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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field, Liverpool by AndyNugent |
리버풀이 해외 중계권 협상을 개별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은 매니징 디렉터 이안 에어가 자신의 발언이 곡해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개별적으로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현재의 집단 협상 시스템은 유지하되 1/20로 모두가 똑같이 받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안 에어가 정확히 어떤 방식을 주장했는지에 대해선 처음부터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영국 언론에서는 'breakaway'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리버풀이 단독으로 협상을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 단정한 면이 있다. 물론 이안 에어가 그렇게 추정할만한 단초를 제공했다. 원래 최초의 발언이 기사화 된 것을 살펴보면 분명히 "아마 스페인에서 시행되는 것처럼 개별적으로 TV 중계권을 협상하는 것이 길인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아마'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스페인 사례를 언급하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들은 에어가 결국 스페인 모델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추정할만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다른 대목을 보면 반드시 단독 협상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 단지 리버풀, 맨유 같은 팀들이 글로벌 중계로 인한 수입에서 현재의 1/20 방식이 아니라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안 에어가 자신의 본심이 집단 협상 체제의 유지하에서 분배 방식의 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중하위권 클럽들에게는 자신들의 수입을 줄이는 나쁜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클럽별 단독 협상이냐 집단 협상을 하되 차등 분배냐는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꽤 큰 차이를 낳을 수도 있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의 국내 중계료 배분은 균등과 차등 분배 방식이 혼합되어 있는데 20위와 1위의 차이가 현격하지는 않다. 글로벌 중계료가 집단 협상 방식의 틀 내에서 차등 분배되면 아마 국내 중계료 분배 방식과 비율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처럼 순위에 따른 차등 분배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이는데 TV 중계 횟수 기준은 해외의 경우 그대로 적용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 다수가 합리적이라고 느낄만한 기준 마련을 위한 공방이 예상된다.
집단 협상의 틀 내에서의 차등 분배가 분배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인 것에 반해 클럽별 개별 협상의 경우 절차적으로 훨씬 복잡한 그림이 예상되며 어떤 방식이 정착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빅 클럽들이 집단 협상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비율의 몫을 가져갈 것은 분명해보인다. 집단 협상은 전체 클럽 중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규정이 개정이 가능하므로 극단적인 분배 비율이 성립하기 어려운 반면, 개별 협상을 할 경우 빅 클럽들은 그러한 규정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전에 쓴 글에서 밝혔지만 어떻게 이안 에어가 현행 방식의 개정에 대다수가 적대적인 상황에서 2/3의 찬성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난 밤 해명을 감안한다면 그는 분명 해외 중계권료 협상에서도 집단 협상의 틀을 유지하자고 주장했던 것 같다. 더욱 과격한 개별 협상안은 현재로서는 통과될 가망이 없다. 빅 클럽들이 프리미어 리그를 뛰쳐나오지 않는 한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의 수장이 스쿠다모어에서 빅 클럽에 더 호의적인 인물이 되지 않는 한 현재의 의사결정체제를 바꾸기 힘들다. 그러므로 에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장기적 목표가 개별 협상이라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분배 비율 조정에 더 힘쓸 것이다. 이마저도 쉽게 조정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점진적 변경 안이라면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퍼거슨 감독이 여전히 맨유와 리버풀의 경기를 시즌 중 최고의 경기로 생각한다는 말을 한 반면 케니 달글리쉬 감독은 그저 여러 게임 중 하나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 말들의 내면에는 오랜 역사적 배경이 깔려있겠으나 리버풀과 맨유 두 클럽은 꽤 비슷한 팀이다. 지역적 근접성은 물론 수많은 우승 횟수, 스코틀랜드 출신의 감독, 미국인 구단주 등등. 퍼거슨 감독은 현재의 집단 협상의 틀이 유지되어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클럽에 부채를 안긴 미국인 구단주를 둔 맨유가 리버풀의 현상 변경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글로벌 중계권의 파이가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균등분배가 말이 되냐며 분배 방식을 변경하자고 솔직하게 제안한 리버풀의 주장이 과격하지 않다면 최초의 반대 반응과 달리 빅 클럽들의 생각은 변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지적하듯이 씨앗이 뿌려진 이상 탐욕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씨앗은 자라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더구나 축구가 좋아서가 아니라 축구의 글로벌 어필에 매력을 느껴 모여든 미국인을 위시한 여러 외국인 구단주들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증가하는 상황에서 리버풀이 이상한 주장을 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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