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y345 낡은 사전 학기 시작 직전은 누군가에겐 작별의 시간이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많지만 과정을 끝내거나 잠시 휴학을 하거나 혹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공부하는 사람의 애증의 대상인 책들이 종종 재활용 쓰레기장을 차지하게 된다. 에어컨 바람이 갈수록 차갑게 느껴지는 요즘 감기 기운을 느끼며 일찍 학교를 나오다가 쓰레기통에 책들이 쌓여 있는 걸 보았다. 그 중에 사전 한 권이 있었다. 이름하여 시사 엘리트 로열 영한 사전이다. 가죽 커버가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고, 거의 3천 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가 믿음직스럽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며 왜 이렇게 좋은 사전을 버리는 거지라며 의아해하다가 요즘 전자사전이 넘친다는 걸, 이런 무거운 사전은 오히려 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지.. 2009. 8. 25. 썸머 워즈(Summer Wars) 썸머워즈 감독 호소다 마모루 (2009 / 일본)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사쿠라바 나나미, 후지 스미코, 타니무라 미츠키 상세보기 포스터 속 여주인공의 당당한 자세가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일까,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기로 작정하고 짧을 시간에 선택한 영화가 이거다. 줄거리를 훑어봤지만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고, 감독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만든 사람이었다기에 믿고 보기로 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썸머 워즈'처럼 비현실적이지만 상당히 단순한 주제에 집중해서 감동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으려다 무리를 하고 말았다. 영화엔 분명 아주 재미있고, 화려한 액션도 있고, 가족애는 넘치고, 풋풋한 남녀 주인공의 사랑도 있다. 게다가 넷상의 아바타를 통한 가상 현.. 2009. 8. 16. 주인과 노예, 혹은 신 한 살 어린 한 친구가 호주에 다녀왔다길래 어학연수인가 싶었는데 농장에서 일을 죽도록 했다고 한다.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호주의 백인이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온 황인종들이라고 한다. 얼마전엔 호주에서 젊은 두 남녀가 죽은 채로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는데 영어 배우고, 일해서 돈도 벌 목적으로 호주 농장을 향하는 한국의 젊은이가 많은 모양이다. 호주의 농장주들이 착취를 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으니 말릴 일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생기곤 했다. 며칠 전엔 아주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기계화가 되어도 농업엔 손이 많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최근엔 농장이 기업화되는 곳도 적지 않은가 보다. 여하간 한국의 농장주들이 주로 태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쉬지도 못하게 하고, 여권, 외국인등록증.. 2009. 8. 14. 락시터 - 나이는 아무 것도 아니다 대학로 소극장축제에서 하는 락시터를 보고 왔다. 처음에 초대권을 봤을 때는 '락시티'로 보고 그게 뭐야했는데 자세히 보니 락시터다. 그건 또 뭔데? 의미불명의 이름의 의미를 알아챈건 극장 앞 포스터를 보고 난 다음이었다. 낚시하는 모습이 보이고, 한자로 '樂시터'라고 써놓았다. '시'자도 한자로 時라고 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 즐거운 때를 보내는 자리 정도의 의미려나. 연극일까 싶은데 뮤지컬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니 난생 처음 뮤지컬을 보게 되나 싶었다. 작년 이래(이자 태어나서 지금까지)로 대학로 소극장은 네번째로 찾은 것 같은데 자리의 불편함은 언제나 문제가 된다. 나랑 같이 간 사람하고 찰싹 붙어있는 거야 문제가 아니지만 옆에 낯선 남자와 붙어야하는 건 고역이다. 게다가 소극장의 의자는 언제나.. 2009. 8. 8.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8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