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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기이한 경기

by wannabe풍류객 201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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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 삼십 분의 경기를 보기 위해선 거의 밤을 새야했다. 킥오프 시간에 맞춰 자다가 일어나기도 힘들고, 경기를 다 보고 나면, 특히나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엔 더욱 잠이 금세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근래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가 쉬웠던 적이 별로 없었지만 어려운 스토크 원정을 승리로 이끈 이후의 리그 경기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예상했다. 다만 리버풀이 데려오려고 했던 첼시의 버트란드가 하필 아스톤 빌라로 임대를 가서 선발로 뛰는 것을 보았을 때 이거 좀 아쉬운데라고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버풀의 그 포지션엔 알리 시소코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 중 그리고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시소코는 욕을 많이 먹었다. 경기 종료 직전 길게 쓰로인을 하려고 애쓰던 알리 시소코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경기는 리버풀의 패색이 짙었으나 아그본라허의 부상과 논쟁적인 페널티킥 선언의 도움으로 무승부로 끝날 수 있었다. 벤테케도 생각보다는 꽤 잠잠한 편이었다. 수아레스가 빌라 수비에 막힌 것처럼 리버풀 수비들이 필사적으로 막았던 결과일까.


경기 후반 폴 램버트 감독의 리액션이 리버풀의 오늘 경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램버트는 안필드로 원정 온 경기에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가자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정도로 오늘만큼은 안필드가 철옹성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고 램버트는 승점 3점을 챙길 수 없음에 분노하고 있었다.


TP에서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시소코에게 욕을 할 수도 있고, 존슨을 비판할 수도 있겠고, (나는 아직 할 수 없지만) 주장인 제라드를 후보로 돌리라는 둥 교체해버리라는 둥 온갖 천대를 해야하는지도 모르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감독 로저스에 대해 말해보자.


로저스는 종종 자신이 한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경기 결과를 낳곤 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기 직전의 정례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리버풀이 우승도 노려볼만하다고 희망에 부풀게하는 말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어느 저널리스트가 말하듯 리버풀이 후반기에 아무리 강팀들과 홈 경기가 많다고 해도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이렇게 고전하는데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더욱 이상한 건 로저스가 제라드를 지난 스토크 경기에서 홀딩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제라드의 40세까지 선수 생명 유지 수단은 바로 이거라고 지목하고는 이번에는 그렇게 쓰지 않은 것이다. 제라드는 헨더슨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를 담당했는데 그의 실책성 플레이는 직접적인 실점의 빌미가 되었다. 로저스는 측면을 돌파할 수 있는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짠 것 같은데 오히려 리버풀의 측면이 지속적으로 뚫렸다. 중앙 미드필더에서도 빌라에게 밀렸다. 결국 후반에 루카스가 들어온 이후 제라드의 전진 패스가 살아났다(루카스는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로저스는 스토크 경기 이후 3실점을 했음에도 5득점을 했던 선수들의 정신력을 칭찬했고 이번에는 두 골을 먼저 내주고도 동점을 만든 점을 칭찬했다. 그러나 리버풀이 수비를 정비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시소코를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닐 것이다. 존슨을 왼쪽으로 돌리고 켈리를 쓸 수도 있었을 법하지만 그렇게 안 한 것은 켈리의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존슨이라고 크게 기대해볼만한 것도 아니긴 하다. 


오늘 라인업은 스토크 경기에서 제라드에게 홀딩 자리를 내주고 더 전진해서 경기한 길 잃은 루카스를 빼고 스토크 경기에서 부상 복귀하자마자 골을 넣은 스터리지를 넣은 것이었다. 단순한 논리로서는 그럴듯하다. SAS 라인을 처음부터 가동하는 것은 감독의 생각일 뿐 아니라 리버풀 팬들의 요구였을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포메이션 변경은 역효과를 낳았다. SAS를 투 스트라이커 체제로 내세운다면 리버풀이 겪을 수밖에 없는 관문이었을지 모른다. 로저스는 수아레스를 살리기 위해 캐롤을 기꺼이 팔아치웠다. SAS의 공격력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기 위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로저스가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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