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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자신감 혹은 자만심: 디우프의 제라드 비판, 던컨 젠킨스 사건

by wannabe풍류객 201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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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버풀은 로저스 감독의 전 직장이었던 레딩과 상대하게 된다. 레딩은 로저스에게 해고의 아픔을 맛보게 한 곳이고, 레딩의 현 감독은 그의 바로 후임 감독이기도 하다는 점 등이 경기 이외의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텔레그라프의 기사에서 바스콤이 말하는 것처럼 보통 '전염성 있는' 자신감을 내뿜는 로저스지만 레딩에서 해고의 경험은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전 리버풀 선수이자 현 리즈 공격수인 엘 하지 디우프의 교만은 수그러들 줄은 모른다. 어제 대부분 신문에는 엘 하지 디우프가 난데없이 제라드를 비판했던 내용이 담겨 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예전에 나온 제라드 자서전에서 제라드가 디우프를 자신에게만 관심있고 리버풀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판한 내용을 그대로 제라드에게 뒤집어 씌운 비판이긴 했다. 디우프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제라드는 이기심이 유례없이 심한 정도여서 제라드는 자기가 골을 넣기만 하면 팀이 져도 상관하지 않을 사람이고, 제라드와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모두 제라드를 싫어한다는 등등.


이런 디우프의 비판을 보며 그의 생각에 동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군대 말년에 월드컵에서 세네갈이 프랑스를 꺾는 묘기를 구경할 수 있게 해준 디우프지만 그의 화려함은 리버풀 이적 이후 빛을 잃었고, 이후 그는 덜 유명한 팀들에서 득점보다는 침뱉기나 설화와 같이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조명을 받아왔다. 


하지만 '리즈 시절'의 리즈가 아닌 3부 추락 이후 2부로 올라온지 오래되지 않은 리즈에서 새 생활을 하고 있는 악동 디우프는 여전히 2002년을 살고 있다. 그는 2002년에 세계에서 주목받는, 펠레도 인정한 스타 축구 선수였던 자신을 제라드가 질투해서 자서전에 그런 말을 쓴 것이라고 주장한다. 디우프는 자신감이 지나치다 못해 넘쳐나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그는 다시는 2002년 같은 주목을 받지 못했고 제라드는 지금도 세계적인 선수로 남아있다. 


비록 리버풀의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제라드가 이기적이라는 혐의는 디우프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리버풀에 제라드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에 제라드가 해결을 해주어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제라드에게 공을 몰아주며 팀의 다양한 공격 경로가 개척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제라드가 컨디션이 좋다면 별 문제가 아니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공격의 핵심이 수아레스로 바뀌고 제라드 포지션이 수비쪽에 가까워진 지금 제라드를 이기심이 넘치는 선수라고 비판하는 건 착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를 바꿔 최근 리버풀에 관한 시끄러운 일 중의 하나인 던컨 젠킨스 사건을 보자. 이 블로그에 몇 차례 글을 적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요는 한 트위터리안의 정확한 트윗 내용들이 눈에 거슬린 리버풀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 젠 창이 던컨 젠킨스의 실제 인물 숀 커민스를 만나기 위해 맨체스터까지 차를 몰고 가서 거의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가 평범하지는 않고 숀 커민스에 대한 협박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숀 커민스의 설명은 너무 지나친 내용이 많아 믿지 못할 내용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숀과 젠 창의 만남은 CCTV 화면 등을 통해 확인되었다. 그리고 존경받는 사이트 안필드 랩에서는 협박을 당했다는 커민스의 주장이 믿을만하다고 발표했다. 협박의 실체는 커민스가 공유하고 있는 친구의 시즌 티켓으로 안필드에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 정도까지가 합의된 혹은 확인된 진실로 보인다. 젠 창이 개똥을 언급하고 리버풀 팬들을 미친 사람으로 묘사하고, 나중에 한밤중까지 몇 시간 동안 숀의 핸드폰으로 계속 전화를 걸었는지에 대해서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렇게 사실이 일부 확인된 이상 젠 창을 순전한 거짓말쟁이의 농간에 놀아난 일방적 피해자라고 보기는 힘들어진다. 그의 책임과 멍청한 판단은 나중에 클럽 차원에서 조치가 있을 것이고, 여기서는 숀 커민스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의 글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던컨 젠킨스 사건은 트위터 시대가 만들어낸 부작용의 하나다. 


평범한 리버풀 팬이자 카피라이터였던 숀은 운좋은 추측들을 통해 단기간에 신뢰를 얻었고 심지어 실제 저널리스트들까지 그를 팔로우했다. 리버풀 클럽 입장에서는 단순히 많은 팔로어 수보다는 실제 저널리스트들까지 던컨 젠킨스를 믿었다는 점이 신경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던컨 젠킨스가 팀의 주요 영입 선수는 물론 로저스의 감독 임명까지 맞히면서 젠 창은 클럽 내부의 공모자가 있지 않을까라고 의심하게 되었다. 


던컨 젠킨스가 아무리 가상 캐릭터라고 해도 숀 커민스에게 책임이 없지는 않다. 비록 그가 진짜 저널리스트인 척 하지는 않았어도 그는 분명히 인기를 끌기 위해 믿을만한 정보들을 적극 활용했다. 즉 4만 명이 넘는 팔로어[현재는 3만 9천 명 수준]를 가진 던컨 젠킨스는 단순히 재미로 운영된 트위터 계정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기만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젠 창에게 입은 피해를 폭로했던 블로그 글에서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철저하게 즐기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수많은 팔로어, 골닷컴에도 글을 쓰게 된 경험 등 일반인으로서는 누리기 힘든 주목과 인정 속에서 그는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과대망상에 빠지게 되었다. 비록 지금 리버풀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인 힐스보로의 진실 찾기 운동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숀 커민스가 더 이상의 논란 발생을 스스로 자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고 그가 그 정도 상식은 갖고 있음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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