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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orary

썸머 워즈(Summer Wars)

by wannabe풍류객 2009.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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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워즈
감독 호소다 마모루 (2009 / 일본)
출연 카미키 류노스케, 사쿠라바 나나미, 후지 스미코, 타니무라 미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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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속 여주인공의 당당한 자세가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일까,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기로 작정하고 짧을 시간에 선택한 영화가 이거다. 줄거리를 훑어봤지만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고, 감독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만든 사람이었다기에 믿고 보기로 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썸머 워즈'처럼 비현실적이지만 상당히 단순한 주제에 집중해서 감동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담으려다 무리를 하고 말았다. 영화엔 분명 아주 재미있고, 화려한 액션도 있고, 가족애는 넘치고, 풋풋한 남녀 주인공의 사랑도 있다. 게다가 넷상의 아바타를 통한 가상 현실이 실제 삶의 재앙으로 바뀌는 섬뜩한 예견과 같은 심각한 주제 의식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상당한 장점을 상쇄하는 의아함이 나를 압도한다. 

메가박스의 지리한 광고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자 CJ엔터테인먼트, LG텔레콤의 오즈(OZ)가 영화에 투자했음을 알리는 화면이 나온다. LG텔레콤의 경우는 투자가 아니라 공동 마케팅만 한다는 기사가 있기도 한데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궁금하다. 두 회사는 이 영화가 한국에 적극 홍보하기에 적절한 영화라고 본다는 것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하면 영화는 일본색이 너무 진하다는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일본색이 진하다고 비난하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공동마케팅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LG텔레콤을 약간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투자를 한 CJ엔터테인먼트의 태도엔 불만이 생긴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전통 일본 가옥은 하나의 성과 같고, 그 집은 16세기 일본의 전국시대부터 내려오는 무사 집안의 소유다. 기억에 따르면 조상인 무사는 다케다 신겐의 충신이었던 것 같고, 도쿠가와에 맞서는 등 세 번의 전투에 대한 일화가 소개된다. 왜장의 갑옷이 아주 소중하게 집에 모셔져 있는데,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의 후예가 보기엔 충분히 불편한 장면이 아닐까? 

또 어이없게도 화투가 세상을 구하는 도구가 된다. 물론 역사적으로 허망한 사건이 큰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나츠키의 화투장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코이코이'를 입모아 외치는 장면에 허탈한 웃음만 났다. 나름 일본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지만 화투가 등장한 건 한번도 없었다. 게다가 네이버에서 검색해본 바로는 현재 일본에서 실제로 화투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면 이 영화는 아예 한국을 겨냥하고 만들었다는 건가? 

그리고 지나친 우연성도 문제로 보인다. 오즈 시스템 최고의 파이터인 킹 카즈마, 러브 머신의 개발자 와비스케가 모두 한 가족이라니! 아무리 유력 가문이고 대가족이라고 해도 세계의 운명을 일본의 한 가문이 들었다놨다 한다? 세상을 구하기만 한다면 국적이야 상관없지만, 일본인 개발자의 AI인 러브머신이 미국방성에 팔려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데 결국 책임은 개발자 와비스케가 아니라 미국방성에 있다는 식으로 끝난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일반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와비스케의 부주의함을 쉽사리 용서하는 건 아니지 싶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선 '무라카미'라는 타이틀로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같은 것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써머 워즈'와 분위기가 꽤 비슷했다. 모종의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치아를 사각이 아닌 삼각형으로 표현한 것이 공통적으로 인상적이다. 삼각이빨은 장난기 넘치고 악의에 넘친 모습을 표현하는데 영화 속에선 공포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화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잔영이 느껴진다. 캐릭터가 비슷한 편이고, 숫자가 중요한 장치가 되는 것도 그렇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숫자가 막 움직이며 시간을 표현하곤 했는데, '써머 워즈'에서도 중요한 장면에서 움직이는 숫자가 시간을 표시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영화의 여주인공은 나츠키라기보다 90세의 할머니가 아닌가 싶다. 비록 할머니는 중간에 돌아가시지만. 나츠키는 별 특징도 없고, 생각도 없고, 화투만 잘 치고, 얼굴만 예쁘장한 단순한 소녀 캐릭터다. 포스터 속의 강한 포스를 느끼기 힘들다. 켄지는 수학 천재이지만 주인공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캐릭터로 보인다. 오히려 대가족이 만들어내는 합동 그 자체가 중요하다. 그런 대가족은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점점 희귀해질텐데 그런 현실 때문에 오히려 이상향으로 그려내는 것 같다. 글쎄, '써머 워즈'내에서는 이번 여름에 합심해서 큰 일을 해냈지만 구심점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그 큰 집에 모여서 즐겁게 즐기게 될지는 의심스럽다. 

영화 제목은 '스타 워즈'의 패러디이기도 한데 초반에 등장하는 패러디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전쟁을 입에 올리는 건 여전히 불편하다. 이런 영화를 국내 영화제작사가 돕고, 국내 대기업이 공동 마케팅을 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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