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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카프카 <성>

by wannabe풍류객 2016.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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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자도서관을 통해 카프카의 <성>을 수 차례 대여했는데 그 때마다 오류가 나서 읽을 수가 없었다. 어쩌다 좀 읽게 되더라도 도대체 이게 어떻게 흘러갈 내용인지 종잡을 수가 없어 접기도 했다.


이번에는 어찌어찌하여 겨우 끝까지 읽어냈다. 끝이라고는 해도 완결작이 아니다보니 내용이 갑자기 끝난다.


주인공 K가 알 수 없이 피곤하듯, 아무리 걸어도 성에 가까이 갈 수 없듯 책을 읽어도 갈피가 잡히지 않고 나도 덩달아 피곤하져 책장을 덮다 열었다를 반복했다. 전자책 단말기로 소설을 읽었으니 정확히는 단말기 커버를 열고 닫곤 했다.


이러한 일독 이후 정리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고, 이미 머리 속에서 지워져나가고 있는 읽은 후의 단상들을 적어두어야겠다.


초반부의 사건들은 부조리하게 보이는 것들 투성이다. K의 조수가 두 명 오는데 예전 조수들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K는 예전에 같이 일했을 것이라 짐작되는 조수를 불렀지만 실제로 등장한 조수들은 성에서 자란, 즉 K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나중에 설명되기로 이 조수들은 성의 명령에 따라 K의 조수가 된 것이다. 그런데도 K는 토지측량 일을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의 존재를 조수로서 인정해버린다.


성의 이방인인 K가 성 혹은 그 인근 마을 사람들을 보며 종종 외모가 비슷하다고 평가했던 것 같은데 조수들의 외모에 대해서도 K는 그렇게 평가를 내렸고 심지어 하나의 이름으로 둘을 불러버린다.


조수들은 소설에서 웃음을 책임지는 캐릭터들이다. 그저 귀찮게 K를 졸졸 따라다니는 두 인물로 치부되던 두 명은 K가 둘을 쫓아내자 비로소 하나의 의미가 있는, 개성이 있는 인물로 재등장한다. 심지어 한 명은 프리다를 차지해버린다.


프리다는 주점의 종업원으로 K와 처음 만났는데 갑자기 호감을 보이고 둘은 결혼에까지 이른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너무 빠른 이성 관계의 전개라고 하겠는데 소설 후반부에 물론 프리다가 K를 이용했다는 식의 설명 방식이 제시되고는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K는 어떻게 말 그대로 처음 보는, 방금 만난 여자와 사랑하게되었는가 하면 우세한 설명은 성의 관리인 클람의 애인이라서가 되겠다.


그렇다면 그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이었는가가 의심스럽겠는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사랑의 감정이 K쪽에는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을 전체에서 유일한 이방인으로 설정된 K가 마을에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토지측량사라는 직업도 중요하지만 마을의 기존 인적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프리다가 중요했다. 사랑이라는 것이 하나의 유형만 있는 것은 아니니 K에게 갈수록 프리다가 소중해졌다고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K가 프리다의 뜻에 반해 다른 여자들을 만나며 깨진다.


K는 토지측량사로 성에 왔고 그 점이 성으로부터 인정되었지만 마을 촌장의 설명에 따르면 성에서 어떤 착오가 있었고 토지측량사는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마을에 들어온 K는 어떤 존재로 인정을 받아야했고 학교관리인이라는 그다지 영예롭지도 대우가 좋지도 않은 임시직이 된다.


소설의 큰 메시지랄까,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은 관료제 조직에 대한 비판이다. 카프카의 단편 '법 앞에서'를 연상시키는 장면도 많다. 성의 관리들의 행태는 K에게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이런 점을 보며 유대교나 기독교의 신과 인간의 관계를 떠올리는 것도 수긍할 수 있다. 굳이 종교적 해석을 하지 않더라도 근대적 관료제 조직에서 서류로 처리되는 사무들로 인해 일반인들이 겪어야하는 불편과 고통이 소설에 잘 나타난다.


갑갑한 소설의 중반까지의 전개가 숨통을 트이게 된 것은 K의 등장이 마을에 끼친 영향이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설명이 되면서부터다. 원래 명예로운 집안이었지만 성의 관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천대를 받게 된 올가, 아말리아, 바르나바스 남매와 부모, 프리다가 K와 잠시 주점을 떠난 사이 며칠 동안 그녀의 자리를 차지했던 페피는 K라는 새 인물이 마을에서 그들에게 어떻게 긍정적 의미를 제공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K가 종교적 메시아라는 설명방식도 있는데 특히 이들에게 그렇게 비춰졌을 것 같다.


더 생각나는 것이 있거나 재독의 기회가 있다면 내용을 추가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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