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버풀 & 축구

간단치 않은 바이아웃 조항 - 아구에로와 피구의 사례

by wannabe풍류객 2011. 7. 9.
반응형

스페인 축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바이아웃 조항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풋볼 매니저(FM) 같은 게임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바이아웃이라는 용어에 익숙하다. 내가 EPL의 클럽, 예를 들어 리버풀의 감독인데 스페인 리그의 괜찮은 선수가 저렴한 바이아웃 금액이 설정되어 있다면 별 망설임 없이 그 액수를 지불하고 그 선수를 영입한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이 현실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게 되었다. 사실 상당히 다르다. 

바이아웃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를 보자. 

- 회사 등의 소유권, 지분 등을 사다
- 돈을 지불하고 군대로부터 풀려나다
- 사업의 유무형 자산을 완전히 사다 


축구의 맥락에서 보자면 다른 클럽의 선수를 바이아웃으로 설정된 금액을 지불하며 자신의 클럽의 선수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앞서도 암시했지만 실제로는 이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조항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어떻게 FM의 바이아웃과 실제의 바이아웃이 다른지를 간략히 살펴보자. 

- 스페인 축구의 바이아웃은 스페인 내에서만 적용된다. 다른 리그의 클럽에서 바이아웃의 금액을 제안해도 스페인 클럽은 선수를 팔아야 할 의무가 없다. 

- 스페인 리그 내에서라고 해도 어떤 클럽이 바이아웃의 금액을 제시해도 선수를 소유한 클럽은 거부할 수 있다. 바이아웃의 금액을 제안받았다고 무력하게 선수를 내주는 것이 아니다. 선수를 지키려고 하는 클럽은 제안이 적대적이라고 생각되면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대응할 수 있다.

- 첫째, 클럽은 바이아웃 금액의 부가세(18%)를 선수를 사려고 하는 클럽에서 지불하도록 만들 수 있다. 

- 둘째, 정말 선수를 팔기 싫을 경우 법으로 강제될 때까지 버틸 수 있다. 이 경우는 떠나려는 선수가 현 소속 클럽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다. 이 때 선수는 자신의 바이아웃 금액을 스페인 리그에 예치시키고, 선수를 영입하는 클럽이 그 금액을 선수에게 준다. 그러나 이 돈은 선수의 소득으로 간주되어 44%의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므로 선수를 데려가는 클럽은 44% 세금을 낸 후 바이아웃의 금액이 남도록 돈을 지출해야한다.


이 내용은 SI.com과 가디언의 스페인 축구 전문가인 시드 로우가 지난 1월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영입하려고 시도하던 사례를 설명하며 소개한 것이다. 당시 AT 마드리드의 단장은 레알 마드리드가 아구에로의 바이아웃에 해당하는 45m 유로를 제안했고, 첼시는 아구에로, 고딘을 합쳐 60m 유로에 영입하겠다는 제안을 했으나 모두 거절했다고 "발표했다." 묘한 이야기다. 분명히 아구에로의 바이아웃 금액을 제안했는데 거절했다? 바로 위에 설명한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AT 마드리드는 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1월에 AT 마드리드는 거절했다고 발표했지만 바이아웃은 분명 그 정도 금액이면 협상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구에로의 바이아웃이 기존에 60m 유로에서 45m 유로로 줄어든 것은 분명히 선수를 팔수 있다는 그리고 선수가 떠날 뜻이 있다는 선언이다. 그러므로 1월에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발표한 것은 팀내 최고 스타를 쉽게 보냄으로써 받을 팬들의 분노를 줄여보겠다는 제스처였던 것이다. 여전히 아구에로는 AT 마드리드를 떠나지 않았지만 2010-11 시즌이 끝난 후 본인이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위의 원칙을 적용할 경우 아구에로의 바이아웃에 부가세가 추가된 금액은 53.1m 유로, 두번째의 경우는 80.2m 유로로 실제 이적료가 크게 증가한다. 

Aguero
Aguero by jorge.delprado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그러나 천문학적인 바이아웃 금액도 있어, 이 경우엔 선수를 절대 팔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경우가 협상 금액으로서의 바이아웃보다 더 흔하다. 바르셀로나의 부스케츠, 페드로는 어리지만 최근 재계약에서 모두 150m 유로의 바이아웃을 설정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두의 경우 10억 유로라는 바이아웃이 설정되었다. 현재 환율로 1조 5천억 원 이상으로 연간 GDP가 호나우두의 바이아웃만도 못한 국가가 세계에 30개나 있다고 한다. 

시드 로우의 기사에 언급이 있듯이 스페인 축구의 바이아웃이 이처럼 복잡해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루이스 피구의 이적 사건이었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5년간 바르셀로나에서 뛰며 부주장을 맡기도 하고, 추가적인 부상의 위험을 감수하고 경기에 나서는 듯 헌신적 모습을 보였던 피구가 바르셀로나 최고의 적대적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로 충격적인 이적을 했던 것이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에 피구의 바이아웃 금액을 주고 데려왔고, 바르셀로나는 저항하지 못했다. 

예전 기사들을 들춰보니 당시 피구의 에이전트는 바르셀로나와의 재계약 협상의 전략의 일환으로 당시 레알 마드리드 회장 후보 중 하나인 페레스와 계약을 맺었다. 페레스는 피구와 사전계약을 맺어 만약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거부하면 50억 페세타(18.75m 파운드)의 벌금을 내도록 만들었다. 원래 페레스의 당선 가능성은 낮았으나 피구 영입을 공약으로 내걸며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었고, 벌금을 낼 수 없었던 피구는 어쩔 수 없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다. 

한 클럽이 아무리 바이아웃 금액 제안해서 선수가 소속된 클럽의 저항을 무력화했다고 해도 선수 자신이 이적을 원치 않는다면 이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구는 벌금이 무서워 이적을 한 셈이 되었지만 그런 조건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이적을 거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페레스의 당선 가능성이 낮더라도 피구가 그런 사전계약에 동의한 것 자체가 레알 마드리드행을 꺼리진 않았다는 증거겠지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