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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사회 갈등

by wannabe풍류객 2009.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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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갈등이라는 말이 참 자주 오르내린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연중 이 주제를 갖고 얘기를 한다. 무슨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요즘은 말뿐이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현실속에서 갈등의 일단을 목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한국 기업들이 UAE에 원전을 짓기로 계약이 성사되었고,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계약이고, 대통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요지의 기사가 말그대로 홍수처럼 쏟아져나온다. 벌어들일 돈의 거대함 때문인지 대통령의 외교력에 대한 지나친 부각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의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계약 자체를 의문시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매국노로 치부되고 있다. 원자력이 정말 친환경적이고, 안전성이 담보된 사업인지, 프랑스 등에 비해 상당히 적은 공사비를 제시했는데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 등 당연히 제기되어야 할 질문들은 무시되어 버리고 있는 듯 하다. 한겨레, 경향 등에서는 사회적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기사들을 내놓았고, 그다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인상은 받지 못하겠는데 이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댓글들이 수없이 달린다. 소위 과거 진보 정권에 우호적인 댓글은 쉽게 친북으로 재단되었고, '나도 MB는 싫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은 수많은 댓글들이 이번 건은 비판하지 말자고 한다. 하지만 아직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것 이외에 대한민국 국민 전반적으로 어떤 이익이 생길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너나할 것 없이 광분하고 찬양해야 하나? 대통령이 외교력으로 뭔가를 했다고 치더라도, 돈을 버는 건 한전을 비롯한 컨소시엄의 대기업들이다. 긴 시간에 걸쳐 대기업들로 들어올 돈(그리고 상당액은 원천 기술을 가진 외국으로 넘어갈)이 그와 무관한 국민 대다수에 무슨 이득이 있을지 제대로 따져보아야 한다. 프랑스를 물리쳐서 국가적 경사인가? 국민 모두 한전과 현대, 삼성, 두산에 근무하고 자신에게 직접적 이득을 주는 친척이라도 있나? 정부 차원에서 경제 분야 이외의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일부의 우려처럼 아무리 의심을 가져본다고 해도 한국 기업들에서 최소한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수를 썼건 큰 장사를 한 건 맞고, 국가적 위상이 올라간 것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으레 하는 부풀리기 실적 발표를 그대로 너나할 것 없이 그대로 복사해서 기사라고 올리고, 그에 기반해서 정당한 비판을 깔아뭉개는 게 현실이다. 갈등 없는 사회는 없고, 인터넷 공간의 특수성이 있겠으나 우려스럽다. 우리는 사회 갈등을 말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봉합되기보다 확인되고 공고화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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