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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웨스트월드 시즌3 피날레

by wannabe풍류객 202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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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월드가 이번에 끝나는가 했지만 제작자 중 한 명이 시즌4를 언급하는 제작영상이 나타나며 내후년에 또 보게 되었다. 테마파크 안에서의 이야기를 탈출한 이상 이 이야기가 왜 웨스트월드로 계속 불려야하는지 의문이 생기지만 윌리엄을 계속 메인 캐릭터로 끌고가겠다는 설정이 그런 제목의 정당성을 담당할 모양이다.

 

시즌3 에피소드8이 펼쳐진 결과 돌로레스는 소멸한 듯 하고, 세락은 죽지는 않았으나 리호봄과의 단절 그리고 리호봄의 정지로 힘을 잃었고, 메이브와 케일럽이 결합하여 인류의 새로운 경로를 열었다. 스텁스는 큰 총상을 입었으나 죽지는 않았을 수도 있고, 키를 가진 인물로 밝혀진 버나드는 서브라임에 접속하여 갑자기 고개를 떨구다가 온 몸에 먼지가 잔뜩 쌓일 정도로 긴 시간이 흐른 후 깨어났다.

 

인류의 입장에서 악마와 같은 돌로레스가 알고보면 구원자였다는 예측이 이전부터 있었는데 들어맞았다. 시리즈의 악당은 세락이었다. 자유 의지가 최고의 윤리로 설정되며 인류가 거의 멸망에 이를 혼란은 불가피한 것으로 그려졌다. 지난 시즌 웨스트월드 내 호스트들의 봉기는 시즌3에서 인간들의 봉기와 겹쳐진다. 제작 영상에서 드러나는 바, 인간과 AI가 얼마나 비슷한지가 결국 이 시리즈의 반복되는 테마다. 조물주, 신에 대한 반란.

 

돌로레스의 결단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원래 돌로레스는 사라졌고, 헤일로레스는 두바이에서 호스트 부대를 생산하며 원본 돌로레스와 다른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둘의 출발은 같았지만 정반대의 길을 가게 된 것인데, 원본 돌로레스가 언제 인간의 아름다운 면만 보고 희망을 갖기로 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돌로레스는 메이브를 향해 모든 호스트들은 다 나의 복사본이라고 선언했다. 이전 호스트들이 다 실패하고 돌로레스가 처음 제대로 작동했고, 나머지 호스트는 돌로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류의 아담과 같은 존재라 하겠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개성을 주장하며 온갖 종류의 인간형, 인간성이 분기하는 것처럼, 똑같은 돌로레스 펄, 마블을 심은 호스트들이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이 드러났고, 헤일로레스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진행되었다.

 

헤일로레스는 시즌3가 진행되며 원래 헤일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바, 그녀가 가족을 인간 헤일보다 더 사랑했지만 남편과 아이를 상실한 후 원본 돌로레스에 반감을 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반감이 돌로레스를 파멸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을 없애는 쪽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수긍이 가지 않는다.

 

케일럽에 대한 정보가 이번에 더 공개가 되었다. 그는 실제로 군인처럼 훈련을 받은 시절이 있었는데, 훈련에 호스트들이 동원되었던 적이 있다. 당시 돌로레스가 포함된 위험에 처한 여성 호스트들을 케일럽이 구해주며 돌로레스가 케일럽의 좋은 면을 봤다는 것이다. 케일럽이 인류를 멸망시킨다는 지난 편의 언급은 리호봄이 통제하는 사회 구조를 파괴함으로써 인류가 혼란을 겪도록 놔둔다는 것인데, 혁명을 일으키는 민중들에 있어서 그것은 억압자들을 끌어내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리호봄의 예측으로 이 혼란으로 상당수의 인류가 목숨을 잃을 모양이긴 하다. 그야마로 세상의 끝.

 

돌로레스가 케일럽의 도움으로 부활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머리 부분을 제외하면 금속 뼈대만 있는 듯한 신체를 가진 돌로레스는 멀쩡히 걸어다니며 피부 조직을 옷처럼 입음으로써 인간의 외형을 확보했다. 이전까지 호스트들의 제작 과정을 보면, 대표적으로 근육 조직을 설치(?)하는 것처럼 인간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 돌로레스는 전혀 달라보였다.

 

윌리엄은 델로스의 두바이 지부를 방문하고는,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듯 했다, 헤일로레스와 만나고, 또한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모습을 한 호스트를 마주하고 그에게 살해된다. 시즌2에서 호스트임에 거의 분명한 윌리엄이 등장했는데 이번 영상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진짜 윌리엄은 자신이 호스트인지 착각하기도 했지만 시즌3 말미에 가서야 정말로 죽었다.

 

정말 마지막 장면은 서브라임에 갔던 버나드가 고개를 들고 깨어나는 광경이다. 관련 팟캐스트를 들으며 버나드가 인간-호스트 결합체라고 자꾸 이야기해서 무슨 소린가 했지만 당연히 그는 그런 존재였다는 걸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호스트들은 델로스의 시나리오 작가, 아니면 궁극의 창시자인 포드와 아놀드가 만들어낸 창작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버나드는 아놀드라는 실제 인간을 모델로 만들었으니 돌로레스를 비롯한 시즌 1, 2의 호스트들과는 다른 존재이긴 했다. 하지만 이제 헤일로레스도 나왔고, 호스트 윌리엄도 생겼으니 비슷한 하이브리드들이 더 증가하긴 했다.

 

AI 로봇이 인간과 너무 비슷해지면 둘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오래된 SF 장르의 질문이 이번 시즌에도 계속 이어졌다. 로봇을 인간형이 아닌 기계다운 외형으로 놔두면 해결될 일일까? 확실히 기계 같은 로봇이 파괴될 때는 인간형의 경우에 비해 별로 마음이 아프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외형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러 기계 같은 로봇들이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시간이 충분하면 관객들은 그런 캐릭터에도 동정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월드는 너무 많은 캐릭터로 인해 기계적 외모의 로봇들에 감정을 이입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자유의지의 인간들이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대량 파괴가 리호봄이 통제하는 안정된 사회보다 정말 나은가이다. 물론 자유의지는 좋은 말이지만 통제가 필요할 경우도 있다. 리바이어던도 이성적인 인간들이 합의한 결과물이다. 수많은 인류가 파괴된 후의 인간 사회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툴 일이 적으므로 당분간 평화로울 수 있지만, 다시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전의 역사를 반복할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웨스트월드는 남은 인간 사이의 다툼을 볼 새도 없이 호스트들이 공격을 할 모양이니, 이 이야기를 어디로 끌고갈지 모를 일이다. 호스트들에 대항하며 인간들의 유대감을 높이겠다는 전략일까? 헤일로레스도 결국 돌로레스가 가졌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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