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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에브라에 대한 루이스 수아레스의 인종 차별 발언?

by wannabe풍류객 2011.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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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리버풀과의 경기를 시즌 최고의 경기로 보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난 안필드 원정에서 세번 연속으로 패했기 때문일까, 어제 맨유의 선발 라인업은 루니, 나니, 에르난데스 등이 모두 빠져있었다. 대표팀 경기를 치르느라 장거리 여행으로 지친 선수들도 있고, 공백기 때문에 흐름이 끊어지기도 했겠으나 맨유는 선수 구성부터 공격적으로 나오겠다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리버풀 원정 경기를 이기기 쉽지 않다는 인정이겠으나, 리버풀이 어제 결국 비기고 만 것을 생각하면 리버풀로서도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양 팀의 감독이 악수를 하고, 양 팀의 선수들도 평화롭게 악수하고 포옹하는 모습은 다소 생소했다. 아마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이 양쪽에 많은 탓도 있겠고, 공교롭게 양팀 골키퍼는 스페인 사람인데 데 헤아와 레이나가 우호적으로 잘했다며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무리 전통적인 적대 관계라고 해도 이런 식의 훈훈한 장면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서로가 경기 결과를 납득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근래 보기 드물게 이 경기에서 경고나 퇴장이 적었기 때문일까. 리버풀 경기에서 종종 퇴장당하던 비디치는 없었고, 비디치 퇴장의 빌미를 제공하던 토레스는 이젠 리버풀에 없다. 흥분해서 퇴장당했던 마스케라노도 리버풀에 없다. 혹은 많은 맨유 팬들이 주장하듯이 더 이상 리버풀-맨유 경기가 그다지 라이벌 간의 경기가 아닌지도 모른다. 그들은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투는 맨체스터 시티(다음 리그 경기지만)가 리버풀과의 경기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말한다. 

Evra
Evra by AtilaTheHu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여하튼 경기 결과도 그렇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고 지나치게 평화로웠던 어제 경기에서 하나의 사건이 경기 후에도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사건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맨유의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는 큰 일이 있었다. 에브라는 수아레스가 경기 도중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열 차례 정도나 했다고 주장한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그리고 흑인을 지칭하는 언어가 그렇겠지만 n으로 시작하는 단어, 우리말로 '깜둥이' 정도에 해당할 말이었다고 한다. 에브라의 말은 다음과 같다

‘저는 매우 화났어요. 2011년에 그런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알겠죠. 주심도 알아요. 밝혀질 거에요. 
 
‘그가 한 말을 다시 말하진 않을 거에요. 하지만 그것은 인종차별적인 단어였어요. 그리고 그는 열 번도 넘게 말했죠. 그는 저를 화나게 만들려고 했어요. 저는 유난을 떨고 싶지는 않지만, 아주 기분 나쁘고 실망스러워요.’


어제 주심이었던 마리너씨도 그 사건을 인지하게 되었고, FA에 보고했다고 한다. FA가 이 일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곧 조사가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일을 뒤늦게 인지한 리버풀 측은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문의한 결과 그런 일이 절대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사실 유럽의 백인도 아니고 혼혈이라는 것이 하나의 주어진 정체성처럼 여겨지는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수아레스가 인종 차별 발언을 했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아레스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관심이 많고, 축구가 가진 통합의 힘을 잘 아는 선수다. 수아레스가 정말 인종 차별적인 말을 수차례 했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에브라가 잘못 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은 주심도 인지했다고 하지만 경기 도중에 알았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에브라는 프랑스 TV Canal plus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을 최초로 공개했다. 가디언의 기사를 통해 추정해보면 경기 후에 에브라가 미디어 인터뷰 이후 퍼거슨에게 사건을 알렸고, 둘이 네번째 심판인 필 다우드에게 보고했으며 이후 마리너 주심이 달글리쉬를 불러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케니가 사건을 인지한 것은 경기 종료 20분 후라고 한다. 퍼거슨도 경기 후 자신의 미디어 인터뷰 때는 이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Hand of the Devil
Hand of the Devil by warrenski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에브라는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 수아레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으리라고 주장하는데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리고 수아레스가 정말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면 수아레스의 징계는 불가피히다. 몇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수아레스가 예전에 나쁜 손과 이빨을 선보였다고 해도 이제 그의 혀마저 악마의 것이 되었다고는 믿기 힘들다.

* 위와 같은 내용을 올리고 난 후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현재 에브라가 예전에도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했다는 주장을 세 차례 했으나 한번도 사실로 입증된 적이 없다는 말들을 나오고 있다. 뉴스로도 나오고 있는데 2006년 리버풀의 피넌, 2008년 첼시의 경기장 담당자에게 그런 혐의를 두었으나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는데 실패했다. 일대일 상황이므로 녹음을 하지 않는 이상 입증이 안 되는 문제이긴 할텐데 수아레스에 대한 혐의도 만에 하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입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아직 확인을 못했는데 어떤 분은 에브라의 주장처럼 경기 동영상을 살펴보았으나 수아레스가 N-워드를 말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일부 리버풀 팬들은 에브라가 인종차별을 받았다는 거짓 주장을 자꾸 한다면 그야말로 징계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무고죄에 대한 처벌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10. 17 추가
가디언, 텔레그라프, 데일리 메일 등에서 꽤 공을 들인 후속 보도들이 나왔다. 종합하면 어젯밤 수아레스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에브라의 주장을 반박했고, 경기를 중계했던 스카이 측에서조차 수아레스가 N-워드의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리버풀의 다른 선수나 주심 마리너도 경기 당시에 인종차별적 단어를 들은 바 없으며, 아직까지는 맨유 동료 중에서도 그런 정황을 지지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FA는 에브라에게 다시 한 번 그런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에브라가 그렇다고 하면 수아레스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에브라에게 불리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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