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콥이 기본적으로 현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속한 지명에서 유래한 장소에 대한 명칭임을 강조한 글(위 링크)을 썼다. 기본적으로 콥은 '언덕'이라는 뜻이고, 축구에서는 가파르고 거대한 축구 경기장의 스탠드를 비유적으로 의미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버풀 FC의 안필드에 있는 콥 스탠드다.
위의 내용이 사실임은 변함이 없으나 TP에 글을 올린 후 내가 쓴 내용에 수정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의 생각과 달리 리버풀 오피셜 사이트나 주요 영국 언론에서 콥을 스탠드뿐 아니라 그 안의 좌석에 앉아 응원하는 팬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콥 스탠드 전체를 감정을 지닌 사람처럼 의인화하는 경우도 있고, 콥 스탠드에 있는 사람들만 지칭하여 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위의 글에서처럼 코파이트 혹은 사람을 지칭하는 콥은 안필드 콥 스탠드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간혹 더 넓은 범위의 리버풀 팬을 지칭하기도 한다. 실질적인 맥락은 안필드 관중 중 어웨이 팬을 제외한 리버풀 팬들을 의미하거나, 조금 더 넓게 주로 리버풀에 사는 지역의 팬들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콥이 사람을 지칭할 때는 언론사의 기사 속에서인데, 이 언론사들은 영국의 언론사이고 그들이 염두에 두는 것은 리버풀 FC를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리버풀에 사는 리버풀 FC의 팬들은 선수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고, 경기장 관중석을 채우는 대다수의 사람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영국 언론이 의미하는 사람으로서의 콥, 콥 스탠드를 채우는 콥이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리버풀 팬들이 스스로를 콥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곤란하다. 리버풀에 사는 현지 팬들의 특권을 인정하자거나, 한국인 리버풀 팬들의 팬심이 부족할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단지 영국에서 콥이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맥락에서 리버풀 밖의 사람들까지 포함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주장했던 것처럼 제국주의의 기억, 역사와 연관된 콥의 존재까지 리버풀 팬이라는 이유로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인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아마 리버풀이 한국에 올 때 우리는 콥보다는 어제 좋은 코멘트를 해준 레드 섭마린님의 말처럼 '레즈'라는 말로 우리들을 표현하는 게 무난할 것이다.
어제 TP에서 레드 섭마린님과의 논의 내용을 아래 복사해두었다. 더 보기를 누르면 볼 수 있다.
Red Submarine 2011-04-11 23:00:01
이글은 너무 엄밀하게 해석한 것이고, the Kop 이라는 표현이 이제 일반적으로 리버풀팬을 가리키는 말이 되어 버렸죠. (그냥 the kop 이 아니라 the Kop 이라고 대문자로 씁니다. 고유명사화 되었죠) 영어로 된 기사에서도 the Kop 이라는 표현은 종종 보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 타임스에서 the kop 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천개 정도 나옵니다. 물론 내용은 리버풀 축구 얘기고.
the kop은 리버풀의 맥락에서는 안필드의 콥 스탠드를 말하는 거죠. 잉글랜드 FA가 그냥 the FA라고 자칭하는 것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다른 구장에도 있는 것을 포함해 세상의 모든 콥 중에서 가장 유명한 콥이라는 의미를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콥이라고 하면 당연히 안필드의 콥이다라는 식으로.
Red Submarine 2011-04-11 23:09:02
기사들을 보면 the Kop은 스탠드가 아니라 리버풀팬을 지칭해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가디언 기사중에 "In Liverpool's recent matches against Manchester United and Braga almost the whole of the Kop stood. It is commonplace, particularly among away supporters, for large numbers to stand throughout the game." 라는 표현을 보면 서 있는 건은 사람이죠(뒤에서 supporters라는 단어로 받았죠), 만약 the Kop을 스탠드로 바라보면 해석되지 않는 문장입니다.
확실히 제가 부주의했군요. 검색을 더 했어야했는데;; 그런데 the Kop이 일반적인 리버풀팬이냐고 하면 그것도 확대해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은 글로벌화가 되었으니 리버풀 지역에 살지 않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리버풀팬을 자처하지만 기사들에서 the Kop의 맥락을 보면 대개 현실적으로 콥에 앉아 있는 리버풀 팬들 혹은 범위를 확장하더라도 리버풀에 사는 팬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거든요. 팬들의 감정이 비슷하니 리버풀에 사는 팬이나 한국이나 아프리카에 있는 팬이나 그게 그거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kop은 스탠드이고, the Kop은 물리적인 콥에 더해 그 안에 있는 사람까지 통칭하는 걸로 쓰이기도 합니다. 더 타임스에는 the Kop이 레드섭마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주로 쓰인지 몰라도 다른 언론사에서도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대표적인 신문 텔레그라프의 경우는 오히려 스탠드로서의 콥이 더 많아 보입니다.
Red Submarine 2011-04-11 23:18:05
오피셜 홈피의 Fan 메뉴나 RAWK 에서도 Kop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건 응원석 자체보다는 팬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봐야 맞지 않나 싶네요. 보통 유명 구단의 팬들을 가리키는 애칭이 있곤 한데(예를 들어 꼴리건??), "The Reds"라는 표현이 리버풀 팀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된 것처럼 "the Kop"도 고유명사화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런 문제를 생각해볼 수도 있죠. the Kop이 리버풀 팬을 지칭할 수 있다는 건 확인했으나 만약 우리 한국 팬들이 스스로를 the Kop이라고 말할 수 있냐는 부분. the Kop은 언론이라는 외부, 관찰자가 대상에게 부여한 이름의 성격이 큰데, 콥에 있는 팬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명칭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리버풀 외지인이 스스로를 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여지는 더 줄어들 것입니다.
혹은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죠. the Kop이 사람을 지칭할 때는 집합명사이지 개개인을 지칭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 팬들이 스스로를 콥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이게 제가 처음에 제기한 문제니까). 하지만 코파이트라고 말하는 건 문법적으로는 가능할 것입니다.
Red Submarine 2011-04-11 23:51:44
Kop이라는 단어 자체가 오피셜 홈피나 오피셜 뉴스에서도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서 내부에서 쓴다고 문제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리고 오피셜 기사에서도 항상 the Kop 은 팬들을 지칭해서 사용되고 있고. 그냥 "부산 갈매기" 정도로 팬 개인보다는 팬클럽 자체를 통칭해 부르는 단어로 알고 있었어요, 팬 개인을 가리킨다면 kopite가 더 맞을 것 같지만 실제로 kopite 보다는 kopites 라는 복수로 많이 사용되죠.
다만 지역적인 범위가 존재하는 단어인지가 애매모호한데, 예전에 나왔던 해외에 나간 팬들의 레터 시리즈 타이틀이 "Reds Around The World"였죠. 일반적으로 Reds라는 표현이 무난할 것 같네요. 예전에 하던 피파매니저 데이터에 팬클럽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나왔던가,, 여하든 개인적으로 Kop은 팬클럽, 단체, 떼거리를 일컫는 느낌이 있어요.
kop 이라는 표현이 그저 스탠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kop이 어색한 경우는 해외팬이 스스로를 kop이라고 부르는 경우일텐데, 이 경우에는 같은 어원인 kopite도 마찬가지에요. 사물과 사람의 차이가 있지 않다면 kop이 어색하다고 하는 바로 그 이유(타자의 시점이든 지역적 범위이든)로 kopite도 어색해 진다는 거죠. 스스로를 가리켜 "나는 리버풀 팬입니다"라는 의미로 표현한다면 Reds라는 단어가 문제 없을 것 같네요.
Reds라고 하는 거야 아무 문제없죠. 그런데 원정 경기 서포터까지 콥이라고 하나요? 그렇진 않을 것 같은데. 콥은 안필드라는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 말인데,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간 리버풀 팬을 콥이라고 한다면 콥이 정말 리버풀 팬들을 의미하는 말로 널리 쓰이는 것일 텐데...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