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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노트북 판매 후기

by wannabe풍류객 2018.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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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활용할 수 있을 듯 하여 구매했던 크롬북을 중고나라에서 판매하였다. 몇 달 동안 실사용 횟수가 너무 적어서 그대로 두기가 곤란했다. 크롬북은 물리적, 시스템적인 가벼움이 장점이고 이제는 안드로이드의 플레이 스토어 이용까지 가능하지만 자유로운 파일 저장이 안 되는 점, 특히 내부 저장소가 아닌 마이크로 sd로의 저장 등이 용이하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 해결이 된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이리하여 지난 주에 네이버 중고나라에 판매글을 올렸고 오래지 않아 연락이 왔다. 당시의 심정으로 그 순서를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구매자는 내가 집 근처로 직거래 장소를 분명히 적어놨지만 처음에 직거래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자기는 수원에 산다며 직거래는 안 되겠다 다른 사람이랑 거래해보라고 했다. 나는 빨리 팔고 싶은 마음에 택배 거래(이것도 가능하다고 판매글에 적음)도 가능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구매자는 한참 후에 노트북이 안전하게 배송될지 걱정이 된다고 했고, 나는 물론 튼튼하게 포장해서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구매자는 제품의 기스가 얼마나 있는지 추가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이후에 배터리는 얼마나 가는지도 물어봤다.


중요한 지점은 구매자가 안전거래를 요구한 점이다. 전에 아이폰을 판매할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용한 적이 있지만 이후 모든 중고거래는 그냥 내 계좌에 바로 구매자들이 입금하는 식이었다. 어느 회사의 안전거래를 이용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차에 유니크로였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용한지 오래되어 재인증을 해야했고, 개인정보를 몇 번이나 인증한 이후에야 판매글을 올릴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유니크로의 안전거래는 기본 수수료 1000원에 더해서 판매가의 몇%를 수수료로 내야한다. 전에는 구매자가 바로 수수료를 부담하는 시스템이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재는 무조건 판매자의 판매 금액에서 수수료가 빠져나가는, 즉 판매자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내가 올린 판매가에 맞추나 고민했더니 구매자는 원래 판매가로 올리고 수수료와 택배비는 자기가 내 계좌로 바로 입금하겠다고 했다. 그런 방법도 있겠구나 싶었고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내가 보기엔 특이하게도 구매자는 가장 수수료가 높은 카드 구매를 원했다.


택배는 이틀 만에 구매자에게 전달되었다. 구매자는 제품을 받은 이후 제품을 떨어뜨린 적이 있느냐며 제품의 한쪽 모서리에 기스가 있고, 화면 오른쪽 아래에 유격이 있다고 말했다. 판매 전에 당연히 점검을 했던 터라 모서리에 기스가 있다는 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고, 화면 유격은 얼마나 있는지 몰라도 전혀 알지 못하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기준을 아주 엄격하게 잡는다면 그런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떨어뜨린 적이 없다고 설명을 했다. 이어서 구매자는 삼성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고 싶다며 구매내역을 요구했다. 나는 이베이에서 구매했던 영수증을 메일로 보내주었다. 비록 배대지 주소지만 개인 정보가 들어있어 찜찜했지만 서비스를 받겠다니 보내주었다.


하지만 구매자가 제품을 받고도 구매확정을 계속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이 아마도 안전거래로 판매하는 사람에게 가장 짜증나는 지점일 것이다. 유니크로의 시스템으로는 택배를 받은 다음 날부터 시작해서 3일이 지나면 자동구매확정이 되는 모양인데 나중에야 발견했지만 토, 일요일은 제외된다. 그래서 나는 구매자가 택배 받은 날에서 6일이 되어야 구매확정 혹은 내 계좌로 입금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기다릴 수는 있지만 반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자가 제품을 며칠 써보다가 유격 등을 이유로 반품을 요구하는 등 귀찮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정확한 계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고나라의 검색창에 크롬북을 입력하니 그 구매자가 내가 판 크롬북을 판매하는 글이 보였다. 그의 설명은 매우 황당하고 심지어 거짓말이 포함되어 기분이 나빴다. 우선 그는 "우연히 아는 분에게서" 그 제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나와 그는 이번 거래로 처음 알게된 사람이니 거짓말이다. 알던 사람에게서 우연히 샀다가 아니라 나와의 거래라는 우연으로 알게되었다는 의미인가? 판매가는 내가 팔았던 가격보다 5만원을 더 높여불렀고, 제품의 상태는 "S급"이라고 자랑했다. 자 그렇다면 내가 팔았던 바로 그 제품이(물리적으로 서비스센터에 갔다와서 수리나 교환을 받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기가 보기엔 기스도 내 설명보다 더 있고, 심지어 화면 유격까지 있던 그 제품이 그의 판매글에서는 전혀 다른, 약간의 기스만 조금 있는 최상급의 중고 제품이 된 것이다. 가장 내가 분개한 것은 유니크로에서 자기는 구매확정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판매글을 올린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제품은 아직 구매자의 것도 아니지 않나. 심지어 그 판매글을 내가 발견하기 몇 시간 전에 구매확정을 해달라고 정중한 문자를 남긴 상태였다. 그러나 답도 구매확정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 상황을 발견하고 다시 한 번 문자를 남기자 금세 구매확정을 하겠다는 답이 왔다.


구매자의 재판매글은 내가 올렸던 짤막한 판매글보다 훨씬 화려한 수식어들이 포함되어있었고, 누군가 벌써 구매의사를 밝혔다. 구매자 자신은 나에게 안전거래를 요구했으면서 자신의 판매글에는 파손면책에 동의하고 일반적인 택배 거래를 하겠다고 말했다. 어제 다시 검색을 하니 예상대로 그 판매글은 삭제되었다. 구매자는 중고나라에서 전자기기를 빈번히 판매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많은 거래내역을 택배거래를 마음 놓고 하라는 신용의 근거로 내세우는 사람이 판매글을 지운 걸 보면 자신도 매우 찜찜했던 모양이다. 사실 그에게서 내가 판 제품을 사겠다는 누군가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참고하라는 쪽지를 남길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두었다. 어쨌거나 나는 빠른 판매를 위해 약간 싸게 혹은 내가 생각하기엔 적당한 가격에 내놓았던 것이기에 구매자에게 왜 더 비싸게 파냐고 따지지는 않겠다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그 되팔이의 현장을 목격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돌이켜보면 그 구매자는 크롬북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약간의 이익을 보며 되팔 수 있는 기회를 더 높이 산 것 같다. 모서리 기스니 화면 유격이니 하는 것은 내 구매영수증을 받아내기 위한 핑계로 보인다. 하지만 구매 확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글을 올린 건 무슨 배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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