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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 밀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라파 베니테스는 BBC에 몇 번 출연하며, 리버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과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미 몇 개 클럽에서 감독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잉글랜드에서 감독을 하고 싶다는 뜻을 비교적 분명하게 밝혀왔다. 가장 선호하는 클럽은 리버풀로 보이나 케니 달글리쉬가 임시직의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압도적이라 당분간 리버풀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첼시가 그를 원하는 것 같다는 루머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리버풀에서 라파는 2004년 함께 프리미어 리그에 입성한 무링요가 감독으로 있던 첼시와 매 시즌 지겹도록 대결하며 리버풀과 첼시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꾸준히 리버풀에 대한 애정을 밝혔음에도(가장 최근의 일로 힐스보로 추모식에서의 눈물 장면이 있었다) 첼시의 감독 자리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다. 그러나 라파 베니테스는 분명히 첼시 감독이 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봐야 한다.
우선 지난달 22일 경의 골닷컴, 가디언, 인디펜던트의 기사들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라파는 토레스를 평가하며 간접적으로 자신이 토레스와 궁합이 잘 맞는 감독임을 과시했다.
페르난도는 훌륭한 프로 선수고 비록 그가 몇 번의 부상이 있었지만 그는 잉글랜드 스타일을 배우는 중이었어요. 그는 좋은 정신자세와 좋은 자질을 가졌고, 우리가 스페인어로 소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와 그의 관계는 좋았어요.
22, 23일의 기사들은 토레스가 드디어 골을 넣은 웨스트 햄 경기 이전에 나온 것이긴 하지만, 50m 파운드라는 막대한 투자를 한 첼시에게 토레스의 부진은 두통거리가 아닐 수 없다. 축구 전술의 대가인 조내선 윌슨의 최근 글에 따르면 첼시의 딜레마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단적으로 말해 토레스는 혼자 스트라이커로 쓸 때 진가가 발휘되는 선수인데(토레스는 리버풀에서 4-2-3-1의 스트라이커였다) 첼시는 드록바와 아넬카라는 버리기에 너무 뛰어난, 그리고 윙포워드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 스트라이커가 둘이나 있다. 그래서 토레스 이적 후 첫 경기에서 드록바, 토레스가 스트라이커, 아넬카가 뒤에서 돕는 형태의 비효율적인 자원 운용이 이루어졌고 경기 결과도 나빴다. 결국 극도로 부진한 토레스를 벤치로 보내는 결정이 내려졌다.
계륵이라기엔 너무 큰, 첼시 리빌딩의 중심이어야 할 토레스를 어떻게 해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가는 앞으로 첼시의 장기적 성적에 있어 핵심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로만이 부자라고 해도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 룰이 도입된다면 여태껏 보였던 마구잡이 영입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토레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했던 라파 베니테스가 첼시의 구미에 맞는 것이다. 게다가 위에 인용한 라파의 말은 날 데려가라는 메시지가 확실할 수도 있고 라파의 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오해하기 좋다.
또 오늘 데일리 메일 기사도 아주 분명하게 라파가 대리인을 통해 첼시가 부르면 가겠다는 신호를 전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기사는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라파를 데려오지 않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긴 하다. 로만은 리버풀 감독일 때 무링요와 신경전을 벌인 것, 너무 조심스러운 축구 스타일 그리고 보드룸에서의 권력 다툼 때문에 라파를 꺼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약이 1년 남짓 남은 안첼로티를 믿는 것도 아니다. 지난 주말 경기 이후 리그 역전 우승의 가능성이 남아 있고, 실제로 우승한다면 안첼로티가 남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지 못 할 경우 여름에 감독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로만은 히딩크를 후임으로 원하지만 히딩크가 현재 터키 감독인데다 클럽 축구 감독으로 돌아오는 것을 꺼리고 있어 영입이 어려워보인다. 첼시가 이루지 못한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약체 리버풀로 달성한 감독이라는 장점을 로만이 쉽게 포기할 수 없을지 모른다.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 모르지만 이미 작년 12월에 스페인의 마르카는 첼시가 안첼로티 감독의 후임으로 라파를 고려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유는 데려올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감독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번 여름에 무링요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해임되면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로만이 스스로 버린 카드를 다시 집을 것 같지는 않지만 최근 기사는 무링요의 복귀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제2의 무링요라는 빌라스 보아스도 첼시 감독으로 고려될 수 있겠으나 그가 너무 어리기에 빅 클럽들이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지 모른다.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예전에 데샹이 리버풀 감독 자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만약 리버풀이 케니를 선택한다면 첼시가 데샹을 데려갈 수도 있다. 찾아보니 그런 루머가 없지도 않다.
라파가 첼시행을 원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라파는 현재 공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아스톤 빌라 감독 자리와도 연결되고 있다. 라파가 최고 클럽이 되기엔 구단주의 투자가 조금 부족한 아스톤 빌라 감독이 된다면 어떤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도 매우 궁금한 일인데, 그가 리버풀이 아닌 다른 프리미어 리그 클럽 감독이 된다는 것이 어색한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떨떠름하게 이별했던 그가 만약 리버풀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 세력으로 돌아온다면 어떤 기분일지 애매하다. 그 때는 그 때, 최소한 리버풀과 상대할 땐 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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