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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 축구

다소 무모했던 리버풀의 단독 해외 중계권 협상 요구

by wannabe풍류객 201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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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 레이나의 자서전이 출간되어 언론을 통해 그 내용 중 일부가 조금씩 소개되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지만, 펜웨이 스포츠 그룹의 리버풀 인수 일주년에 즈음하여 나온 리버풀 매니징 디렉터 이안 에어의 발언이 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리버풀이 현재의 집단 협상 방식이 아니라 단독으로 경기의 TV 중계권을 협상하길 원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안 에어는 영국 내 중계권 배분 방식은 현재 방식을 따르고, 오직 해외 중계권 협상을 리버풀이 따로 하겠다고 주장한다. 프리미어 리그는 소속된 20개 클럽의 중계권을 리그 차원에서 한꺼번에 팔아왔고, 국내는 차등적으로(50%는 균등, 25%는 성적에 따라, 25%는 TV 중계 횟수에 따라) 해외 수입은 동일하게 배분해왔다. 해외 수입이 차등적으로 배분되면 혹은 리버풀이 단독으로 협상을 진행하면 비교적 해외 팬층이 두터운 리버풀의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 

리버풀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물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다. 리버풀은 다시 최고의 클럽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 기반이 될 자금이 부족하다. 전 구단주 힉스와 질렛보다 여러 면에서 더 나은 FSG가 새 구단주가 되었지만 그들이 올해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짓기 위한 천문학적인 돈을 선선히 내줄 재력을 갖추진 못했다. 리버풀이 맨유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경기 당일의 입장권 수입에서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하지만 안필드는 올드 트래포드에 비해 수용 인원이 훨씬 적다. 그렇다고 이미 조금씩 올리고 있는 입장권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높일 수도 없다. 

리버풀로서는 새 구단주가 투자에 대한 이익을 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궁극적으로 클럽의 성적이 좋아야하고, 그렇게 되려면 돈이 필요한 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 일단은 더 많은 관중을 수용할 경기장(신축이건 개축이건)을 얻고, 스카우팅과 유소년 육성을 통해 선수단에 대한 적은 투자로 큰 효과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 경기장은 명명권을 팔아 새 경기장을 짓는 안이 진전되고 있음을 에어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이 투자 대비 큰 효과를 낼지는 몇 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이 와중에 에어는 많은 해외팬을 확보한 리버풀이 해외 중계 수입을 더 가져가겠다는 기대에 다소 급한 마음으로 누구로부터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말을 뱉고 말았다. 

현재까지 모든 언론, 그리고 이안 에어가 리버풀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믿은 첼시와 맨유 등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그리고 모두 상식적인 선에서 리버풀의 안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어 리그는 바로 위성 방송의 시대와 함께 성장했고, 방송에서 파생된 막대한 수입은 EPL을 먹여살렸다. 아무리 EPL이 빅 클럽들로 점령되는 리그라고 해도, 그들을 긴장시키며 아깝게 비기거나 지는 상대적인 약체들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분명 프리미어 리그의 외형적 약팀들은 종종 의외의 결과를 얻어냈다. 물론 빅 클럽들의 경기는 재미가 있겠으나, 그들이 속한 프리미어 리그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더 인기가 있다는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모두가 즉각적으로 떠올리듯이 개별 중계권 협상이 시행 중인 스페인 리그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두 팀과 그 나머지로 확연히 구분되어 나타난 부정적 결과는 명확하다.

더구나 리버풀의 제안이 현실화되기도 어렵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새로운 해외 중계 수입안이 통과되려면 규정상 14개 클럽이 동의해야한다. 그러나 단순히 예상해도 하위 열 팀은 이 제안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EPL 하위권팀이 특별히 단독 협상을 해서 현재 방식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프리미어 리그의 모두가 혜택을 보고 있는데 왜 혼자서 더 탐욕적인가.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왜 뒤흔드는가. 리버풀 그리고 이안 에어는 각계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안 에어는 이대로 가면 프리미어 리그가 유럽의 탑 클럽들에게 뛰어난 재능들을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EPL의 스타들을 흡수했다. 그러나 그 스페인 리그의 많은 경기들 중 두 팀이 빠진 경기의 해외 시청률은 얼마나 되나. 따져 볼 부분이 많으나 리버풀이 단독 해외 중계권 협상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리버풀은 유럽의 수퍼 리그 창설안을 원하는 것인지 모른다. EPL, FA의 통제를 받지 않는 유럽의 탑 클럽들의 리그. 이 안은 얼마 전에도 다시 거론될 정도로 언제든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위건의 회장인 데이빗 웰란이 리버풀을 맹렬하게 공격한 것처럼 사람들은 현재의 질서가 깨지고 혼란이 초래되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데이빗 콘이 지적하듯이 프리미어 리그는 커지기만 하는 탐욕이 낳은 결과물이다. 더 탐욕적인 새로운 형태의 축구가 나온다고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더 추할 뿐이다. 

이번 시즌 유럽 대회에 참여하지 못한 리버풀은 최근 유소년들의 대회인 넥스트젠 시리즈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즌 중 친선 경기를 통해 푼돈을 모으고 있다. 커다란 경기장을 시급하게 마련해야하는데 수입이 줄어든 상황으로 인한 경제적 절박함이 성급한 발언을 낳았다고 짐작하고 이해는 해보지만 리그에서 20개 클럽 전체의 2/3의 찬성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진정으로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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