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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나 리버풀 같이 프리미어 리그 클럽 중 글로벌 수준에서 특별히 많은 팬을 가진 클럽은 단독으로 해외 중계권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안 에어의 발언이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거의 모두가 반발을 했고, 심지어 리버풀의 골수 팬클럽 SOS에서마저 반대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영국 신문 더 타임스의 한 기사(13일자, Matthew Syed)는 홀로 리버풀의 주장이 옳다고 하여 눈길을 끈다. 그 내용을 옮겨본다.
이 일은 언젠가 일어날 예정이었고, 솔직히 말해 저항해도 소용없다. 리버풀 FC는 해외 TV 방송국들로부터의 수입을 20개 클럽 모두가 동등하게 분배받는 프리미어 리그의 사실상의 과세 체계를 해체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정말 놀라운 점은 이제서야 이런 말이 나왔다는 점이다.
현재의 시스템은 평등주의적이고, 운영 방식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또한 상당히 시대와 어긋나 있다. 리버풀의 주장에 저항할 수 없다. 왜 덜 매력적인 클럽에 공정함의 이름으로 돈을 넘겨줘야 하나? 왜 우리는 결국 회사의 목표인(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면 안 되나? 물론 현 시스템의 지지자들은 단결과 공정함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들은 더 가난한 클럽들로의 재분배에 의해 리그가 더 경쟁력을 갖추고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더 큰 지점을 놓치고 있다. 잉글랜드의 탑 클럽들은 재분배에 의한 타격을 입지 않는 해외 클럽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그들의 텔레비전 중계권을 개별적으로 협상한다. 그리고 만약 맨유와 리버풀이 계속해서 챔피언스 리그에서 더 부유한 라이벌들에 밀리면 단지 잉글랜드의 빅 클럽들의 수입만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다. 프리미어 리그의 위상이 약화되고, 궁극적으로 더 작은 클럽들의 상업적 생존 능력도 손상시킬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그저 최근의 잉글랜드 축구 전통과 자유 시장의 논리의 충돌의 최신판일 뿐이다. 주급 상한의 폐지, 외국인 선수의 영입, 보스만 규칙. 이 모든 혁신은 처음에 저항을 초래했지만 결국 스포츠 시스템의 범위 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즉, 글로벌 자본주의의 일부로서.
그리고 이것이 왜 그렇게 많은 미국인 구단주들이 잉글랜드 축구로 몰려드는지를 설명한다. 그들은 낡은 재분배의 이상주의가 결국 더 강력한 이익 동기의 논리에 굴복할 것을 알아차렸다. 실제 다음 10년 내로 프리미어 리그가 유러피언 수퍼리그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유럽 축구의 강팀들은 매주 전세계로 중계되는 수퍼 매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익이 급증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와 가난한 클럽의 격차도 그와 함께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왜 그렇게 많은 미국인 구단주들이 잉글랜드 축구로 몰려드는지를 설명한다. 그들은 낡은 재분배의 이상주의가 결국 더 강력한 이익 동기의 논리에 굴복할 것을 알아차렸다. 실제 다음 10년 내로 프리미어 리그가 유러피언 수퍼리그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유럽 축구의 강팀들은 매주 전세계로 중계되는 수퍼 매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익이 급증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와 가난한 클럽의 격차도 그와 함께 늘어날 것이다.
많은 팬들이 다가올 변화들을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축구 조직이 부유한 클럽들의 희망을 거부할수록 현재의 집단적 구조는 더 빨리 분열될 것이다. 전통과 이익의 긴장은 이미 결정적 국면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싸움에서 우리가 무엇을 바라건 오직 하나의 승자만 있을 뿐이다.
아마 이런 입장을 신자유주의적이라고 규정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적인 변화가 어떤 단계에서 불가필할 수도 있으나 그 옹호자들은 그 결과가 인구 중 소수에 대한 부의 집중 심화로 귀결되고 있는 문제점은 잘 지적하지 않는다.
한편 위의 기사가 주장하듯 자본주의와 함께 탄생한 축구가 아마추어(=전통)의 이상을 추구했지만 조금씩 프로페셔널(=자본)의 논리에 굴복했던 것도 역사적 사실이다. 애초에 프리미어 리그가 창설될 때 퍼스트 디비전을 박차고 나와 자신들끼리 더 잘 살아보자고 뭉친 것이나 기사에도 언급되었던, 현재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유럽 수퍼리그 창설 움직임이나 정도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리버풀에서 그런 주장이 먼저 나왔다는 것은 시대가 꽤 변했다는 증거다. 리버풀은 스스로를 노동자의 도시로 규정했고, 리버풀의 전설적 감독 빌 샹클리는 사회주의적 사고로 유명했다. 그러나 대처 수상 이후의 신자유주의는 리버풀 수뇌부들의 인식을 변화시켰고(인적 변화도 있었고), 이제 연속적으로 미국 자본에 점령된 리버풀은 사회주의적 과거에 분명한 결별을 선언하고 있는 듯 하다.
토니 에반스나 토니 바렛처럼 골수 리버풀 팬이거나 친리버풀의 벤 스미스, 올리버 케이 등이 포진한 더 타임스에서 이런 글이 나온 것은 이례적인지 모른다. 그러나 아마 이 기사는 리버풀의 사회주의적 전통을 이해하는 저널리스트들의 입장이 아니라 소속 신문사인 더 타임스의 입장을 대변할 것 같다. 더 타임스는 글로벌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소유다. 그리고 머독은 프리미어 리그에 거대한 TV 중계료 수입을 안겨주는 BSkyB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카이는 리버풀이 주장하는 개별 협상 방식이 이루어져도 여전히 지배적인 이익을 차지할 기업이다.
1년 전 빚덩이의 리버풀을 구해줬다고, 인수 후 110m 파운들를 들여 원하는 선수들을 사줬다고 리버풀의 새 구단주들에 환호할 일이 아니다. NBA 수퍼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리버풀의 주주로서 주말 맨유와의 경기를 보러왔다고 좋아할 것도 없다(그는 미국에서 농구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축구나 보러간다고 질타를 받고 있다). 언젠가 이들 미국인들은 리버풀에서 이득을 취해 갈 것이고 또 그들은 상당 부분의 이득을 바로 우리 한국인을 포함한 글로벌 팬들이 지불해주길 강력히 희망하고 예상하고 있다. 팬으로서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개인의 결정 사항이고, 어느 날 응원했던 축구 팀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추억으로 버릴 수도 있겠지만 쉬운 소비 이후로 남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 데일리 포스트에 다른 논리로 이안 에어의 말을 지지하는 글이 있어 번역하여 아래 소개한다. 원래는 TP에 번역해서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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