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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리버풀 팬의 답답함을 어떻게 풀까

by wannabe풍류객 2010.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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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recht's Alje Schut (L) challenges Liverpool's Fernando Torres (R) during their Europa League group K soccer match at Galgenwaard stadium in Utrecht September 30, 2010. REUTERS/Michael Kooren (NETHERLANDS - Tags: SPORT SOCCER)

리버풀이 또 다시 승리하지 못했다. 밤사이 벌어진 유로파 리그 위트레흐트 원정에서 0:0으로 비긴 것이다. 생중계를 보거나 경기 동영상을 나중에 보지는 못했지만 리버풀의 경기 내용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한다. TP에는 무능한 감독 호지슨의 경질을 소리높여 부르짖는 회원들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띈다. 

호지슨의 경질은 아무런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 호지슨이 없어지면 수석 코치인 새미 리가 임시적으로 감독을 맡을텐데 '감독 새미 리의 재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도대체 어느 유명 감독이 지금 리버풀에 오려고 할까? 이 질문은 라파가 떠난 이후에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그 해답이 로이 호지슨이었다. 현재로서는 정말 후보자가 없다. 무직인 마틴 오닐 정도?

호지슨의 전술에 어떤 결함이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번 시즌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술에 대한 내 의견을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문제가 단순히 전술에 있지만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포메이션을 어떻게 짜는지, 역습 작전인지 킥 앤 러쉬인지는 경기 운영의 중요한 측면들이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사람에서 문제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감독 교체 이후 선수들의 면면이 많이 바뀌었다. 업그레이드보다는 다운그레이드였고, 그나마 모든 주전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조 콜, 메이렐레스를 여러 포지션에서 기용하는 걸 보면 누구를 어느 포지션에 쓸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결정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제라드를 어디에 쓸 것인가도 선수 기량의 문제이건 팀 전력 극대화의 차원이건 유동적인 상태다.

수퍼 스타들을 경기장에 내보내고 감독이 그것밖에 못하냐고 욕하기는 쉽다. 하지만 스타 선수가 어떤 조건에서라도 대활약을 할 수는 없다. 그가 속한 조직, 팀이라는 전체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 틀 자체가 새로운 감독의 뜻대로 조직되기 이전의 상황에서 비참한 경기력이 종종 나오는 건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선수들의 잦은 부상 그리고 그와 연결된 혹은 다른 원인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너무 뻔한 말이라 하는 것이 불필요해질 정도지만, 리버풀의 문제는 역시 미국인 구단주 두 명의 책임이 절대적이다. 그들은 시간이 갈수록 리버풀 팬들을 경악시키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호지슨에 대한 비판은 구단의 구조적 문제가 너무나 당연시되어서인지 아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인양 취급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라파 베니테스 감독 시절에도 그 문제는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회상하며 라파가 두 시즌 전에 리그 2위를 한 것이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시에 비해 클럽의 문제가 자꾸 만천하에 까발려지고 있으며, 드러난 문제들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클럽에 관계된 모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치는 호지슨의 말대로 '비정상적'으로 높다. 이 모든 혼란에도 불구하고 호지슨이 경기장에서 보란듯이 연거푸 승리를 쟁취해야한다고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 

호지슨은 지난 시즌까지 풀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올 여름 월드컵 이후 카펠로에 이어 잉글랜드 감독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랜 감독 경력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리버풀을 '선택'했다. 그가 리버풀의 어려운 상황을 몰랐을까? 리버풀에서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선택을 한 것이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이다. 

빅 클럽들이 리그에서 심심치 않게 패배를 당하는 것을 보며 이럴 때 좀 잘하면 선두 경쟁도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아마 올 시즌 우승을 위한 승점은 좀 낮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이기기 쉬운 상대방이 점점 없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모든 리그 경기가 쉽지 않다. 진정한 강팀이라면 무자비하게 상대적으로 약한 팀을 꺾어야하지만 맨유 같은 팀도 이번 시즌 리그 경기를 힘들게 치르고 있다. 현재 리버풀로서는 더더욱 힘들다. 



위의 내용을 어제 낮에 쓰다가 완료시키지 못했다. 이런 저런 궁리를 해봤지만 현재로서는 리버풀 팬들의 답답함을 풀 길이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대책없는 분노 표출은 건강에 좋지 않다. 

팬은 용어의 정의상 자신의 클럽을 사랑해야한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클럽의 소중한 구성원들을 증오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실 그들은 더이상 팬이 아니다. 대안도 없이 호지슨 감독을 욕하고, 부진한 선수를 팔아치우라고 외치는 사람은 차라리 요즘 잘 하는 근사한 클럽을 좋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즌 초반의 몇 경기로 클럽의 다수를 싸잡아 비판하는 정도의 평가밖에 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클럽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모아둔 몇 가지 읽어볼만한 기사들 링크를 아래 적어두었다. 하나 반가운 것은 RBS가 리버풀을 인수하게 되더라도 승점 삭감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리버풀 에코의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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