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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첼시 감독 자리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라파 베니테스

by wannabe풍류객 201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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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비야스 보아스 감독이 해임된 이후 누가 다음 감독이 될 것인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다. 사실 바르셀로나와 과르디올라와 레알 마드리드의 무링요가 최우선이라는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그 둘이 실제로 여름에 현재의 팀을 떠날지의 유무다. 과르디올라는 재계약을 못하고 있고, 무링요는 잉글랜드에 집을 알아보러 와서 둘 다 첼시로의 이적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평균적으로 일 년에 한 번씩 감독을 바꾸는 첼시 구단주 밑에 누가 오고 싶어하겠느냐는 회의론은 일단 생각하지 말자. 그토록 무자비한 폭군 밑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폭군의 성미를 알면서도 유수의 감독들이 자신은 첼시 감독으로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고, 지금도 믿고 있다.

비야스 보아스가 떠난 이후 수석코치였던 디 마테오가 첼시를 시즌 말까지 맡기로 하며 당장의 후임 감독 논의는 무의미해지긴 했으나 라파 베니테스와 스벤 고란 에릭슨이 첼시 감독 자리에 공개적으로 흥미를 드러냈다. 

에릭슨의 경우를 짧게 보자. 이탈리아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감독이 되었던 에릭슨은 잉글랜드를 떠나며 명성이 꽤 추락했다. 비록 이번에 로만과의 많은 만남을 회상하며 첼시 감독 제안이 온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말했으나, 그는 스스로도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첼시 수뇌부도 그렇게 생각한다.

Rafael Benitez
Rafael Benitez by tEdits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전 리버풀 감독인 라파 베니테스는 인터 밀란을 떠난 이후 긴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여러 클럽과 국가대표팀의 감독 제안을 물리친 라파는 이제 기다림에 지쳐 첼시 감독 자리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음을 공개했다. 하지만 리버풀 팬들의 반발 혹은 우려를 생각하며 변명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리버풀 팬들이 저를 사랑한다는 점에 대해 누가 반박할 수 있나요? 할 수 없지요. 이 점에 대해 동의한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그에게 가장 좋은 일이지요. 저는 집에서 5년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모두가 저에게 일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합니다. 

"만약 그들이 제가 가장 좋은 일을 하길 원한다면, 그들은 최하위 팀을 맡으라고 하거나 아니면 최상위 팀을 맡아서 우승에 도전하라고 말할 수 있을 거에요. 그게 제 생각입니다. 최고의 팀에서 우승에 도전하는 옵션을 갖는 것. 그들이 저를 사랑한다면 그들은 이해할 거에요. 

"저는 두세 클럽들 그리고 하나의 대표팀 감독 자리를 제안받았어요. 저는 우승하고 싶습니다. 단지 일을 하고 싶고 자금을 갖고 싶다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것이어야 해요. (저는 일을 기다리고 있는 감독이므로 루머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은 첼시 감독 자리에 대해 말하고 있죠.) 그들은 지금 로베르토 디 마테오를 감독으로 두고 있고, 저는 현 감독을 존경해야만 합니다. 저는 기다리며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만 합니다. 챔피언스 리그, 스페인,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을 가진 감독으로서 저는 제안들에 열려있습니다." 


공교롭게 아니 아마 거의 의도적으로 동시에 라파의 에이전트는 스페인 언론에 라파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에이전트의 말을 듣고 라파가 첼시로 가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첼시가 라파에게 접근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내가 보기엔 라파 본인의 말과 마찬가지로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라파는 분명히 첼시의 제안을, 가능한 호의적인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첼시가 다른 대안을 모색하며 아직 좋은 제안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영국 언론은 첼시 수뇌부가 보아스를 해임하기 전에 라파에게 시즌말까지 팀을 맡아달라는 제안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라파는 그건 너무 짧고 18개월 정도는 보장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제안은 첼시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라파에 대한 첼시의 관심은 식었다고 한다. 이번 라파의 말은 제발 나를 봐달라는 애원인지 모른다. 첼시가 과르디올라와 무링요를 데려오기 위해서, 즉 순전히 감독 영입을 위해서 또 다시 많은 돈을 들여야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무직 상태의 라파는 금전적인 면에서 매력적인 옵션임은 분명하다. 

이 블로그의 꽤 오래 전 글을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라파라는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리버풀에서 최악의 구단주 체제에서 억울하게 해고되었으니 다시 리버풀을 맡아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한데 그것이 개인의 소망처럼 될 일인가? 구단주가 원해야 가능한 일인데 현 리버풀 소유주인 FSG에서 그를 원했다는 흔적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많은 리버풀 팬들은 리버풀을 떠난 이후에도 리버풀에 자기 집을 두고 리버풀 시민처럼 사는 라파를 좋아한다. 실제로 라파는 부인과 함께 리버풀 지역에 많은 돈을 기부하며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리버풀 경기장을 찾아서 눈물짓는 액션도 취한다. 그게 가식인지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심지어 케니 달글리쉬가 현직에 있음에도 리버풀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케니가 물러나야한다는 뉘앙스는 아니었지만 케니에게 실례가 되는 언행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케니가 현재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보다 여전히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 많은 팬들이 있는 곳, 그리고 그가 항상 주장하는 것처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팀인 리버풀이 라파에게도 매력적인 클럽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은 다시 검증되어야 한다. 리버풀에 오기까지 그의 경력은 화려했지만 인터 밀란 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경력만으로 그가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휴식기가 필요할 수 있지만 이제 라파는 어느 클럽이 되었건 적절한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그가 전술적 천재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선수건 감독이건 초기의 재능을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반의 유능함 이후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너무 긴 휴식은 라파 자신의 재능에도, 그의 평판에도 좋지 않다.

아마 예전에 라파는 내심 리버풀에서 케니가 미끄러지길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이제 리버풀 구단주의 부름을 기다리지 말았으면 좋겠다(위의 인터뷰를 보면 이제 기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행여 라파는 많은 사람들이 혐의를 갖고 있는 것처럼 리버풀이 더 이상 우승에 도전하는 팀이 아니어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라파에게도 리버풀에게도 무언가 증명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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