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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버풀의 소유자에 대한 두 가지 정보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먼저 르브론 제임스가 리버풀의 주주가 되었다는 뉴스가 있었고, 며칠 후 뉴욕 타임스 회사(신문 뉴욕 타임스를 소유한 회사)가 리버풀의 지분을 10%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작년 10월의 매각을 통해 리버풀의 주인은 뉴 잉글랜드 스포츠 벤처스(NESV)로 바뀌었고, 이들은 3월에 사명을 펜웨이 스포츠 그룹(FSG)로 변경하였다. 현재 FSG가 리버풀의 구단주다. FSG는 우두머리(principal) 구단주인 존 헨리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그 이외에 여러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는 투자회사다. 리버풀의 회장인 탐 워너는 FSG의 파트너 중 한 명이자 주요 의사 결정자이지만 지분 자체가 많은 것으 아니다. 1
뉴욕 타임스에 대해 최초로 보도한 텔레그라프의 폴 켈소는 뉴욕 타임스 회사가 전부터 FSG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리버풀의 지분을 10% 이상 소유한지는 몰랐다는 논조였다. 그런데 이번 발표는 구단의 소유 관계를 명확히 하라, 더 상세하게는 10% 이상 지분을 소유한 주주의 이름을 공개하라는 프리미어 리그의 요청에 따라 FSG가 뉴욕 타임스의 존재를 공개한 것이다. 내용은 리버풀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FSG가 리버풀을 인수하려던 시점에서 뉴욕 타임스가 관련되었다는 사실은 영국 언론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뉴스가 신선한 충격이었을 수 있지만, 뉴욕 타임스는 FSG의 초창기부터 그 일원이었다. FSG(당시의 NESV)가 보스턴 레드 삭스를 인수하던 2002년에 뉴욕 타임스는 NESV의 17.75% 지분을 75m 달러에 사들였다.
이는 회사의 사업 다각화의 일환이었다. 2004년 연례 보고서를 보면 뉴욕 타임스의 포트폴리오에서 NESV는 매우 이례적인 분야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 이후 종이 신문 시장이 갈수록 축소되며 뉴욕 타임스는 매각 가능한 자산을 처분하는 중이다. 그래서 작년에 소유하고 있던 NESV의 지분의 일부를 헨리 매크랜에게 매각하여 현재는 지분율이 16.57%로 하락했다.
17.75%가 75m 달러였는데 1.18%가 9m 달러에 팔렸으므로 FSG의 전체 주식 가치는 2002년 422.5m 달러에서 2010년 762.7m 달러로 상승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리버풀이 300m 파운드(480m 달러)에 매각되었으므로 FSG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가치에 비추어 꽤 큰 투자를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주식 가치와 회사가 소유한 자금은 별개일 텐데 FSG가 얼마나 자금을 확보했는지는 전혀 짐작할 수 없다. 리버풀 매입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2
르브론 제임스가 리버풀의 지분을 확보한 소액 주주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 가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르브론이 리버풀의 주식을 가진 것이냐 아니면 FSG의 주식을 가진 것이냐이다. 많은 언론은 르브론이 리버풀의 주식을 얻었다고 적었는데, 전문성이 인정되는 리버풀 팬사이트(안필드온라인)의 한 글은 르브론이 FSG의 지분을 얻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리버풀의 구단주는 FSG라는 회사다. 이 회사가 리버풀 주식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뉴욕 타임스가 리버풀 주식의 1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개별 주주들의 FSG에서의 지분율과 리버풀에서의 지분율이 동일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유사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르브론이 FSG의 지분을 얻었다면 리버풀의 지분도 같은 비율로 얻었을 것이다. 안필드온라인의 기사는 그런 식으로 추론했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의 어떤 기사에서도 르브론 제임스가 FSG의 지분을 얻었다고 쓴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르브론은 FSG가 아닌 리버풀의 소수 지분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는 FSG와 르브론 제임스가 리버풀을 소유했다고 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또 뉴욕 타임스는 현재 보유한 FSG의 주식을 계속 매각하려고 하므로 이 주식들이 작년처럼 쪼개져서 매각되는 한 리버풀의 소액 주주 명단은 계속해서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르브론은 FSG의 마케팅 자회사인 펜웨이 스포츠 매니지먼트(FSM)와 제휴를 맺었다. FSG 차원에서는 르브론 제임스라는 세계적인 수퍼 스타의 마케팅을 전담하게 되었다는 점이 이번 딜의 가장 큰 이익이다. 르브론도 자신의 이름을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약간의 리버풀 주식은 금전적 의미보다는 뉴스거리를 만들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보스턴 레드 삭스를 소유한 FSG가 뉴욕 양키스 팬인 르브론과 제휴를 맺을 정도로 이 딜에는 철저한 상업적 고려가 우선되었다. 또 르브론이 리버풀에 관심이 있느냐의 여부도 계약 성사와는 상관이 없었다.
르브론과 FSM의 제휴는 미국의 입장에서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FSG의 리버풀 인수 자체가 미국 자본의 사업장 확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스테판 지만스키 교수는 4월 13일 더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맨유, 아스날, 리버풀, 아스톤 빌라 등을 소유한 미국인 구단주들은 아시아에서의 상업적 스폰서십을 원한다고 말했다. 맨유가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가고 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고, 리버풀도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과의 제휴로 아시아 투어를 기획하며 그런 추세에 가담하고 있다.
작년 10월 10일 선데이 타임스에 실린 노스크로프트의 기사는 리버풀 구단주 헨리의 의도의 일부를 짐작하게 한다. FSG는 케니 황, 중국 국부 펀드, 시리아계 캐나다인, 카타르, 피터 림 등 8~10월을 뜨겁게 달군 리버풀 인수전에 비교적 늦게 참여했다. 노스크로프트는 9월 초 정도에 FSG와 리버풀(퍼슬로우)의 협상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미국과는 다른 영국의 스포츠 업계, 그러니까 리버풀은 인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개별 클럽들의 상업적 자유(TV 딜만 제외)가 보장되고, MLB에서 이익의 48%를 중앙 펀드에 넘겨야 하는 것과 달리 프리미어 리그 클럽들은 이익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다.
멀고 먼 땅에서 응원하며 스타들을 직접 보는 것에 목말라하는 팬들을 위해 리버풀이 한글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직접 한국을 찾는 것은 반가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리버풀 인수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길 원하는 미국 자본의 의지와 전략에 따라 조종당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팬들이 숭배하는 대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바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인데, 그렇게 바친 돈이 누구를 위한 일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예를 들어 질렛과 힉스가 구단주이던 시절 리버풀 레클리카를 사는 것이나 경기장에서경기를 보는 것은 자신이 원치 않는 사람을 위해 소비하는 행위였다.
구단주가 달라졌다고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누군가 지적하듯이 르브론에게는 리버풀 주식을 잘도 내주던 FSG가 리버풀의 지분을 살 의향을 꾸준히 보인 리버풀 팬 그룹에게는 아직도 응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리버풀 현지의 팬은 물론 존 헨리를 무한도전의 정총무에 빗댄 '헨총무'로 추앙하는 한국 리버풀 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총무는 쏘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 남에게 돈을 내도록 할 수도 있는 존재다.
'헨총무'가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임은 잘 알지만 그가 아주 현실적인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는 자기가 종종 쏠 수 있도록 우리 팬들이 많이 소비하길 원한다. 그가 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우리가 바친 돈이 모여 리버풀과 구단주의 부가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저 컴퓨터 게임을 즐기듯, 영화를 보듯 축구를 소비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인가? 돈을 내는 소비자의 자리에 만족하는 것인가? 그런 한에서는 축구에 지속적으로 감정적 이입을 할 수 없다. 팬질을 위한 팬, 베팅을 위한 관심, 선수들의 외모, 패션, 사생활에 대한 사소한 관심 이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허무함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싫증난 후 다른 소비 대상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 공허한 소비자로 머무르고 싶지 않다면 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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