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버풀 & 축구

메시의 인종차별 제스처 사건

by wannabe풍류객 2018. 7. 1.
반응형

전에 몇 번 메시가 손가락으로 양 눈을 찢는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최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참가를 계기로 이 사진들이 다시 게시물로 올라와서 리오넬 메시를 싫어할 이유로 제시되었다. 호날두와 더불어 10년이 넘게 축구계의 신으로 추앙받은 메시에게는 그만큼 적도 많다. 두 선수 중 한 쪽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선수의 결점(으로 보이는 것)을 확대 해석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메시의 인종차별 논란에 관한 글들을 어제 월드컵 축구 경기를 기다리며 찾아보았다. 사건의 발단과 뒤를 이은 한국 내의 논란은 대강 이런 순서인 것 같다. 


우선 현지 시각 2011년 1월 12일 코파 델 레이 바르셀로나와 베티스의 경기가 있었다. 이는 홈 앤 어웨이 두 경기 중 바르셀로나의 홈 경기였다. 이 날 메시는 경기 전에 홈팬들이 보는 앞에서 발롱도르를 들어보이는 축하 행사를 가졌다. 경기는 0:0의 균형을 오래 유지했지만 전반 43분 경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은 메시가 첫 골을 기록한다. 그간 대개의 의견도 그렇고 내가 확인한 사진 자료를 보아도 이 첫 골 이후 메시가 그 논란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동영상 자료로는 메시가 언제 그런 몸짓을 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경기장에 있던 전문 사진사들 여러 명이 그 순간을 촬영했고 그 사진들은 지금도 이미지 판매 사이트들에서 확인이 된다. 


해당 사진들에 원래 어떤 설명이 붙어있었는가. 참고삼아 우리나라 뉴시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당시 사진에 대한 설명은 "개구쟁이" 혹은 "귀여운" 세리머니였다.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03&aid=0003638761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03&aid=0003638763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003&aid=0003638764


최근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화제에 오른 석유재벌의 후예 게티 이미지를 비롯한 유사한 방식의 이미지 판매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메시의 몸짓 사진에 대한 설명은 '첫 골을 넣고 자축하고 있는' 정도가 된다. 예전에 널리 퍼진 글 중에서 이런 이미지 사이트의 자료를 참고하여 메시가 관중석을 향해 그런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이 있다. 그 글이 참고로 삼은 이미지 판매 사이트는 해당 장면을 "메시가 제스처를 취했다"는 정도로 설명했다. 누구를 조롱한다거나 다른 선수를 향해 했다는 부가 설명이 없었다. 


일단 생각해볼 일은 이 메시의 몸짓이 당시는 물론 이후로도 유럽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시의 인종차별 논란은 이 때가 아니라 이후 드렌테와의 사건 때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경우가 더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적어도 빈번하게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사람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달랐다. 한국 시각으로 2011년 1월 13일부터 이 사건은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당시부터 이니에스타가 아이를 갖게 된 것을 혹은 아이를 출산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바르셀로나 팬의 분석이 나왔고, 이에 대해 이니에스타 아이는 그 때는 아직 엄마 뱃속에 있었기에 이 설명은 틀렸다는 반박이 나왔다. 어떤 이는 사진의 시간상 순서를 바꿔서 메시가 먼저 그 제스처를 취한 후 이니에스타가 달려온 것처럼, 그러니까 이니에스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메시가 그런 몸짓을 했다는 식의 해석을 했다. 하지만 이미지 사이트에 게시된 사진들의 순서나 당시 동영상을 보아도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경기 영상에는 메시가 득점하고 경기장 구석으로 뛰어간 후 이니에스타와 안으며 축하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메시가 그런 제스처를 하는 순간은 나오지 않는다. 


많은 메시 옹호자들이 말했지만 만약 메시가 아시아인을 조롱하기 위해 그렇게 눈을 찢는 모양을 했다면 맥락이 있어야하는데 그걸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논란은 해결이 나지 않는다. 메시 옹호자들은 메시가 조롱을 할 목적이나 대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의미였다거나 혹은 무의미한 행동이었다고 해석을 하는 것이다. 반면 메시 비판자들은 메시가 조롱한 대상은 특정할 수는 없어도 사진의 각도를 감안할 때 관중석의 누군가이며(이에 대한 강력한 근거는 앞서 언급된 어떤 이미지 판매 사이트에 있다고 주장되었다) 그러므로 메시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결론이 내려진다. 혹자는 다른 차원에서 주장을 하는데, 메시가 그 제스처의 인종차별적 의미를 몰랐다면 몰랐다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까지 주장했다. 메시 정도의 세계적 스타라면 그런 상식은 갖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 


이후 비슷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었다. 메시 제스처가 만약 통상적인 조롱의 의미였다면 바로 우리 한국인들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을 향한 것이므로 비록 바르셀로나 팬이라도 메시의 이 사진이 올라오면 입을 다물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하여 메시는 비록 축구 실력으로는 세계 최고이지만 인성은 별로인 사람이고 굳이 미워해야할 대상으로까지 확정되었다. 


경기장에서는 짧은 순간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에 메시가 언제 그런 몸짓을 했는지 확정하기 어렵다. 다만 경기영상을 통해 추측을 해볼 수는 있다. 경기 전체 영상은 https://youtu.be/E8CTgGlrDYE


일단 해당 경기에서 메시의 득점은 전반 43분 38초에 있었다. 곧바로 메시는 이니에스타와 함께 축하를 했고 이후 다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몰려왔다. 이런 순간들에 메시가 그런 제스처를 할 여유는 없다. 43분 54초 경 선수들이 제 위치로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화면은 실점한 베티스 선수들을 비춰주고 44분 1초가 되면 다시 메시가 맥스월과 단 둘이 있는 장면으로 바뀐다. 막스웰은 10여초 전에 메시를 에워싸고 다른 곳으로 향하던 선수 중 하나였는데 그 사이에 돌아와 메시와 둘이 포옹을 한 것이다. 막스웰과 헤어진 메시는 중앙선쪽으로 걷다가 44분 6초에 피케를 만난다. 이 둘이 헤어진 후 44분 10초에 다시 베티스 선수에게로 화면이 전환된다. 아까 피케와 헤어진 후 두 손을 들고 하늘을 보며 마치 신에게 감사하는 듯한 메시의 자세는 44분 17초가 되면 그 중 오른손만 들었다가 내리는 과정으로 다시 화면에 포착된다. 44분 20초에 다시 화면은 골장면 리플레이로 전환되고 44분 55초에 중앙선에서 경기가 재개된다. 그렇다면 해당 장면은 43분 54~44분 1초 사이에 아마도 막스웰을 향해 일어났거나, 44분 20초 이후 바르셀로나 진영으로 돌아가던 메시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누군가에게 그런 제스처를 취했다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눠질 수 있다. 


두 가지 시간대 중 어느 시점이라고 하던지 이전에 제기된, 사진사 위치를 바탕으로 메시가 관중석을 향해 그 제스처를 했다는 주장의 근거는 약해진다. 왜냐하면 메시는 계속하여 중앙선쪽으로 걸어가는 와중이기 때문이다. 이전 주장은 메시가 골 넣은 직후 이니에스타를 향해 그 제스처를 했다는 메시 옹호 진영의 주장은 반박하면서도 메시가 그 시점 즈음에 그 제스처를 했다고 가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사의 위치는 고정되었다고 가정하고, 메시도 같은 위치에 있다고 가정하며 메시가 관중석을 향해 그런 짓을 했다고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메시는 계속 중앙선 너머인 자기 진영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메시가 제스처의 대상으로 삼은 대상은 베티스 골문 근처의 관중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현재 확인 가능한 근거만으로 그 대상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막스웰이 그 후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인종차별의 의미는 전혀 아닐 것이다.


재미있게도 메시의 인종차별적 제스처 사진들은 모두 메시 단독샷이다. 그래서 그 시점과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일부 사진에서 그의 뒤에 관중석에 있는 몇 명 관중의 모습을 근거로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는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럴 정도의 노력을 기울일 일인지는 모르겠어서 관두었다. 경기 자체는 발롱도르를 받고 신난 메시가 해트트릭을 하며 바르셀로나가 5:0으로 이긴 재미있는 경기이니 나중에 언젠가 해볼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이 글을 통해 메시가 관중석을 향해 그 제스처를 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그리 확고하지는 않다는 점 정도는 밝히지 않았나 싶다. 메시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비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를 무슨 경우에도 지지하는 열혈 팬도 아니라는 점도 밝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