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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리에라의 '침몰하는 배' 발언을 돌아보며

by wannabe풍류객 2010.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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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알베르트 리에라는 그 유명한 '침몰하는 배' 발언을 했고, 이후 리버풀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그리스로 떠나야했다. 모두들 자기가 소속한 팀을 그렇게 비하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리에라가 이미 라파 밑에서 더 이상 기회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내뱉었겠지만 요즘 리버풀을 보면 정말 침몰하는 배처럼 보인다. 리버풀을 잘 아는 언론인들조차 리버풀의 전반적인 쇠락, 호지슨의 능력 부족을 말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의 글을 써도 되지만 리에라의 이전 발언에 대한 기사들을 보다보니 새롭게 발견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내용으로 쓰려고 한다. 

July 23, 2010 - Athens, GRC - epa02258974 Spanish soccer player Albert Riera (L) shows his shirt next to Olympiacos' new majority owner Vangelis Marinakis (R) during his presentation by Olympiacos Piraeus soccer team, on 23 July 2010. Former Liverpool's player Riera who arrived in Greece on Thursday after signing a four-year contract with Olympiacos, was greeted by thousands of Olympiacos fans at the airport. He will be the one of the most expensive purchases in the history of Greek football.

당시 리에라는 라파 베니테스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자신을 기용하지 않는다, 라파는 선수들과의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지 않는다, 라파는 자신이 감독이므로 귀를 닫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라파와 선수들 사이의 대화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등의 말을 했다. 

그런데 '침몰하는 배'가 어느 맥락에서 나왔는가가 의문이다. 먼저 감안해야 할 점을 말하면 기본적으로 이와 관련된 기사들은 리에라가 스페인의 라디오 마르카에서 말한 것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상당수의 영국 언론들은 그 내용 중 일부만을 가져다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기사로 내보냈다. 번역의 문제가 일부 있었다는 것도 분명하다. 맥락을 무시한 문장들의 재배치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즉, 원래 라디오에서 했던 내용을 그 자체로 들어봐야 리에라의 문제적 발언의 참 의도를 알 수 있다.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상당수의 기사들은 리에라가 리버풀을 '침몰하는 배'로 묘사했다고 '언급'하기만 했다. 그 구절이 들어간 문장을 포함시키지 않은 기사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침몰하는 배'가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가 나온 문장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하나 옮겨본다.

먼저 CNN의 기사다. 
"만약 제가 무언가 잘못을 하고 있고, 당신이 제 감독이고, 당신이 저를 높이 평가한다면, 당신은 저에게 와서 제가 다시 경기에 나올 수 있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만 할지 말할 거에요. 이것이 저에게 상처를 줍니다. 배가 침몰하는 것을 볼 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요. 

"팀은 못하고 있고 변화가 필요해요. 침몰하는 배입니다. 그러나 제가 여기 있었던 2년 동안 베니테스는 선수와의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한 적이 전혀 없어요.

팬 포럼인 Red and white Kop(RAWK)의 번역. 이 번역은 마르카의 스페인어 기사를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저는 여기 2년 동안 있었고 그의 방식을 알아요. 그는 대화를 통해 선수와의 문제를 개선한 적이 없어요. 그는 단지 자신이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무시해요. 그와 선수들 사이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올해는 어려웠지만 아직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배가 침몰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 변화도 주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러의 기사처럼 리에라의 발언을 이해하고 있다. 가디언의 스페인 축구 전문가인 시드 로우BBC에서도 리에라가 리버풀을 침몰하는 배로 지칭했다고 이해하므로 이런 해석이 리에라의 진의일 가능성은 높다고 하겠다. 

그런데 만약 CNN의 기사와 같은 맥락이라면 이야기가 매우 달라진다. 이 때는 침몰하는 배가 리버풀이 아니라 리에라가 될 수 있다. 즉 리에라는 어떤 이유로건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로서 하락의 길을 걷고 있는데, 감독인 라파가 도와줄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RAWK의 번역도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글을 쓰다가 뒤늦게 마르카의 원문 기사를 봤는데(물론 영어로 번역해서), 원문은 RAWK의 번역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다만 앞에 리에라의 발언을 설명하는 문장이 있다. RAWK의 해석만 보면 올해 어려움을 겪는 주체, 침몰하는 배가 지칭하는 바가 리에라인지 리버풀인지 분명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마르카의 해설은 리에라가 결국 리버풀을 침몰하는 배로 지칭했다는 것을 확실히 밝히고 있었다. 

리에라가 보기에 리버풀의 경로에 해결책이 있지만, 이는 변화를 요한다. "올해는 어려웠지만 아직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어요. 배가 침몰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 변화도 주지 않아요..."

올해 3월 리버풀이 줄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영입할 수는 없는 시기다. 그렇다면 리에라는 자신을 기용하라, 내가 바로 해결책이다라는 의도로 그 말을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말에 따르면) 컨디션이 괜찮고 팀의 경기력에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자신을 기용하지 않는 감독, 라파 베니테스를 교체하라는 매우 공격적인 의도가 숨어있는지 모른다. 어떤 경우이건 당시 감독인 라파의 뜻과 배치되었고 리에라는 나중에 팀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결국 리버풀을 떠났다. 그리고 리에라의 소원처럼 라파는 리버풀에서 해임되었다. 

리버풀은 로이 호지슨 그리고 영입한 선수들과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현실은 더 나빠지고 있다. 리에라와 라파 베니테스가 모두 리버풀의 성적 부진에 일부 책임이 있지만 그런 부분적인 원인이 사라진다고 전체적인 난국이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이 드러났다. 즉 리에라의 침몰하는 배 발언은 문제의 원인을 너무 작게 본 것이다. 리에라는 베니테스의 개인적인 감정을 문제 삼았지만 바로 자신이 라파에게 사사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공격적으로 말했던 것에 불과하다. 리에라의 그런 부정적인 말 자체가 리버풀의 침몰을 부추겼다. 침몰의 기운이 보이더라도 리에라처럼 말하는 것은 배를 수리하고 물을 퍼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선수의 말을 악의적으로 확대 포장하는 언론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Former U.S. Air Force missile-tracking ship Gen. Hoyt S. Vandenberg sinks beneath the surface of the ocean after cutting charges were detonated seven miles off Key West, Florida in this May 27, 2009 file photo. Now, a year later, the ship is serving its purpose as an artificial reef in the Florida Keys National Marine Sanctuary. It has become a habitat for 113 different species of fish and has attracted more than 20,000 divers during its first year. Picture taken May 27, 2009. REUTERS/Florida Keys News Bureau/Handout (UNITED STATES - Tags: SOCIETY MARITIME)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한 리에라가 그리스에서 포세이돈의 가호를 받는 중인지 알 수 없으나, 결국 리에라의 말처럼 리버풀은 침몰하는 중이다. 구멍을 막고, 배에 차오르는 물을 퍼낼 기회는 아직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점에서 큰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이들은 케니 달글리쉬가 리버풀 감독을 그만둔 이후 리버풀의 추락은 이미 시작되었고 현재진행형, 미래악화형(?)일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라파 감독 시기를 기준으로해도 최근 두 시즌은 팬들과 선수들 모두를 가라앉게 만든다. 

구단주로 인해 촉발된 격랑의 파고를 리버풀호가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훌륭한 새 구단주가 생기거나 호지슨 감독과 선수들이 단결하고 정신무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팀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없다면 새로운 투자자가 올 리가 없다. 팀의 가치를 보존하고, 리버풀의 역사를 보호하는 기본은 경기장에서의 활약일 수밖에 없다. 선수나 감독은 인간에 불과하고, 경기장 안팎의 일은 순환적으로 영향을 끼치기에 선수들의 일방적 희생과 헌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힉스와 질렛이 RBS에 빌린 돈을 갚는 기한인 다음 달이 되면 어떤 쓰나미가 몰려올지 알 수 없다. 모두가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으면 정말 침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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