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290 워낭소리 모든 죽음은 조금이나마 슬픔이 배어있다. 단지 소 한마리가 묻혔을 뿐인데 나는 극장에서 수년 만에 눈물을 흘렸다. 온갖 의문을 품으며 내 마음에 방어막을 쳤는데도. 처음에 '워낭소리'라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단순한 호기심이 생겼지만 굳이 보고 싶지는 않았다. 애당초 다큐멘터리인지도 몰랐고, 어디서 할아버지 한 분을 잘 설득해서 연기를 잘 시켰나싶어 값싼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일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영화는 호평에 호평을 거듭해 극장 상영관을 늘려갔다. 포탈에서 본 영화에 대한 논평이 결정적으로 워낭소리가 볼만한 영화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소의 해, 느림의 미학, 고기값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현재의 소. 씨네큐브가 가득차는 생경한 장면을 목격하며 상영관에 들어섰다. 가족단위로 많이 오고, 나이.. 2009. 2. 16. 무모한 도전의 이유? 쿨 러닝. 눈, 빙판과는 거리가 먼 자메이카 사람들이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도전한다는 내용. 황당한 코믹물이 될 것을 예고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의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이런 영화는 의외의 감동을 주기도 한다. 소위 국민예능프로의 하나인 무한도전 출연진도 봅슬레이에 도전했다. 이미 결과는 오래전에 공개되었고, 그 과정을 시청자들은 3회에 걸쳐 목격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을 칭찬했다. 하지만 난 두려웠다.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했는가? 전진은 무한도전 촬영 때 다친 이후 아직도 아프단다. 뼈에 금이 갔단다. 고작 며칠 훈련을 받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봅슬레이라는 아찔한 스포츠에 도전해도 되는 것이었을까? 한국 봅슬레이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다는 취지는 좋다. 연예인이 시청자를.. 2009. 2. 10. 독립신문 미스테리 이름하여 독립신문. 사실 독립신문은 서재필이 창간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독립신문하면 1896년 창간된 것을 생각하게 된다. 논문 때문에 독립신문을 뒤적이던 지난 달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신문 이름 아래 괄호 속의 문구를 보자. '명치29년9월14일체신성인가'라고 적혀 있다. 명치? 체신성? 명치는 당연히 일본의 메이지 천황을 말하는 것이다. 1896년 10월 17일 독립신문 영문판인 The Independent에 처음 이 문구가 등장한다. 혹시 잘못 봤나 해서 찾아봤는데 명치29년은 1896년이다. 왜 이런 문구가 하필 '독립'신문에 삽입되어야 했을까? 1896년에 이미 일본의 입김이 조선에 강하게 미치고 있었음은 분명하겠지만 출판물에 이런 문구를 강요할 정도였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 2009. 2. 10. 체인질링 처음가는 홍대입구역 옆의 롯데시네마. 체인질링을 6관에서 봤다. 스크린 크기를 염려했는데 작지 않았고, 자리는 여태 가본 극장 중 가장 좋은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앞 좌석과의 간격이 마음에 들었다. 141분의 긴 영화를 보기에 알맞은 조건. 영화를 보며 또 다 본 이후에도 '공교로움'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오버랩되는 잔혹한 살인의 장면들. 마침 홍대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가는 도중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는 중이었다. 그것도 라스꼴리니꼬프가 두 명을 도끼로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 체인질링에서 아이가 사라지는 건 알았지만 설마 잔혹하게 도끼에 살해당하는지(어린 콜린스의 생사는 영화 속에서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혀 몰랐다. 더구나 요즘 꽤 오랫동안 강호순이라는 연쇄 살인범에 대한.. 2009. 2. 3. 이전 1 ··· 303 304 305 306 307 308 309 ··· 32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