패스였고, 이호의 발에 맞아 백패스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말해줬다는 것이다. 그는 그 견해를 2008년에 그대로 인용하여 근거로 삼고 있다. 2008년 11월에 내가 글을 쓸 때 있었던 그 기사는 현재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더 근본적으로 그가 2006년 월드컵 때 왜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해설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기억이 없다. 당시 기사를 보면 국민적 반감으로 해설위원에서 하차한 뒤 경기 후 주심의 견해가 "자신은 부심이 깃발을 든 것은 봤지만 골문으로 슈팅을 하거나 골문 쪽으로 한 패스가 아니었고, 한국의 수비수가 볼을 터치해 굴절이 돼서 한국 골문 쪽으로 가는 것을 백패스로 간주해서 이것은 오프사이드 반칙에 전혀 저촉이 되지 않는다"였고 이 견해가 피파에서 높은 평가를 내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보면 신문선씨가 경기 중에도 이런 생각을 똑같이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후 주심, 피파 그리고 주심과 같은 의견인 어떤 유명한 심판강사의 견해를 인용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생각하면 심지어 엘리손도 주심의 말도 맞지 않다. 횡패스가 실수로 최전방 공격수에게 전달되는 경우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면 부심은 왜 기를 들었을까? 부심은 프라이의 오프사이드 위치 여부에 대해서는 잘못 판단을 내렸지만(워낙 순간의 일이라 오프사이드는 언제라도 잘못 볼 수 있다), 축구 규칙 자체는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다시 한 번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 오프사이드 규칙 해설 사례를 살펴보면 그림 상에서 A는 B에게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공을 전달한 게 아니다. 즉 의도를 가지고 패스한 것이 아니라 슛을 했는데 우연히 상대편 수비수의 몸에 맞고 B에게 전달된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B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음으로써 이익을 봤기 때문에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한 것이다. 만약 프라이가 그림처럼 B의 위치에 있었다면 오프사이드지만 이 글 초반에 밝혔고 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서도 인정한 것처럼 스위스의 선수가 패스를 하는 순간 프라이는 온사이드였다. 

엘리손도 주심은 슛이 아니고 골문 쪽으로의 패스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지만 위의 그림은 오프사이드 판정의 하나의 기준인 "Gaining advantage"를 설명하며 어떤 우연적 상황이라도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음으로써 이익을 봤다면 반칙을 범한 것이라는 오프사이드 룰 자체의 넓은 취지를 지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엘리손도는 부심의 깃발을 봤지만 규칙을 잘못 판단해서 오프사이드 반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2006년에는 엘리손도가 어떻게 자신의 위치에서 프라이가 오프사이드 위치인지 아닌지를 판별했을까 의아했는데 이제서야 의문이 풀린다. 원래 그는 알 수 없었고 프라이의 오프사이드 여부는 부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규칙 해석에 의거해 반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오프사이드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기본인 선수가 애당초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긴 한 것인가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즉, 어떤 의미로 오심을 한 것이다. 

경기 속에서 부심은 프라이가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한 게 아닌데 깃발을 들었다. 주심은 부심의 판정을 외면하고 자기가 해석하는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오심을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제대로 된 판정이었다. 이 복잡다단한 역설은 한국 축구 대표팀과 국민에게 또 다른 아픔을 안기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그 골로 한국 팀의 추격 의지는 완전히 꺾여버렸으니까. 

이유야 어떻게 되었건 국민적 감정의 조류에 휩쓸리지 않은 신문선씨의 태도는 칭찬하고 공경해마지 않지만, 이 사건에서 오프사이드 룰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셔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당시 사건에 대한 BBC의 해설인 위 동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잉글랜드 스타 선수 출신인 개리 리네커, 알란 시어러 등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들은 백패스니, 횡패스니 그런 말 하지 않는다. 오직 위치로만 따지고 있고, 심판의 판정을 칭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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