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뉴라이트 사용후기 - 한윤형

by wannabe풍류객 2009. 10. 16.
반응형
뉴라이트 사용후기 - 8점
한윤형 지음/개마고원

20대의 뛰어난 논객들이 몇 명 있다기에 관심을 갖고 이 블로그에 링크까지 만들어두었으나 사실 그간 그들의 글을 읽은 적은 별로 없다. 한윤형의 이번 새 책은 나의 요즘 관심사와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고, 한국인 누구나 관심을 가져야할만한 문제들을 건드리고 있어 읽어보았다.

최근 책은 많이 샀지만 한 권을 잡고 계속 보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은 이틀만에 다 읽었다. 독서인의 속도로 보면 그다지 빠른 것도 아니지만 요즘 나의 분열적 독서 행태로 봤을 때는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전공 서적을 제쳐두고 우선적으로 읽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책에 매력이 있다는 말일 테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공감을 표한다. 상식적으로 팩트를 중시했던 그의 주장들은 새로운 것도 있고, 기존의 주장들 중 비난을 받았던 것들도 인정받을 부분이 있다는 식이기도 했다. 얼핏 생각하면 안티 조선 운동을 했던 민노당, 진보신당 출신의 젊은이가 뉴라이트를 일방적으로 까는 책일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뉴라이트 중 이영훈 교수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이다. 물론 이 교수는 한국인 다수가 불편하게 느껴질 법한 '팩트'들을 학자적 자세로 그저 서술하고 백분토론에서 얘기하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지만 문서를 보고 하는 얘기에 왜곡이 많을 리는 없다. 하지만 결국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을 절대적으로 옹호하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에 식민지 시기에 대한 연구와 달리 해방 이후에 대해서는 학문적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으로 보인다.

20대를 비난하는 386에 대한 비판은 최근 모 교수의 20대 헐뜯기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될 것 같다. 무기력하고 사회에 무관심한 세대를 만든 건 바로 전 세대의 잘못이 아닌가. 고도 성장기 대학에 들어가면 누구나 취업 걱정이 없었다는 386에 대한 저자의 비난은 정확하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 학생운동 언저리에도 가지 않았지만 그네들이 실제로 북한을 추종한다는 얘기를 가끔 들으며 의아하기만 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건 그렇게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던 분들은 대한민국에서 고시, 선거를 통해 권력자가 되었고, 별 무리 없이 자본주의의 품으로 전향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열심히 과거를 부정하며. 아주 가까운 사례를 본 터라 더 기가 찬다. 아니 오히려 20대 초반의 광기를 벗어나서 다행일까? 하지만 극좌가 변하면 극우가 되기에 문제다.

글을 쓸 때 정확한 1차 자료를 보는 것이 중요한데, 한윤형은 이 책에서 그런 글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본 2차 문헌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한홍구, 강준만 등의 글이 주로 옳은 얘기를 한 텍스트로 간주되었고(진중권은 잠깐 인용된다), 다른 글들에 대해서는 인용하면서 취할 것을 취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전략을 취한다. 아쉬운 것은 저자의 독서량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출발로 삼은 책들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닌가(논의의 편향성을 지적당하기 쉽다), 더 전문성을 가진 학자들의 연구를 참고했으면 좋았겠다는 점이다. 또 민족주의는 글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인데 이론적, 역사적 고찰이 부족했다. 물론 상식인을 대상으로 했기에 또 그렇게까지 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생략했다고 이해할 수는 있다.

알라딘 리뷰를 훑어보면 1부보다 2부가 낫다라는 말이 많은 모양인데 그게 사실이라도 큰 문제가 될까? 뻔한 내용을 책의 반이나 잡아먹어서? 하지만 아주 새로운 내용만 적힌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식인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일부에게 뻔한 내용이라도 적어가며 친절히 설명할 필요도 있다. 저자가 아직 학부졸업을 하지 않았다는데 학문의 길로 들어서서 더 정진한다면 꽤 괜찮은 글을 쓸 것 같다.
반응형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1Q84  (0) 2010.04.04
출간되기를 고대하는 책들  (0) 2010.03.0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0) 2009.08.09
다윈 이후(Ever since Darwin) by 스티븐 제이 굴드  (0) 2009.05.18
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2) 2009.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