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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아카데미를 위한 영화?

by wannabe풍류객 2010.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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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공간에 썼던 글들을 훑어보다 '더 로드'에 대한 영화평에 트랙백이 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알고 있었지만 제목을 보니 '아카데미를 위해~'다. 문득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성적을 거뒀나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어떤 부문에서도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물론 극히 자리가 제한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못 했다고 나쁜 영화인 건 아니다. 문제삼고 싶은 것은 '아카데미를 위한' 영화로 점찍은 그 호들갑이다. 

블로그는 원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구들 애드센스 등 인터넷을 통한 수익창출 모델과 결합하며 누군가에게 돈벌이가 될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개봉작에 대한 영화평은 극장과 배급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분명 잘 모르는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의 평가는 잠재적 관객이 영화표를 살지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인지 영화평은 인기있는 글 중 하나인데 잘 쓴 영화평이란 상당히 줄타기를 잘 해야 하는 영역이다. 봐도 잘 이해가 안 가는 영화들이 있다. 감독이 너무 철학적이거나 불친절한 경우인데 그럴 때는 일일이 이 장면은 무슨 의미다라고 해석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건 스포일러로 가득한 글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 참조할 글은 아니다. 적당히 재미있는 포인트를 찔러 주면서 감출 것은 잘 감춰주는 글이 현재 개봉작에 대한 영화평으로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도 영화가 괜찮을 때의 이야기다. 재미없는 쓰레기같은 영화를 위해서도 그런 포장을 잘 한다면 그것도 재주겠으나 그 글을 믿고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욕먹기 십상이다. 

'더 로드' 원작 소설은 꽤 호평을 받았고, 나도 일부 읽었지만, 영화는 영상미는 있으나 이걸 명작이라고 불러야할까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던진다. 원 소스 멀티유즈가 만연한 세상에서 좋은 소설을 좋은 영화로 만나는 건 팬들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원작을 망치는 길로 떨어지기도 쉽다. '더 로드'는 지옥같은 세상을, 보는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너무 지옥같이 그리지는 않았던, 그래서 조금 착하기에 오히려 작품의 질이 떨어진 영화가 아니었을까. 

돌이켜보니 이번 아카데미 수상작, 후보작들은 '더 로드'와 같은 묵시록적 미래 이야기보다는 희비가 교차하는 지금 이 땅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란 점이 눈에 띈다. 그 어느 때보다 현실이 너무 영화같은 시대련가. 지옥같은 미래를 볼 필요조차 없다니 더 큰 고통을 느낄 수도 없는 걸까. 좋은 위안거리다.

*imdb.com에서 '더 로드'의 수상 실적을 봤는데 여러 영화제에서 단 한 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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