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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리버풀 차기 감독: 달글리쉬 혹은 데샹?

by wannabe풍류객 201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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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버풀 감독은 케니 달글리쉬다. 모두 그렇게 알고 있지만 여전히 그가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계약이 된 임시 감독이라는 점 또한 사실이다. 

최근의 몇 가지 발언, 움직임은 케니가 다음 시즌에도 리버풀 감독으로 있을, 즉 정식 감독이 될 징후들을 드러내고 있긴 하다. 리버풀의 축구 전략 디렉터 코몰리나 구단주 헨리가 모두 케니의 정식 감독 임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또 레이나와 덕 카이트의 재계약 논의가 나오는 것도 케니의 계약 연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리버풀 팬들 사이에서 케니의 신적인 지위와 그의 부임 이후 실제로 좋아진 팀의 경기력, 성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케니는 리버풀의 임시 감독이다.

현재 리버풀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 평화롭지만 해결해야할 굵직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우선 리버풀의 장기 플랜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장 문제가 있다. 스탠리 파크에 새로 지을 것 같았지만 헨리가 안필드의 재건축을 선호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에버튼과의 경기장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간간이 그러나 끊이지 않고 제기된 바 있다. 

또 단장을 영입해야 하는 것도 큰 과제다. 물색 작업은 이미 시작된 바 있고, 존 헨리가 지난 번 리버풀에 왔을 때 단장이 결정되는가 싶었지만 아무런 발표가 없이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단장 문제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현재 리버풀은 데미앙 코몰리가 축구 전략 디렉터로 있는데 그의 역할은 주로 스카우트를 통한 선수 발굴, 영입이다. 지난 달의 이적 시장에서는 불가피하게 더 큰 역할을 맡았겠지만 돈 문제는 원래 단장이 해결할 부분이다. 

단장의 부임은 리버풀 감독의 임명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클럽의 조직 구조가 같을 필요는 없지만 NESV 혹은 현재의 FSG가 리버풀을 인수하고 제일 먼저 착수한 것은 단장도 감독도 아닌 축구 전략 디렉터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을 코몰리를 데려온 것이다. 그런만큼 현재 리버풀에서 코몰리의 입지는 단단하다고 봐야하는데 축구 전략 디렉터가 앞으로 올 단장과 어떻게 업무를 나누어 하느냐, 그리고 감독과는 또 어떻게 일을 같이 하느냐가 어려운 부분이다. 그저께 데일리 메일에서 케니의 정식 감독 임명이 코몰리와의 권력 다툼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고, 예전에 라파 베니테스는 릭 패리와 갈등을 빚어 감독이 단장을 내모는 형국을 연출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케니가 과거의 매니저형 감독이기 때문에 자신의 권력이 분산되거나 약화되는 것을 원치않을 거라고 말하는 걸 보면 단장 임명 문제는 매우 미묘하다. 케니가 예전에 리버풀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감독을 할 때 리버풀의 단장들은 아주 조용히 자기가 할 일을 처리했다. 감독이 무엇을 원하면 들어주면 되었다. 그러나 리버풀의 새 구단주인 FSG는 감독을 조용히 지지하는 스타일의 클럽 경영을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코몰리의 영입 자체가 그런 신호의 시작이었고, 새로운 단장도 FSG의 철학에 맞는 사람일 것이다. 그것은 전통적인 영국 감독(매니저)의 권한을 상당히 제약할 수 있고, 케니가 정식 감독이 되려면 그런 점을 수용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리버풀이 단장 임명을 늦추는 것은 케니에 대한 구단주들의 평가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케니에게 더 맡겨볼 것인가 아니면 자신들 철학에 맞는 리버풀로 틀을 완전히 바꿀 것인가. 케니를 더 믿기 위해서는 남은 일정 동안 리버풀이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가 관건이다. 리버풀의 연승 행진은 일단 멈춘 상태다. 흐름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꾸고, 유일하게 우승 가능성이 있는 유로파 리그에서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케니가 헤이젤 참사로 리버풀 감독이 되었기 때문에 유럽 대회에 리버풀 감독으로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잉글랜드 리그 축구가 아닌 유럽 대회에서도 케니가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가 여부는 향후 리버풀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을 감안하면 구단주들이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존 헨리, 탐 워너 등이 케니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누가 감독이 될 것인가? 로이 호지슨 해임 이후에도 많은 이름들이 거론되었다. 지난 여름에 이어 디디에 데샹이 물망에 올랐고, 약간은 생소한 분데스리가의 클롭, 랑닉 등도 논의되었다. 데샹이나 클롭은 해당 클럽에서 시즌 중에 떠나는 데 부담이 있었을 것이고, 랑닉에 대해선 리버풀 측의 확신이 부족했던 것 같다. 포르투의 보아스도 또 거론이 될 것 같고, 방금 해임된 따끈따끈한 라니에리도 후보군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오늘 뉴스를 보면 데샹은 더 썬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여름 리버풀을 거절한 이유를 밝혔다. 이상한 점은 그 이야기는 이미 전에도 한 적이 있다는 거다. 리버풀이 너무 매력적이지만 작년 여름에, 제안이 왔던 바로 그 시점에는 갈 수 없었다는 해명인데 내포된 의미는 그 이상인 것 같다. 상상력을 보태면 리버풀은 자신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직장이고, 이번 여름이 되면 리버풀의 제안에 더 열린 자세를 보이겠다는 FSG에 대한 적극적 구애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데샹이 라파는 물론 호지슨의 후임자로도 강력한 후보였다는 보도들이 있던만큼 또 그가 코몰리와 같은 프랑스인임을 감안하면 케니의 대안으로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정식 감독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스티브 클락 코치다. 클락은 케니와 마찬가지로 리버풀과 반 년 정도의 계약을 맺었다. 이미 선수들이 케니 부임 이후의 좋은 성적을 논할 때 클락의 이름을 빼놓지 않고 있을 정도로 그의 코칭 능력은 탁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케니가 시즌 말에 그냥 떠나게 되면 클락의 위치도 불안할 것이다. 굳이 따지면 새로운 감독이 왔을 때 클락보다는 무슨 성과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새미 리가 클럽을 떠날 가능성이 더 큰 지 모르지만 현재로서 케니와 클락은 하나의 세트로 묶여 있는 인상이라 그의 거취도 시즌 말에 유심히 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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