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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캐러거의 사과를 받지 않은 나니

by wannabe풍류객 2011.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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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내내 부진했던 리버풀이 일요일 경기에서 맨유를 그렇게 쉽게 이기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퍼디난드, 비디치가 모두 나오지 못하며 맨유의 중앙 수비에 약점이 있긴 했다. 하지만 첫골을 제외하면 나머지 맨유의 실점은 중앙 수비만의 문제라고 보긴 힘들다. 

오랜 라이벌에 대한 승리 이후 알란 한슨이나 그램 수네스 등 리버풀 최고의 선수였던 분들은 케니 달글리쉬를 당장 정식 감독으로 만들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몇 경기에서 승리가 확연히 줄어들면서케니 효과가 끝난 게 아닌가 싶었으나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얻은 승리로 그의 주가는 또다시 정점을 향해 치솟았다. 

그러나 이번 승리는 감독뿐 아니라 루이스 수아레스라는 킹 케니의 7번을 물려받은 리버풀 신입생의 공이 컸다. 비록 모든 골은 카이트가 넣었지만 두 골을 어시스트한 수아레스가 더 빛났던 경기였다. 첫번째 골을 넣을 때 맨유 수비수 네 명을 제낀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만 하다. 

케니의 60번째 생일을 위한 완벽한 선물이었던 이번 경기가 아름답지만은 않았는데 라이벌 경기의 흔한 장면이라고 치부하기엔 큰 상처를 남겼다. 바로 나니의 부상이다. 

처음에 중계를 볼 때는 태클을 할 때 캐러거의 발이 조금 높아보였지만 나니가 큰 부상을 입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당시 텔레그라프, 가디언 등의 문자중계를 함께 보고 있었는데 모두 나니가 연기를 하고 있고, 통곡을 왜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나니는 깊은 상처를 입어 뼈가 보일 정도임이 밝혀졌다. 


나니의 부상 정도는 현지 시각으로 화요일에 재검사를 해서 밝혀질 예정인데 이번 달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한다.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을 테지만 상처를 잘 봉합해야 하고, 제대로 아물기 전에 경기에 나올 경우 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캐러거가 레드 카드를 받지 않은 것은 나니의 부상 정도를 사후적으로 감안할 때 부당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순간에는 레드 카드가 나왔으면 가혹한 판정이라고 느껴졌을 것 같다. 심판 필 다우드는 태클 이후 바로 옐로우 카드를 꺼냈으므로(맨유 주장 에브라의 항의와 선수들의 맞대결로 최종 판결이 지연되었지만) 이미 판정은 내려진 것이긴 했다.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 캐러거의 발이 높았고, 아니길 바라지만 공이 아닌 나니를 노린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시 찰나의 순간에 주심조차 헛갈릴 정도였다는 점 정도는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큰 부상을 당한 나니를 비난할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그가 파울을 당했을 때 과장된 행동을 했던 전력이 이번 판정에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BBC의 EPL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에서 말하듯 주심이 일관된 판정을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캐라의 태클 그리고 (사건 직전 막시의 높은 태클에서 촉발되었겠으나) 맨유의 하파엘은 루카스에게 깊은 태클을 들어가 경고를 받았다. 루카스가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이 태클도 레드 카드를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우드는 뜨거운 경기에서 레드 카드를 내밀어 비난 혹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어떤 식으로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라이벌 팀의 상대라도 다른 선수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철칙이므로 선수들의 무모한 혹은 위험한 태클은 분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다. 캐러거가 퇴장당한 기억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볼 때 캐러거가 악의적인 태클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공을 향하지 못한 그의 태클이 기량 하락 때문이라고 보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면 캐러거의 실수였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고, 나니의 쾌유를 바랄 뿐이다. 

이 정도 사건이 일어났으면 맨유 측에서 상당히 시끄러울 법도 한데 너무나 조용하다. 보도된 것처럼 맨유는 감독 이하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이 경기 이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경기에서 완패한 것이 충격이었기 때문일까. 캐러거의 태클에 대해서는 분명 맨유 측에서 추후 비판의 말이 나오겠으나 이미 리버풀이 2:0으로 앞선 상황이었기 때문에 캐러거가 퇴장을 당하지 않아서 자신들이 경기에서 졌다고 말하기도 힘들지 모르겠다. 

리버풀 경기에서 맨유의 부진은 내가 놀랄 정도였고, 이 팀이 갑자기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깊은 문제가 갑자기 증상으로 나타난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프리미어 리그 수준의 평준화는 이번 시즌에 더 두드러지고 있고 게다가 긱스와 스콜스가 여전히 주전으로 나오는 맨유의 스쿼드 자체의 노령화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는 않고 그들의 걱정은 그들이 알아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프리미어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활짝 핀 수아레스의 능력(본인은 아직도 다 보여준 게 아니라고 한다)에 만족하고, 드디어 데뷔한 앤디 캐롤이 다음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기대가 된다. 그러나 앞으로 리버풀이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으려면 주전들의 부상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우렐리오는 전반전에 부상으로 경기장을 나갔고, 출장 가능 상태로 알려진 아거는 결국 나오지 못했다. 제라드의 상태는 여전히 불안하고, 켈리의 빠른 복귀도 필요하다. 

이번 경기가 남은 시즌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선두권의 어느 팀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 판단을 하기엔 이르다. 지지않는 경기를 하던 이번 시즌의 맨유가 지는 일이 최근처럼 많아질 것인가가 가장 큰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를 진행 중인 팀들 중 어느 팀이 먼저 탈락해서 리그에 전념하느냐도 체력적인 면에서는 영향을 끼칠 것이다. 희망을 되찾았지만 리버풀은 다른 목표를 생각해야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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