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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취소된 티오테의 골에 대한 영국 언론의 해석

by wannabe풍류객 201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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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뉴캐슬은 홈 경기에서 선두권인 맨시티를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른 시각 실점한 이후 좋은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그런데 돌연 동점골이 들어갔다. 티오테의 중거리슛이 골대 오른쪽으로 빨려들어간 것. 그러나 얼마 후 주심은 부심과 상의한 후 노 골을 선언했다. 이후 경기는 뉴캐슬의 파듀 감독이 페예그리니를 향해 "이 망할 늙은 XX"라고 욕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는 것을 비롯하여 감정이 격앙된 뉴캐슬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와 맨시티 선수의 대응으로 과열되었다. 


골이 취소된 이후 트위터도 달아올랐다. 압도적 다수는 골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축구 기자들의 트위터들은 다소 신중했다. 당시 "아주 가혹한" 판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즉 오프사이드 판정이 가능하긴 하지만 골로 인정해줬어야한다는 견해다.


일단 리플레이 영상으로 확인되는 것은 티오테가 슛을 한 순간 뉴캐슬 선수 세 명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오프사이드 반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공이 그 세 명의 선수 중 누구에게 맞고 들어간 것이 아니냐가 처음 골이 취소된 이후 제시된 이유였으나(그렇다면 "플레이에 관여(interfering with play)"의 오프사이드 반칙에 해당) 영상을 보면 전혀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티오테의 슛을 피한 선수인 구프랑이 "상대방 선수를 방해(interfering with an opponent)"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예전에 리버풀 감독 시절 라파 베니테스는 "관여"라는 문구가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기장의 선수가 어떻게 플레이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주장이었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기자들이 경기 리뷰를 써낸 것을 죽 읽어보았다. 여전히 의견은 갈리고 있었다. 텔레그라프, 데일리 메일 등은 강하게 심판의 오심을 비판한 반면 인디펜던트는 오프사이드 반칙이 맞다고 주장했고, 가디언이나 BBC는 한쪽에 치우친 해석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우선 티오테의 슛에 이은 일련의 과정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일단 티오테의 슛이 골문에 들어간 이후 조 하트가 오프사이드 반칙 의혹을 제기했다. 경기 후 하트의 설명을 들었던 밀너의 인터뷰를 보면 하트는 구프랑이 자신과 떨어진 위치에 있었지만 거기 서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다이빙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순간의 일이라지만 경기 영상을 보면 조 하트는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심판들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부심은 오프사이드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주심이 오프사이드 반칙일지 모른다는 의혹을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주심과 부심은 서로 상의를 했고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전반전이 끝난 후 스카이 스포츠의 기자의 트윗 그리고 경기 후 파듀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주심은 티오테의 슛이 구프랑의 몸에 닿은 후 골이 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심판들은 심각하게 상황을 오해했다. 


남은 것은 조 하트의 주장과 같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구프랑이 상대방 선수에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 반칙이 될 수 있느냐는 해석의 문제다. 우선 골키퍼의 시야를 방해할 경우의 오프사이드 반칙일 수는 없다. 여러 언론들은 시야 방해일 수가 없었다고 말했고, 심지어 조 하트 자신도 그런 이유를 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맨시티 감독 페예그리니는 뉴캐슬 선수들이 "조 하트에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였다고 말한다. 이는 자기 팀을 위한 편파적 해석으로 보이기 쉬운데 어찌되었건 시야방해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밀너가 규칙의 '회색지대'를 말했듯이 오프사이드 규칙에는 모호한 면이 있다. 피파의 공식 문서라고 할 수 있는 "경기 규칙 해석과 심판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오프사이드 항목을 다시 읽어보았다. 예로 제시된 6~9번 그림이 상대방 선수에 관여하는 경우에 대한 것들인데 구프랑에 해당하는 것은 없다. 구프랑은 날아오는 공을 피했다. 바로 공이 몸에 맞지 않게 하여 오프사이드 반칙의 "플레이에 관여" 조항을 피하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 행동이 조 하트를 속이거나 헛갈리게 했을까? 그래서 "상대방 선수에 관여"한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 


생각해보면 조 하트가 수비하는 맨시티 선수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긴 했지만 만약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몸을 날렸다고 한다면 구프랑 때문에 방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까지 감안할 수 있다면 오프사이드 반칙이 맞다고 억지로 인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오프사이드 규칙은 원래 경기에서 골이 너무 많이 나오지 않도록 막는 장치였다. 그러다가 축구가 상업적 성공을 거두면서 더 많은 골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고 그래서 오프사이드 규칙을 서서히 완화해왔다. 그러므로 어젯밤 경기에서 티오테의 '골'은 인정되는 것이 규칙 개정의 취지에 부합한다. 


공교롭게도 어제 주심이었던 마이크 존스는 예전 리버풀과 선더랜드 경기에서 비치볼 사건 판정의 당사자였으며 이후 챔피언십으로 강등되었던 전력이 있다. 맨시티가 우승권 전력임은 의심할 수 없지만 지난 달 리버풀 경기에 이어 이번에도 심판 판정의 덕을 크게 본 것이 달갑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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