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버풀 & 축구

이것이 안필드다: 리버풀의 어두운 이면

by wannabe풍류객 2013. 5. 7.
반응형
평소처럼 리버풀 뉴스 목록을 살펴보던 중, 가디언의 한 기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안필드: 희생자, 분노 그리고 리버풀의 부끄러운 진실'이라는 제목이다.

제라드가 어깨 수술을 예정보다 앞당길 것 같다거나 캐러거의 작별 인터뷰 성격의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와중에 가디언의 기사는 뜬금없어 보였다. 

어찌보면 이 기사는 '뉴스', 즉 새 소식도 아니었다. 그러나 작성자인 데이빗 콘은 리버풀이 쉬쉬하던 일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리버풀 팬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만한 내용이다.

우선 아래의 안필드 경기장 주변 지도를 보자.


크게 보기


나는 아직 직접 가 본 일이 없지만 안필드 주변은 보이는 것처럼 주택가다. 그러나 많은 집들은 비어있다. 왜냐하면 리버풀이 10여년 동안 안필드 근처의 집들을 구매하고 되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거주자는 오지 않았다. 아니 올 수 없었다. 주택가는 황량해졌고, 집값은 떨어졌으며, 부랑자들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리버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리버풀 근처(콘의 글에서 리버풀이 로타르 로드에서 어떤 집을 사들였는지 설명된다)의 집들을 샀다. 모든 것은 매입한 주택을 허물고 안필드를 증축하기 위함이다. 안필드 증축->경기장 좌석 증가->티켓 가격 상승-> 리버풀의 경기일 수입 증가로 이어지는 재무적 고려에 의한 조치였던 것이다. 


데이빗 콘은 리버풀이 수많은 서포터들이 살고 있는 경기장 바로 근처의 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수작을 부려왔음을 암시한다. 집값이 떨어지면 저렴하게 주택을 매입할 수 있고, 이는 경기장 증축 비용의 절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들 알듯이 안필드는 아직도 증축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증축 계획은 한동안 스탠리 파크에 신축하는 계획에 밀려나있었다. 그럼에도 리버풀은 만약을 대비해서인지 경기장 주변의 황폐화를 무릅쓰고 주택 매입을 지속해왔다. 결국 현 리버풀 구단주이자 미국에 근거한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이 스탠리 파크 신축안을 백지화하며 증축으로 돌아서며 리버풀의 주변 주택 매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 의회 측에서도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한 모양이다. 10년 이상을 살던 정든 장소에서 몰려날 사람들에게 시는 적절한 보상금을 주지 않고 낮은 금액을 먼저 말하며 협상을 하는 태도를 보여 주민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없는 리버풀 시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리버풀 FC의 번영이 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몇몇 주민의 거주권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는지 모르겠다.


많은 일은 처리 방식 때문에 말썽이 생긴다. 안필드 주변의 주민들은 리버풀이 경기장 증축 계획을 미리 알렸다면 협조적으로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이는 리버풀의 서포터이기도 하다. 그런데 리버풀은 계획을 세워놓았으면서 주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몰래 조금씩 주택을 매입해왔다. 


클럽에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비용절감 수단을 강구해야 함은 당연하나 리버풀 서포터들이기도 한 주민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쳐서는 곤란하다. 결국 리버풀 시민들과 리버풀 FC는 여러 측면에서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나온 콘의 기사는 현지 뿐 아니라 '글로벌' 서포터들이 갖고 있는 리버풀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